2년정도 탁구를 안치니까 ~ 8kg 쪄서 몸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 지방출장갈때 근처 탁구장에 들른게
오늘이 세번째다.
보통 처음가면 몇부냐고 물어보는데,
2년정도 안쳐서 부수가 의미가 없으니 그냥 맞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드라이브에 영점이 안잡혀있으니,
주로 쇼트위주로 사파탁구처럼~ 게임수로 한명씩 차례로 이긴다.
오늘도 몸무게를 1kg 빼려고 저녁굶고~
지방소도시 탁구장에 들렀고,
밑에 부수부터 차례로 게임을 했다.
한 4게임 했는데~ 갑자기 관장님이 자기구장 최고수라며
키가 190정도 되는 키다리 아저씨를 붙여준다.
그런데 탁구를 이상하게 친다.
진짜 사파탁구다.
백드라이브가 아니라 백펀치로 갈기는데, 그게 다 들어온다.
더 이상한것은 포핸드 쪽으로 각을 있는대로 코스를 빼는데도
190장신의 긴 리치로 어떻게든 받아낸다.
점점 몸이 풀리고, 드라이브 감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해서
간신히 이겼다.
그런데 뒤에서 조용히 구경하던 젊은 친구가
` 저하고 한게임하시죠..'
갑자기 도전을 한다.
구장 최고수를 꺾었으니,
힘들기도 하고해서 가려는 찰라여서 망설있고 있었다.
지켜보던 관장님이 지친 내가 안쓰러웠던지,
젊은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다.
` 젊은이... 이분 보아하니, 예전에 한가닥 하신분 같은데
우리 회원들 많이 쳐줘서 지치신것 같으니,
우리 초보회원분하고 치게나.'
알고보니 그 젊은이도 나처럼 이 구장에 처음 온것이었다.
`괜찮습니다. 관장님.
마지막으로 한게임하고 가죠~ 뭐.'
관장님이 내게 미안하시던지 직접 심판까지 봐주신다.
왼손 쉐이크다.
포핸드쪽 짧은 너클서비스라서
내가 스톱을 놓으려는데 그만 리시브가 살짝 떴는데,
포핸드 플릭으로 사정없이 후려갈긴다.
갑자기 젊은친구가 두손을 불끈 지으며 구장이 떠나가도록 포효한다.
"쵸레이~ 하! "
시합내내 내 게임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구장사람들이 키득키득 웃는다.
`아... 이 자식 뭐지?...'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지만
한때 전국을 10년을 떠돌던 방랑내공으로
우아한 미소를 상대방에게 날리며
" 나이스! "
하고 외쳐준다.
내 서비스차례.
아마추어 왼손 쉐이크들 한테 항상 써먹던 패턴.
' 이자식 맛좀 봐라! '
왼손잡이 포핸드 쪽으로 강렬하게 하회전 짧은 하회전 서비스를
넣어본다.
이걸로 상대방이 어느정도 레벨인지 바로 알수있다.
갑자기 이 젊은 친구가 포핸드 쪽으로 몸을 날리더니
포핸드 플릭을 시도한다.
당연히 네트에 걸렸다.
만약 이 친구가 짧게 스톱을 놓았으면. 긴장했을텐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젋은 친구가 크게 소리지른다.
" 성호야, 안돼! 정신차려! '
아마 이 젊은 친구이름이 성호인가 보다.
또 구경하던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는데,
심판을 보던 관장님만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떠돌이 무사는 오랜 내공으로 티내지 않으리라.
1세트는 이 친구가 내 서비스를 타서 간신히 이겼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2세트부터 이 친구 포핸드 플릭이 들어오기 시작하는것이다.
이상하다.
아무리 탁구를 오래 쉈어도...
정말 강렬하게 하회전을 주면서 아주 짧게 넣었는데
이것이 가끔씩 들어오다니.
원래 왼손 쉐이크한테는~ 상대방 포핸드쪽으로 강렬하게 하회전을 맛보여주고는,
너클을 적절히 섞어서 상대방을 거미줄에 허우적거리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는데...
음... 강한 하회전서비스 두드려 맞으니~
이제는 아예 너클서비스는 엄두를 못내겠다.
하지만 나도 정말 오랫만에 자세를 낮추고 긴장하면서 게임을 하니,
예전에 드라이브 손맛도 돌아오고, 쇼트감도 조금씩 올라온다.
사실~왠만한 아마추어 고수들 백드라이브는 많이 받아봐서,
내 쇼트로 한박자 빠르게 달래주다 보면~
상대방이 알아서 미스하곤 하는데...
이 젊은친구 백드라이브는 폼이 엄청 다이나믹 할뿐더러,
쇼트를 대면 다 팅겨 나간다.
` 아... 내가 탁구를 오래 쉬긴 쉈구나...'
나도 조금씩 루프드라이브 감이 살아나서, 연결로 가니까
이친구도 당황하면서
세트스코어 2대2 결승까지 온다.
왼손쉐이크 젊은 친구의 강력한 한방 탁구
vs
노회한 늙은 펜홀더
결국 내가 졌고,
나한테 쏠렸던 구장회원들의 관심은
젊은친구에게 쏠린다.
`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탁구를 쳐야겠다.'
젊은친구가 잘친게 아니라, 내가 탁구를 안쳐서 진것이리라.
관장님이 내게 미안하시던지,
탁구를 어디서 쳤나며, 몇부까지 쳤는지 물어보시며
말을 걸어주신다.
원래 지역1부 쳤는데, 한 2년 쉬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구장회원들이 놀라며
" 어쩐지 다르더라구... 볼이 달라'
음료수를 뽑아주시며 오늘 고생많았다고 한말씀씩 건네신다.
살짝 우쭐해지며 젊은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 나이도 젊어보이는데, 발전가능성이 많아 보이시네요...
백드라이브 폼이 크긴 하지만, 미스가 적으니 아마추어에서는 그것도 괜찮은거죠~^^'
갑자시 젊은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외친다.
` 오늘 즐거웠습니다!'
떠돌이 무사의 방랑내공 특유의 예의 그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젊은친구 어깨를 두드려 주며 물어본다.
" 몇부예요~?"
" 저...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하다가,
10년 쉬고 다시 시작한지 1년 됐습니다."
"아... 학생때 동호인활동하다가 다시 시작한거군요?"
" 저 탁구선수로 2학년때까지 했습니다."
이제야 풀세트 내내 당최 이해가 안갔던...
후진에서 커브드라이를 걸며 어마어마하게 꺾이던,
드라이브 휘는 각도가 납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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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분다 갑자기 구장에 가서 도장깨기 하려다 우연히 만난 맹수들이군요... 한명은 하이에나,,, 한명은 표범,,,, 그래도 첨 보는 사람끼리 쵸레이-하 는 좀 심했네여........ 무슨 내기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관계에서!!!.........
게임내용은 조금 심각했는데 .......전 재미있게 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왼손잡이 대비 노하우가 더 있으면 적어주세유^^ 시스템이나ㅋ
고2엘리트까지 했는데..
다시 시작한지 1년째면....
하기나름이지만 최소 오픈3부이상 아닌가요?^^;
좋은 경험 하셨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숨은 고수는 어디에나 있군요 !... 재미있개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