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서 명 : 부모다움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도 성장한다)
저 자 명 : 최명희
발 행 일 : 2018년 12월 15일
정 가 : 14,000원
I S B N : 979-11-6105-377-6
에필로그
이미 부모가 된 사람,
언젠가는 부모가 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나는 30년간 영유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부모로서 부족함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유아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상담과 강연을 오랫동안 해왔다. 부모들을 만나면서 크게 내세울 것은 없으나 나의 반성과 후회가 그들에게 오히려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부끄러운 소회를 글로 옮겨보기로 했다. 마치 고백서를 쓰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부모 노릇 25년. 이제 막 부모기에 접어든 젊은 부모들이 겪는 갈등과 실수를 빙그레 웃으며 들어줄 수 있고, 괜찮다고 안아주게 될 정도로 나이 든 부모가 된 것이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주고, 줄 수 없는 것을 자책한다. 그러나 부모 노릇만큼 투자 대비 효용이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 것이 또 있으랴. 자식이 부모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돌아서서 조바심을 나게 하고, 마음 한가운데를 아프게 때리기도 한다. 그래도 영원히 놓지 못하는 것이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외사랑을 하는 사람들 같다. 내가 꼭 그렇다.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 자식을 낳으면 절로 부모가 되는 줄 알았고 숨 쉬듯이, 나이 먹듯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부모됨의 과정이다. 부모와 자녀는 영겁의 인연으로 만나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 하는 사이이다. 누가 누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완전한 인격체로 만났고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 또는 가장 큰 아픔을 예견한 관계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육체적인 생명을 얻어 이 세상에 나왔고, 부모가 살아가는 방법을 보면서 정신적인 생명을 얻어 바깥세상으로 걸어 나간다. 부모가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는 태도를 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배운다. 부모는 인생 여행의 중간 즈음에 아이를 만나 공평한 관계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여행에서 얻은 삶의 태도를 아이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내가 수많은 실수로부터 배운 지혜가 그것이다.
나는 글에서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 누구나 부모의 이미지는 딱 하나, 자기 부모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잔소리로 부모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을 만나면서 누구나 나름대로 자기 부모로부터 배운 부모역할을 답습하고 조금씩 수정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양육서도 너무 많이 읽지 말고, 인터넷에서 양육상담글도 너무 오래 탐독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고 그 대신 부모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가꾸는 일에 힘을 쓰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도 저절로 부모의 밝은 삶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고. 나도 한때 아이 때문에 울고 발을 동동 구르며 나의 삶을 팽개친 적이 있었다. 누구나 잘하는 방식의 부모태도가 있는데 어설프게 남이 하는 방식을 흉내 내보려고도 했다. 그 시간은 아이와 나에게 아무 소용도 없는 시간이었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킴벌리 커버거의 시구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를 기울였고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부모이거나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은 지금부터 그것을 알아서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글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첫 장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에서는 겨자씨와 바늘귀의 인연으로 자식을 만나 부모로 살아가면서 먹어야 하는 마음에 대해 적어보았다. 아이들 앞에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담하게 기다려 주고 차분하게 감정을 조절하면서 진짜 어른답게 성장하라는 의미를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 장 <아이를 관대한 눈으로 바라봐 주기>에서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서 썼다. 아이가 본래 타고난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본성을 존중해 주고 즐겁게 바라보라는 당부를 여러 번 했다. 이 시기에 아이가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걱정거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아이가 세상에 나서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신호로 읽어주는 것이 진정한 이해라고 적었다.
세 번째 장 <부모라서 줄 수 있는 것>에서는 부모가 아이와 주고받으며 나누어야 할 것들을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모두 부모의 태도에 대한 반응적 행위이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므로 마음과 말과 태도를 거르고 걸러서 나누어 주자고 당부했다.
네 번째 장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에서는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를 둘러보았다. 아이가 태어나서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 아빠와 아이, 부부로서의 엄마와 아빠, 조부모와 부모, 아이의 선생님과 부모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 짚어 보았다.
다섯 번째 장 <아이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기>에서는 최근에 관심이 높은 영역을 화두로 삼았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고 부모 자신이 자랐던 방식으로 키우지 않아야 한다고들 하니까 요즘 부모들은 혼란이 가중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신의 힘을 길러주어 예기치 못한 변화와 문제를 헤쳐 나가며 살아가게 해주기 위해 한 번쯤 생각해 볼 것들을 언급했다.
부모다움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중압감도 있었고 나의 부모됨이 늘 부끄러웠던 터라 여러 해를 망설이다 마침내 탈고했다. 그동안 강연과 상담에서 부모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감동과 눈물이 글감이 되었고 인터넷 신문사 베이비뉴스에 올리기 시작한 칼럼이 마중물이 되었다. 글을 엮는 내내 나의 두 아이들과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그림을 책에 넣을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의 어릴 적 에피소드를 허락도 없이 몰래 실었다. 회상해서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훌륭한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이 또한 행복했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것이 많다고 여기는 만큼 내 아이들도 훗날 그렇게 나를 추억해줄지 걱정이 앞섰다. 부모로 25년을 살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아이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배울 수 없었을 것이 많았다. 부모가 되어 울어보고, 마음 졸여보고, 때로 상처받아 보았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는 후회 때문에 젊은 부모들은 나보다는 덜 실수하게 돕고 싶었다. 지금 영유아기 자녀를 키우면서 이 세월이 고생이라고만 여기는 부모들은 더없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부모가 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면 그 막연함이 걷히기를 바라고, 어린 아이의 부모와 협력자로 일하는 영유아 교사들이 부모와 더 깊이 마음을 나누기를 바란다. 나의 어설픈 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2018년 가을
차 례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
부모가 되어가는 것
부모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것
겨자씨의 인연
부모가 처음인 당신
자식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화를 조절하는 힘
부모의 소확행
엄마로 살아가기
자식농사
부모의 정성스러운 삶
행글라이더 부모 되기
아이를 관대한 눈으로 바라봐 주기
아이가 타고난 기질
오뉴월 하루 볕
나무의 옹이와 결
아들과 딸
사랑의 배신자, 동생
하나뿐인 외둥이
피아제
보이지 않는 신호
아이의 이중생활
더 아픈 손가락
부모라서 줄 수 있는 것
줄탁동시(啐啄同時)
좋은 말씨
아버지의 유산
자존감 지켜주는 부모의 말
지식이 아니라 지혜
따뜻한 훈육
약이 되는 칭찬
야단치면 안 되는 이유
사랑의 경계
30분 놀이법
즐겁게 먹기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
불량엄마
독박육아의 몫
다르다고 탓하지 말자
의좋은 부모
딸 바보 아빠의 감성교육
아들을 평화롭게 키우기
아버지와 아들
할머니의 내리사랑
학부형이 된다는 것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알아주기
아이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기
상상의 힘
놀이의 저력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질문
미래를 예견하는 엄마
커서 뭐 될래?
최연소 포노 사피엔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양육
아날로그 육아
자주 묻는 질문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