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이 카페에 적는 글은
제가 책을 읽고 나면,
곧 줄거리를 까먹기 때문에..
그 줄거리와 느낌을 적어 놓은 글입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책의 서평과 달리 마지막 결론까지 다 적습니다.
이런 추리소설 같은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혹시 이 책을 읽을 예정인 분은
아래글을 읽지 마십시요.
소설의 결론을 죄다 적었놓았답니다^^
1. 우선 흥미로운...
일단 재미있다.
요즘 한참 인기있는 팩션이라는 성격을 있는 소설이다.
역사와 소설의 만남..
역사 속의 인물들이 소설속에 등장하면서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범인이 누구일까 추측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음장을 펴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작가의 능력 또한 탁월하다.
김탁환이란 작가는 역사소설 전문가인 듯 싶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 김탁환을 처음 접했지만,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하여
<나, 황진이>, <방각본 살인사건> 등 많은 역사소설을 써왔다.
이 소설은 <방각본 살인사건>에 이은
백탑파 두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2. 백탑파(白塔派) - 책날개에서...
백탑파는 영,정조 시대 탑골 백탑 아래 모여 시문을 공부하고 경세를 논한 대표적인 지식인
그룹이다.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을 핵심으로 하여 연경 여행을
통한 선진적 문명 의식을 지니고 북학을 나라를 구할 중심 사상으로 받아들였다. 대부분이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당상관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으니, 정조의 정치 개혁과 문화
혁신을 충실히 보필하였다.
3. 하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재미는 있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내가 추리소설을 썩 많이 읽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때 읽은 코난 도일의 작품이나
중고등학교 읽은 애거샤 크리스티 작품이 자꾸 떠오른다.
먼저 주인공을 보면,
규장각 서리 김진은 홈즈에 빗댈 수 있고,
화자인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왓슨(맞나?)에 빗댈 수 있었다.
코난도일의 추리소설에서도 왓슨은 화자 역할을 하고,
홈즈는 완벽한 분석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예상치 못한 행동도 하지만,
후에 가면 모두 이유있는 행동들인것이
김진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을 하고...
또 하나..
살해당한 김아영이란 여인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살인에 관여되는 분위가 연출되는 소설의 중반,
애거샤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란 작품이 연상된다.
결국 범인은 모든 사람이었다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결론또한 모든 사람들이 연루된다.
4. 예상되는 반전
소설을 읽는 내내
과연 김아영이란 인물이 실제로 죽었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김아영의 살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증언이 제각각이고,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또다른 특징인 반전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건 죽은줄만 알았던 김아영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큰 반전이 있을까?
하지만...
그 살인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참수형을 당했기 때문에...
반전까지는 없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예상했던 반전이 후반부에 나타났다.
쩝.. 죽은 줄 알고 있던 김아영은 살아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아.. 추리소설가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추었군...
5. 열녀문
이 소설의 시작은 열녀 추천을 한 여러 지방의 글을 보고..
실제로 열녀의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적성현의 김아영의 열녀추천서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조선시대
열녀는 가문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아들이 죽으면 며느리에게 따라 죽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소설도 그것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고 한다.
6. 낯익은 지명 낯익은 인물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적성현은
내고향 이웃동네이다.
같은 행정구역에 있어서 적성은 낯설지가 않다.
그 밖에 감악산, 임진강 등 낯익은 지명들이 반가웠다.
작년에 읽었던 "미치면 미친다"의 책에 보면,
책에 미친 인물이 나온다.
간서치(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 이덕무...
그도 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는 백탑파의 일원으로,
적성현의 현감으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그 밖에 정조, 김홍도 등이
영화의 까메오처럼 등장하여 솔솔한 재미를 준다.
7. 등장인물들...
- 이명방 : 의금부 도사, 이 소설의 화자로써, 김진과 더불어 김아영 살해사건을 진실을 파헤
치는 데 공을 세움.
- 김진 : 규장각 서리,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늘날 명탐정의 역할로 등장. 예리한 분석력과 한
치 틀리지 않는 예측력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처럼 만능한 인물이다. 그래
서 식상하기도 하다. 아무튼 김진으로 인해 소설의 마무리로 깔끔하게 끝을 맺는다.
- 이덕무 : 백탑파의 일원으로 적성현에 현감(사또)로 부임하는데, 일대 혁신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질청과 향청 사이의 이익분배 문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의 공정성과
성실성은 인정받게 된다.
- 백동수 : 호 야뇌. 역시 역사적 실존인물이다. 백탑파의 일원으로 무에 재능이 있지만, 정
조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에서 무를 닦고 있다. 이명방의 스승이기도 하고, 적성
현 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들과 동참하게 된다.
- 김아영 : 진주로 요양한 임거용과 한눈에 반하여 그 멀리 적성으로 시집온다. 임거용이 몸
이 약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이다. 사랑이란 힘은 대단하다. 임거용이 죽은
후, 종사하라는 시댁에 반항하여 기울어진 집안을 살려놓겠다고 다짐한다. 그 다짐이 실패
하면 그때 죽겠다고.. 김아영은 김진과 마찬가지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김
진보다 더 재능이 많았다. 글뿐 아니라 상술에도 뛰어나고, 백탑파에서 이론으로 다루고 있
는 실학을 실제 적용하여 농사에도 큰 성과를 보이면서, 기울어졌던 임씨가문을 일으켜 세
운다. 하지만, 야소교도(천주교)를 믿고, 남편이 죽은 후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어 임신을
하기까지 한다. 이런 사실들이 시아버지 임호에게 들통나게 되어 그의 모략에 의해 죽을 뻔
하지만, 미리 피하게 된다.
- 임거용 : 김아영의 남편으로 야소교도를 믿었는데, 공맹지도를 중요시하는 아버지 임호와
말다툼이 심해지고, 결국 아버지가 끌어들인 다른 불량배에 의해 죽게 된다.
- 임거선 : 임거용의 동생으로 마찬가지로 김아영 살해사건에 관여한다.
- 임호 : 참판 출신으로 공맹지도를 자식의 정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소교도
믿는 아들을 가문의 먹칠을 한다 생각하여 죽게 만들고, 며느리에게도 강요한다. 이 소설의
주사건인 김아영의 죽음을 주도하지만, 김아영의 탈출로 다른 여자를 대신 죽이고, 김아영
이 죽었다고 하며 가문을 빛내기 위해 김아영을 열녀로 추천하게 된다.
- 남씨 부인 : 임호의 부인, 김아영의 시어머니.. 역시 죽음에 관여한다.
- 임태명 : 참봉, 김아영을 열녀로 추천한 사람이다. 적성현에서 훈장을 하고 있다.
- 임명보 : 참관이었다가 후에 정승이 된다. 임호와 친척관계
- 계향목 : 임명보의 해어화로 김아영과 의자매를 맺음. 소설을 같이 짓기도 했으며, 야소교
도를 믿는다. 이명방과의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
- 향이 : 김아영의 몸종, 결정적인 사건에 대해 낱낱히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김진이 계략을 부린다. 우연히 살해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그 사건에 연루된다.
- 똘이 : 임호집의 하인. 향이와 사랑을 하는 사이. 김아영 사건에 연루된다. 임호가 그에게
건 조건은 향이와 사랑이다. 역시 사랑이란...
- 홍씨 부인 : 김아영의 친정엄마. 후에 적성까지 찾아와 김아영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김진
과 이명방에게 알려주어 사건을 푸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준다.
- 조광정 : 임호가문의 담당의원, 김아영의 임신사실을 가장 먼저 알았을거라 추측되는 인물
로써, 임호와 이 사실을 가지고 거래를 하다가 결국 죽게 된다.
- 남재태 : 죽은 임거용의 친구로 진주 요양길에 동행함. 김아영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속앓
이를 하가가 임거용이 죽은 후에 김아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만, 김아영은 그를 향
해 마음을 굳게 닫는다.
- 특별출연 : 김홍도, 정조
8. 무더위와 추리소설
피서철이면 추리소설이 제격이라고 한다.
난 솔직히 그런 상관관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말 피서철과 추리소설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 소설은 무더위에 제격이다.
피서갈 때 가뿐하게 들고가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9. 작가의 노력
이 책은 추리소설이기 전에
역사소설이다.
책 마지막에 지은이의 글을 보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 책이 전형적인 추리소설을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작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옛말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좋았다.
옛말을 그대로 적고 괄호를 이용하여 해설을 해 놓았는데,
이런 요소들이 독자들을 더욱더 조선시대로 끌어들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
참고문헌이 수십권인데,
거의 전부 고서인듯 싶다..
싶지 않은 노력이다.
그가 소설을 쓴지 10년이 되었는데
얻은 것은 소설이요, 잃은 것은 전부라고 했다.
그는 전부를 다바쳐 소설을 쓴 것이다.
과연 나는...
전부를 다 바칠 무엇인가가 있는가?
새삼 초라해진다.
회사 에어콘 바람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