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비행길을 가다보면 몸이 꼬이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그나마 내가 사랑하는 구름이라도 있다면 그들을 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지만 그런게 아니면 시간 죽이기가 또 곤란하다.
책을 읽는게 딱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나로서 한 번 읽고 버리는 것도 참 못할 짓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행하면서 책이라는 존재는 짐이다 물론 서양애들 중 배낭의 반을 책으로 채워다니는 애들도 적잖이 봤으나, 동양인의 체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쪼끔 다행인 사실은 나는 교통수단을 타면 엄청 잘 잔다는 사실.
서울-홍콩이 3~4시간 정도의 거리, 홍콩-멜번이 9~10시간 거리.
내가 알기로는 그런데 I'm not sure.
그나마 처음 구간은 잠으로 때울 수 있지만 두번째 구간은 그게 좀 힘들다.
밥도 두 번인가 주고 자다 깨고를 수십번 해도 그다지 쉽지 않은 시간.
그 때를 때워주는 것이 비행기 영화다.
다른 영화들이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이번에 택한 영화는 브릿짓존스의 다이어리였다.
물론 봤던 영화고 책까지 읽었던 작품이지만. 또 봐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과연 내게도 이런 사랑이 찾아올까? 하는 사실.
Single이라는 사실이 아주 약간은 서글플 때가 있거든.
언제고 나도 누군가를 만나 영화처럼 혹은 내 미소가 그치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그 희망조차 없다면 끔찍하잖아. 그 희망으로 서글픔을 덮어두는 거지.
...이번 비행에서 브릿짓 존스의 다이어리를 1.5 번 더 봤다.
비행기에서 밤을 보내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붉은 빛을 받으면서도 나는 실감하지 못했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맛 없는 기내식, 홍콩 스탑오버, 브릿짓존스, 두 번의 기내식, 언제나 나의 음료는 와인, 잠들기, 목 아파 일어나기, 화장실 들락거리기, 스튜어디스 불러다 물 달라고 하기.
그렇게 비행시간이 다 갔다.
드디어 멜번 공항에 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오긴 왔구나...'
하지만 내겐 다음 비행까지는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때운담. 시내로 나가자. 아니면 더 빠른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보자.
결국 나는 멜번 시내로 나와야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내 무거운 배낭은 미리 check-in 시키고 버스 왕복권을 끊어 멜번 시내로 나갔다.
첫댓글 시은이 글을 여기서 발견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