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가에는 탑골공원이 있다. 그 옆에 낙원상가라는 건물이 있으며 이 건물에는 노인들을 위한 허리우드극장이 있다. 탑골공원과 낙원상가 사이에는 노인들이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그 옆에는 근처 쪽방촌에서 나온 사람들과 노숙자가 뒤섞여 술을 마신다.
2018년부터 탑골공원의 장기 천국을 찍을 당시에는 노숙자가 몇 명 없었다. 혼자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크게 소란을 피우는 모습도 없었다. 코로나가 오고 장기 천국에 노인들이 모이지 않을 때쯤 노숙자들은 3~4명씩 모여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지금처럼 굳어진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도를 갔다 온 뒤 탑골을 다시 찾았다. 이때 노숙자들이 5~6명씩 무리지어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사진으로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지상낙원(地上樂園)이다. 탑골공원 언저리에서 소일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상낙원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젊은 날의 화려함은 가고 아무 걱정 없이 길에서 서로 의지하며 술을 마시고 있지만 이들도 사람이다 보니 기쁘고 즐거운 순간이 없겠는가.
여기를 지나다니는 일반인들은 이들의 폭력과 술 주정을 제일 밑바닥의 사는 사람들이니 당연하듯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지만 나는 여기가 그들의 지상 낙원, 즉 지상에서의 완전한 행복을 이루어줄 수 있는 마지막 장소라고 여긴다. 여기 탑골의 지상낙원에서 행복을 꿈꾸며 기쁘고 즐겁게 어울려 살다가 다시 기회가 오면 한때 지상낙원에서 잠깐 살았었다고 회상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과연 지상낙원일까, 지옥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