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장편소설 [[황산강]]을 주 4회 정도로 연재할까 합니다.
1부 아수라장, 2부 코피, 3부 모순, 4부 내 속에 하나의 우주, 5부 더덕 냄새, 6부 한없이 가벼운 사랑
체육관이다.
1학년 배구부원들 리시브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모두 일곱 명이다. 내 앞에 반원형으로 나란히 서 있다. 내가 배구공을 꽂아주면 부원들이 받아 올린다.
대충 순서대로 스파이크를 꽂아주었다. 놓치는 녀석이 나오면 가운데 앉혀놓았다. 그러다가 내가 스파이크 대신에 띄워서 보내주면 가운데 앉아 있는 친구 머리로 강스파이크를 꽂았다. 스파이크한 배구공으로 머리를 맞히는 것이다. 맞히지 못하거나 힘이 모자라면 가운데 앉았던 녀석이랑 교대하게 했다.
체육관 남쪽 2층 정문이 덜커덩 열렸다. 마르고 키 큰 강스 쌤이다.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왔다.
“3학년 동민이, 규철이 행님들은 아직 안 나왔나?”
“그 행님들 담 주 모의고사 공부한다 카던데요.”
“동민이, 규철이가 모의고사 공부한다꼬? 그래서 배구하로 안 나와?”
“예, 그렇게 이야기하라 하고 갔어요.”
“배구하로 간다꼬 자율학습 빠져서 어데 한 잔 빨러 갔겄지. 지들이 모의고사 공부를 한다꼬? 참, 말도 된다.
머, 하긴, 학생이 공부한다는데 믿자.
그런데 우리 2학년 대표 정식이 행님은 모의고사 공부 안 해도 되나?”
“전 작년부터 손 놨어요.”
“안 캐도 안다. 정식이 행님아, 근데 내 수행평가도 포기했나? 너거 조 최고운이 근마가 안 좋아할 낀데?
내가 지금 뭔 소리 하고 있나. 지금 배구 연습 중인데. 그럼 정식이 행님도 저 1학년 사이에 서라. 내가 공 노나 줄게.”
쌤이 괜스레 고운이 녀석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물’인지 올가민지 조원들과 둘러앉아 읽었던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그만 스파이크를 제대로 꽂지 못했다. 가운데 앉아 있던 녀석이랑 교대했다.
후배들 보기에 쪽팔렸다.
“야, 멀대!
너거들 이때다. 고정식 행님 대가리 한 번 신나게 뚜딜기라.”
잔뜩 긴장해서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스파이크가 날아오지 않았다. 고운이 짜식 때문에 읽었던 ‘그물’ 속 인물인 ‘또쭐이’, ‘춘삼이’라는 이름이 별안간 떠올랐다.
참 요즘은 들어볼 수 없는 이름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그때 배구공이 뒤통수를 정통으로 쳤다. 골이 울렸다. 아찔한 느낌과 함께 몸에 힘이 풀렸다.
세상에나, 배구공에 맞아서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오른쪽 손목이 부러진 듯이 아팠다. 오른뺨이 바늘 여러 개에 콱 찔린 듯 짜릿했다.
도망치려고 억지로 일어났다. 뺨에 박혀 있는 것을 떼려고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쪽 손목이 굽혀질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견딜 수 없이 따가운 오른쪽 광대뼈 쪽으로 왼손을 가져갔다.
마른 밤송이가 얼굴에 박혀 있었다. 밤송이 가시가 왼쪽 손가락을 찔렀다. 얼굴에서 바싹 마른 밤송이를 떼어냈다. 뺨을 타고 뜨뜻한 것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오른 손목이 감당할 수 없이 아팠다. 피 칠갑한 얼굴과 왼손. 꺾인 오른 손목의 통증을 견딜 수 없었다.
주저앉아 ‘엄마~’하고 울음을 놓았다.
“이 도적놈의 새끼. 이렇게 나메 빰 도적질을 하니 손모가지가 부러지지.”라고 하며 곰방대로 뒤통수를 쳤다.
그리고 내 광목 적삼 뒷덜미를 잡아 일으키며 집으로 가자고 했다. 후지코(富子) 증조할배인 사음(마름) 영감이었다. 영감에게 잡힌 것이 무서웠다. 손목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울며 엄마를 찾았다. 안골 논에서 집까지 뒷덜미를 잡힌 채로, 울면서, 반은 끌려서 왔다.
“종우야. 이기 무신 일이가?
사음 영감님. 이기 무신 일잉교? 아~가, 왜 이 모냥이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