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66. (완도 청산도 –드라마세트장–고인돌 –범바위 –신흥리해수욕장 -동촌리 할머니나무 -상서리 돌담길)
지난 유채꽃 시즌에 계획 했다가 접어 둔 청산도를 유채꽃이 지고 메밀꽃이 필 무렵 이제야 찾아 떠나기로 한다. 섬 여행이라면 육로로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훌쩍 떠나기가 부담 되지만 사실 두세 번 정도는 다녀온 듯한 곳이다. 그러나 어떤 기회에 누구랑 동행했는지도 기억에 없으면서 드라마 세트장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번에는 맘먹고 느리게 느리게 충분히 걸으면서 청산도를 더듬어 볼 참이다. 부지런히 서둘러 나와 보니 안개가 길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이렇게 안개 속을 달리다보면 가시거리를 벗어나는 순간의 일을 전혀 알 수가 없으며 무엇이든 불쑥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아니던가 말이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도 하면서 가끔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험도 저질러 보면서 그러다가 운 좋으면 한 순간 햇빛 쨍하니 드러나는 순간도 있으려니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삶이거나 길이거나 묵묵히 가야만 한다. 7시 첫 배를 타기 위하여 5시 30분에 출발하여 6시 30분에 완도항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풍경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어디에서부터 찾아왔는지 대형 관광버스와 삼삼오오 젊은 청년들의 풍경은 여행의 설렘을 더해주며 활기찬 분위기이다. 하늘과 푸른 바다가 사라진 바닷길로 들어간 청산도항은 이른 아침인데도 지역주민들이 마중이나 나온 듯 북적인다. 그야말로 섬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소박한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소탈한 모습 그리고 부지런한 모습 그대로를 만났다. 생동감이 시작되었다. 우선 지도를 살펴보며 노선을 정해본다. 특히 청산도는 슬로우시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섬이라서인지 충분히 걸으며 섬 전체를 둘러보기에 좋을 만큼 트레킹 코스가 잘 준비되어 있다. 이미 유채꽃은 지고 없지만 먼저 항구에서 가까운 드라마세트장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남도의 여러 곳에서 촬영되었지만 청산도가 가장 유명한 까닭은 영화 서편제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유봉 일가가 당리의 황톳길을 내려오면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물론 청산도의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느림의 미학과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 슬로시티 운동으로 우리나라도 2007년 가입했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청산도를 포함 신안, 담양, 장흥이 지정되었다고 하니 걷기에도 아까울 만큼 편안한 곳이다.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있는가 하면 돌담길 끝 언덕에 유럽풍으로 지어진 2층 건물과 배우들 사진이 있다. 청산항에서 당리마을의 촬영지까지 싸목싸목 걸어 와 혼자 해찰부리며 노는 동안 완도항에서 관광버스로 출발하셨던 단체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이곳 서편제길을 찾는 모양이다. 걷기에 힘드신 어르신들의 관광버스 여행도 편리하게 다녀갈 수 있으며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운동의 효력으로 이어지는 서편제길은 아침 일찍 시작했거니와 돌아가야 할 둥지가 지척이니 여유롭게 놀 수 있었다. 한편 청산도 하면 기지개 하는 범으로 범바위가 유명하더라. 관광지도 하나 챙겨 들고 범바위까지 걷기로 한다. 당리마을 촬영장에서 약 5km를 걸어 들어가 범바위 공원 가까이에 도착할 즈음 국립공원에서 순찰 차 지나던 직원께서 태워주셨다. 걷기위하여 선택한 걸음이지만 힘들 때는 100m도 옹색한데 정말 고마웠다. 범바위 공원에서 바라보는 안개낀 청산도 앞 바다는 사실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하필이면 오늘 이토록 안개는 끼었을까?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바다위에 깔린 안개와 살포시 봉우리만 내민 섬 섬들이 장관이다. 어느 것 하나 거슬리지 않은 부드러운 운무가 새롭다. 특히 이곳 범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청산도의 한쪽 바다는 화창한 날씨보다 훨씬 편안하고 오히려 찬란했다. 이렇게 부지런히 여러 곳곳 여행을 다녀도 가는 곳마다 처음이고 시시각각 처음 보는 풍경들이다. 같은 꽃이 어떤 배경을 짊어지고 피어 있는가에 따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며 자세히 들여다 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더라. 이곳은 슬로걷기 축제가 있을 만큼 참 걷기 좋은 곳이다. 특히 오늘은 햇빛도 없이 안개로 촉촉하고 시원한 날씨가 섬 길 따라 걷기에 절로 힐링이 되는 것이다. 청산도 섬 일주 코스는 도청항에서 출발 서편제 촬영지인 당리를 거쳐 신흥해수욕장, 진산포구, 지리해수욕장을 거쳐 다시 도청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총거리 17km 이상이라고 하는데 걸어서 걸어서 신흥리 해수욕장까지 마무리를 하고 트레킹이 달콤했던 청산도 투어를 마무리 하기로 한다.
나름 알뜰하게 둘러보고 나오지만 뒤돌아 보이는 아쉬움이 많다. 늘 섬에 들어가 보면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의미와 여유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돌아오는가 하면 내 일상을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내 삶의 쉼표가 될 수 있었던 섬 청산도, 화창한 어느 날 다시 찾으리라는 마음으로 완도항을 향해 출발한다. 청산도 안녕!
* 청산도 – 전남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 114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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