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7) : 역답사 - (정선) <예미역>/<고한역>
1. 정선 신동읍에 있는 <예미역>에 내렸다. 정선 관광안내도에 있는 것처럼 역 앞에는 <MTB 마을>이라는 안내와 자전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밖에 편의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한 군데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는데 주인의 불친절이 조금은 불쾌했다. 하지만 첫인상과 달리 ‘예미역’ 주변은 멋진 답사코스였다. 예미역에서는 두 개의 철로가 나뉘어진다. 하나는 ‘태백’으로 향하는 <태백선>이고, 다른 하나는 ‘함백’으로 달리는 <함백선>이다. 비록 ‘함백선’은 이제 운행하지 않고 함백역도 사라졌지만, 철길은 아직 지속적으로 보수되면서 유지되고 있다.
2. <함백역>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탄광산업의 쇠퇴로 폐역이 결정되고 철거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항의로 다시 복원되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사랑마을>1호로 선정된 것이다. ‘예미역’에서 ‘함백역’까지는 약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두 개의 철로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강원도의 깊은 울림과 특별한 사연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낭만을 동반하게 해준다. ‘함백역’은 하얀 색의 소박하지만 단아한 느낌의 건물로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다. 과거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떠올리게 되는 공간적 역사는 그 자체로 이 지역의 특별함을 만들어준다. ‘예미역’ 부근은 우리나라 역들이 지나는 곳에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과거 가장 높은 곳이 태백선의 <추전역>이었는데. 추전역은 이제 사라졌고, ‘예미역’이 다음으로 높다고 한다.
3. ‘예미역’에서 ‘함백역’까지의 길은 ‘운탄고도’의 일부분이다. 강원도에서는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지역의 명소를 ‘운탄고도’라는 이름으로 연결시켰다. 중국의 ‘차마고도’를 인용한 것이다. 이곳은 ‘운탄고도’ 4길의 일부분이다. 운탄고도 4길은 중간에서 갈라져 <타임캡슐공원>으로 이어지고 고개를 넘어 ‘정암사’ 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제법 멀고 험한 길이다. ‘예미역’을 다시 찾을 기회가 있다면 ‘운탄고도’길을 걷고 다시 돌아와 함백역 주변에 있는 ‘안경다리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싶다. 아무도 없는 마을 한 가운데 불을 켜고 영업하고 있는 카페를 보니, ‘고독’에 익숙한 주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다.
4. <고한역>은 <사북역>과 함께 ‘강원랜드’와 ‘하이원’이 만들어낸 장소이다. 과거 탄광 지역이었던 이 곳은 이제 ‘카지노’와 ‘스키’라는 쾌락과 취미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고한’은 ‘사북’에 비하면 조금 규모도 작고 전체적으로 정감을 주는 지역이다. 역 앞에 만들어진 벽화와 조형물은 아기자기하며 역에서 강원랜드 방향으로 만들어진 높은 나무도로는 이 지역의 특징적인 인상을 심어 주었다. 역 앞 ‘구공탄 시장’은 탄광갱도를 주제로 오밀조밀하게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비록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어둠과 빛이 어울리는 고한역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5. ‘강원랜드 카지노’는 업체가 광고하듯이 ‘캐슬’이었다. 강원랜드 본사에서 리조트와 카지노가 있는 장소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도 멀고 높은 장소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걸어서 가보려고 시도했다. 인도 옆에서는 수많은 셔틀버스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고 고급 차량들은 높은 지역에 자리잡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걷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떤 이유이든, ‘강원랜드 카지노’가 자리한 위치는 일상의 영역과는 경계를 달리하는 특별한 지역임에는 분명하다.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은 일상에서의 변화와 진부함에서 벗어나 신세계를 만나고 싶을 것이다. ‘라스베가스’가 화려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강원랜드 카지노’는 높은 위치에서 퍼져가는 ‘욕망의 불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듯했다.
첫댓글 - " ‘고독’에 익숙한 주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