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누리, 화령아!
그 동안 일상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희들에게 아버지가 품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구나.
아버지와 너희들 사이에 삶의 방식이나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른 부분도 많이 있지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너희들이 이제는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으니, 사소한 문제는 너희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또한 자잘한 일에 대해 참견한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언젠가 누리가 아버지에게 말했지. “아버지는 우리에게 너무 무관심하다고.” 그때 나는 누리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사람은 15세가 되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기이며, 충분히 네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를 꿈꿀 수 있는 시기다”라고. 부모는 너희들의 꿈과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보조적인 역할이란다. 너희들의 인생에 있어서 부모는 조연이란다. 얘들아! 아버지의 세대는 너희들의 세대와 생각과 행동 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단다.
예지는 세 딸의 맏언니로 역할을 잘한다고 본단다. 대부분 친구들이 다하는 과외를 마다하고 학습지를 통해 공부하는 모습이나 한 가지 취미를 갖겠노라 관현악단에서 색소폰 연주한다고 해 처음에는 많은 걱정을 했으나 밝은 미소를 짓는 네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단다.
큰딸 예지야! 입시생의 꿈은 100% 현실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삶의 바탕이 되기에는 충분하단다. 네가 진학하고자 하는 교육계 대학은 다시 너희들을 일깨워 주는 교습을 하는 곳이란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 1차적인 꿈을 일구어라. 진취적인 기상을 가슴에 담아라.
둘째 딸 누리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초등학교 3학년을 무의미하게 보내 학습에 불편함을 준 점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늦게나마 공부보다는 네 자질을 발견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단다. “너의 화폭에 네 나름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라.” 이것이 아버지가 누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란다.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나 장밋빛 꿈을 갖게 마련이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부추기기도 한단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단다.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도외시한 꿈은 자칫 삶을 불필요하게 하기도 하고 불행의 길로 이끌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아버지의 생각이란다.
귀염둥이 셋째 화령아!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구나. 인생의 첫 여름방학도 보냈고, 새로운 환경을 잘 적응하는 네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단다. 새로이 시작한 태권도는 운동이 아니란다. 네게는 조금 어렵겠지만 태권도는 수련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도를 닦는 것이란다.
얘들아! 요즘 아버지는 때때로 지난날을 뒤돌아보면서 청소년기에 내 삶의 청사진을 보다 현명하게 선택해서 인생을 설계해 살아왔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 한결 조화로운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단다. 창밖에 하늘이 한결 높아지고 있구나!
그리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너희들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를 항시 가슴에 담고 살아라. 어머니는 아버지에게도 너희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다.
2002년 8월 25일
세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한철수/시인. 좋은아버지가되려는사람들구리모임직전회장
*4년후 큰 아이는 대학교 2학년, 둘째는 고3 수험생. 세째는 월경을 기다리는 꼬마 숙녀가 되었습니다.
http://www.joongboo.com/html/news_view.asp?articlenum=20060420060821&div=76 |
첫댓글 셋이나...대단하시네요... 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