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살그머니 기어가는 호기심많은 소년처럼 맑고 앳되었고,
바람은 꽃향기를 은은히 뿌리며 유혹하는 청순한 소녀처럼 도도했으며,
햇살은 요람 위의 아기의 바알간 볼처럼 포근하고 따뜻했으며,
나뭇잎은 모처럼 시냇물에 발 담그고 얼굴씻고,
잔디 위에 누어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곤한 잠을 자는
나그네같이 편안했습니다.
그야말로, 평화가 온 대기를 감싸고, 어둔 것들은 모두다 집으로 들어가 버린
축복의 날이었습니다.
우리의 소년은 오늘도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 벌은 다름 아닌 외출 금지령이었습니다.
이 평화로운 마을의 중앙에는 언제나 하얀 연기를 내뿜는
굴뚝이 있었습니다.
높이가 5m나 되는 아주 큰 굴뚝입니다.
소년의 하나뿐인 간절한 소원은
이 굴뚝에 올라가서 바람을 타고 슈퍼맨처럼 날아가는 것입니다.
소년은 이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구름이 되는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 축복의 대지 위에 따뜻한 숨을 내뿜으며 구름을 타고 나는 일이란,
상상만 해도 그렇게 가슴이 뛰고,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입니다.
거의 매일 소년은 부모의 눈을 피해 굴뚝에 올랐고,
한 번은 굴뚝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디어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소년의 부모는 소년이 굴뚝에만 올라가면
외출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소년의 2층 방 안 창문으로 멀리 보이는 굴뚝은
오늘도 하얀 연기로 구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답답했습니다.
굴뚝에 오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한숨을 쉬었습니다.
입에서 하얀 연기가 나왔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구름을 만들 수 있어. 내 마음은 굴뚝이야'
소년은 굴뚝에 오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후, 소년은 침대만한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한숨으로 만든 구름을 타고 창문밖을 유유히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숨을 대지위로 내뿜으며 슈퍼맨처럼 날아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