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_Cadogan_Cowper #프랭크카도간카우퍼 Vanity, 허영, 1907 #1900년대 #유화 38x57cm #Royal_Academy_of_Arts #London #로열아카데미 #런던 #라파엘전파
마치 르네상스 그림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1907년 영국화가 프랭크 카우퍼가 그린 그림이다. 중세이래 이런 류의 그림은 바니타스 Vanitas라고 불리우는 유형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은 찬양하고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재산은 영원할 수 없는 것, 인생은 무상한 것이므로 현재의 잘남에 죄지을 생각하지말고 종교의 가르침에 따르며 착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그림에서도 아름다운 젊은 여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보석으로 잔뜩 치장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는 곁눈질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을 체크하고 있다. 나 좀 이쁜 듯! 하며 만족해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뒤, 배경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탐스럽게 잘 익은 포도송이들이 포도나무 잎과 함께 잔뜩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의 교훈은 이 여인의 젊음도, 아름다움도, 부유한 행색도, 심지어 뒤에 잔뜩 달려있는 잘 익은 포도송이도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의 제목도 허영 Vanity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바니타스 그림들은 그냥 보이는대로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관객들이 즐기도록 그려진 그림이기도 하다. 교회와 도덕적인 사람드에게는 허영, 인생무상, 종교 귀의 등을 외치면서 그림으로 그냥 아름다움을 감상토록 하는 것이 이런 그림들이 유행한 반어법적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세와 르네상스에 그려지던 이런 그림을 1907년에도 그렸다는 것이다. 1907년이면 이미 라파엘 전파는 물론 사실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를 넘어 현대미술들이 도래해 온 시기이다. 아마 이 그림이 카우퍼가 로열 아카데미의 준회원이 된 1907년 그려졌고, 그림이 아카데미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은 그가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그림일 가능성이 높다. 아카데미에 제출하는 그림이므로, 고전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이미 시대와는 맞지 않는 그림이다. 주제가 르네상스 적이고, 그림의 분위기는 라파엘전파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이 그림이 못 그린 그림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잘 그린 그림이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손거울로 훔쳐보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너무 생생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 그림의 여인이 입고 있는 옷은 에드워드 번-존스의 수채화 "시도니아 폰 보르크 Sidonia von Bork"라는 그림에서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이 모티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