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연합군 평양 탈환. 이여송, 한양 탈환 위해 신속 이동

평양을 탈환한 이여송은 한양 진격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매서운 추위가 수그러지고 다가올 봄까지 한양을 수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생겼다. 처음 조선으로 병력을 이끌고 올 때까지만 해도 단번에 왜군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의욕은 평양성 전투를 계기로 남병과 갈등을 겪으며 많이 꺾였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 원활한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싸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여송은 북병 위주의 기마대 운용으로 신속한 기동전을 벌이고자 했다. 기동전은 적시에 식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용될 수 없었다. 한양에서의 전투는 북병 위주로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고 싶었다. 남병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콧대를 꺾을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여송은 조선군 전체를 지휘하는 삼도 도체찰사인 유성룡을 불렀다.
“한양으로 신속히 진격하기 위해선 제때 식량이 보급되어야 하는데, 가능하겠소?”
유성룡은 이여송의 의도를 짐작하고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오. 최대한 맞춰보겠소.”
“무거운 화포를 끌고 움직이다 보니 이동 속도가 매우 더디오. 먼저 기병으로 질풍같이 달려가 한양의 왜군들을 도성 외곽에서 격멸할 것이오.”
유성룡은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당장에라도 식량을 준비할 수 있으니 마음 놓고 진격하시오.”
유성룡은 이여송의 속내를 읽고 준비를 해놓은 터라 자신이 있었다. 이여송과 헤어진 유성룡은 곧바로 황해감사에게 공문을 보내 곡식을 운반하라고 지시했다. 황해감사인 유경영은 유성룡의 지침을 받아 곡식을 산속에 저장해 두고 있었다. 그는 공문을 받자 지체 없이 명나라 군대가 이동하는 길 요소요소에 곡식을 옮겼다.
명군 선두 부대는 1월 20일 개성에 도착했다. 이어 23일에는 이여송이 잔여 부대를 이끌고 합류했다. 이들은 24일 한양 탈환을 위한 작전회의를 한 뒤 신속히 이동했다.
명군 선두 부대는 27일 임진강을 건너 한양 북쪽에 도착했다. 명군은 이곳에서 유격전을 펼치며 왜군을 괴롭혀 온 양주목사 겸 경기도 방어사인 고언백 일행을 만났다.
명군 부총병 사대수와 양주목사 고언백은 3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벽제관을 지나 앞으로 진격했다.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조명 연합군은 마침 고개를 올라오던 왜군 2000여 명과 맞부딪쳤다.
명군의 길 안내를 하며 앞장선 고언백의 조선군 기병은 평소 이 일대에서 왜군과의 조우전(遭遇戰)에 익숙했다. 조선군 기병은 주저 없이 적진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