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열매
길을 걷다가 길가 텃밭에 심어놓은 감자순에서 열매가 열린 것을 보았다. 감자열매인 것이다. 농촌에서 자랐고, 직장을 다닐때도 주말농장에 감자를 심었는데, 감자 열매를 보긴 처음이다.
내가 감자꽃은 가끔씩 보았어도 감자열매를 보지 못한 이유는 예전부터 농부들이 감자꽃이 피면 감자 알(뿌리)이 작아진다며, 꽃과 웃대를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자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감자는 가지과 식물로 꽃이 핀다. 자주감자는 자주색 꽃을 흰감자는 하얀꽃을 피운다. 토마토도 가지과인데, 감자열매와 똑같다. 그러나 토마토는 익으면 빨간색으로 변하지만 감자는 녹색으로 남아있다. 감자열매로도 번식(유성생식)이 가능하다지만, 수확량이 떨어지기에 꽃을 따버린다.
가지과 식물은 솔라닌 독성을 가진다. 그러나 토마토나 가지의 열매엔 독이 없다. 감자는 덩이줄기에 독이 없다. 그러나 감자의 싹이 난 부위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 그리고 감자열매도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한다.
어린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며, 별빛 쏟아지는 한여름 밤 멍석 깐 마당에서 빙 둘러앉아 찐 감자와 옥수수를 먹는 추억이 생각난다. 배부른 사람들에겐 낭만이 느껴지나 우리들에겐 허기진 배를 채우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감자도 종류에 따라서는 껍질째 먹으면 그 맛이 매우 쓰다. 그래서 우리네 어머니들은 바쁜 일상 중에도 감자 껍질을 벗겨내고, 밥위에다 감자를 올려 삶아 내셨다.
여유가 있다면 사카린, 당원 조금 뿌려 달달한 맛을 즐겼으나 그 또한 배부름의 타령이었다. 때론 가마솥 밑바닥에 약간은 까맣게 누려붙은 감자를 긁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감자는 고구마와 함께 우리들의 배고픈 시절을 넘기게한 고마운 구황식품이다. 어릴적 지겹게 먹은 음식들이 쳐다보기도 싫다더라만, 나는 아직도 고구마나 감자를 보면 그 배고팠던 시절의 맛을 잊지 못하는 촌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