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칼 포퍼는 '과학은 반증가능성이 있을 때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반증가능성이라는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떤 가설이 옳다고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검증이라면, 그 가설이 옳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반증일 것입니다. 그럼 어떤 이론이나 학설 중에 반증가능성 조차 없는 이론이나 학설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이론이나 학설을 유사과학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칼 포퍼는 아들러나 프로이트, 융, 마르크스 이론이 반증가능성이 없는 유사과학이라고 했습니다. 과학은 모든 반증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과학이지만, 유사과학은 반증을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딱히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진화론은 단 하나의 반증만으로도 이론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단 하나라도 나온다면 진화론은 무너집니다. 다시 말하면 진화론은 반증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화론은 과학입니다. 만약에 진화론에 대한 반증이 미래에 하나라도 나온다면 진화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새로운 이론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과학은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인 뉴턴의 역학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바뀐 것은 반증가능성을 수용하는 과학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들러의 심리학은 인간의 모든 행동의 배후에 컴플렉스가 있다는 이론입니다. 어떤 사람이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조해도 컴플렉스 때문이고, 구조하지 않아도 컴플렉스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론은 도저히 반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가설은 과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증가능성이라는 말을 '모든 과학 이론은 겸손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절대적 진리로 생각하는 과학이론 조차도 반증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 사상을 지나치게 과신하여 나만 옳다는 독단에 빠지지 말고 상대와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입니다.
어떤 사람의 신념이 투철하다는 것은 대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자신이 옳다는 바를 실천하고 있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면 그 말은 물론 칭찬하는 소리입니다. 전교조 교사들 중에도 신념에 투철한 실천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이 조금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행동하면 일을 더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