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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꽃 / 장현옥
얘들아! 나와 봐, 여기 좀 봐, 꽃이 피었다! 신기하지 않니? 언제 이렇게 꽃을 피웠다니? 언제 이렇게 쑤욱 새 촉이 올라왔지? 여기 좀 봐라, 저기 좀 봐라, 호들갑을 떠는 건 늘 엄마였다. 우리 집 베란다엔 크고 작은 식물이 많이 있어서 작은 정원이 되어 있다. 어느 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새벽에 창문을 열어 제치며 또 호들갑을 떨 것이다. 우리집은 일조 조건이 좋은 남향의 14층 아파트이다. 따사로운 봄날엔 그 햇살이 창문을 뚫고 거실 속 깊숙이까지 들어온다. 가족 모두 낮에 비추이는 햇살을 한가롭게 즐기는 날은 별로 없지만 꼼짝 못하고 집만 지키는 베란다의 식물들에겐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달 밝은 밤 이면, 베란다 옆 컴퓨터 책상 앞에서도 둥근 달을 구경 할 수 있음이 고층 아파트에 사는 또 하나의 특권이다. 모든 여건이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우리집 베란다 식물 중에 특이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관음죽’ 에 아이보리 색깔을 띤 이상한 꽃이 피었었고 '벤쟈민' 에는 아기배와 같은 노란색의 작은 열매가 두해 거듭 열어 주어서 우리 가족은 얼마나 신기하고 기뻤는지 모른다. 자주 이용하는 화원에 문의 해보니'벤쟈민'은 오래 되면 노란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맑고 예쁜 노란빛깔로 제법 오랫동안 기쁨을 선사하다가 갈색으로 변모 되면서 떨어지는걸 보았다. 그러나 ‘관음죽’은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관음죽 꽃을 본 사람은 드물며 "행운의 꽃" 이라면서 좋은 일이 예상되는 길조 라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다지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특이하게 생긴 꽃 이였다. 그 행운의 꽃 덕분 일까? 우리 집은 늘 웃음꽃이 만발하고 좋은 일들이 거듭 거듭 생기기도 했다. 아이들의 친구들도 학교 행사에 모둠별 연습 할 일이 있으면 우리 집에 와서 기획 하고 연습도 하고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으며, 아이들도 학교생활에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난,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이대로 시간이 딱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남편과 함께 이야기 꽃 을 피우기도 했다. 내 작은 가게에 있는 동양란도 그렇다. 오래전, 개업식에 선물로 받았던 것인데 매년 초여름 어느날이면, 가느다란 새 촉이 쑤욱 얼굴을 내밀더니 야들야들한 노란 꽃을 피워낸다. 난 그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준다. 그러고 보니 미혼 시절의 직장 생활이 생각난다. 난, 얼굴보다 목소리에 더 자신이 있었던 총무부 직원 이었다. 그때에 나는 회사의 꽃 이라고 할 만큼 목소리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었다. 전화 받은 여직원이 어느 분이었느냐고 찾아오신 손님도 있을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목소리 까지도 세월 따라 변화되고 만다. 지금은 컬러링이나 링고를 제작 하는 회사가 많이 있지만 그땐 그런 것이 없었으니 우리 회사 전화 녹음에 내 목소리를 담기도 했었다. 난, 그때도 무척이나 꽃을 좋아 했었다. 회사에 꽃꽂이 담당을 자진해서 했었고 꽃꽂이 선생님이 되려고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었다. 꽃꽂이를 해놓고 혼자 너무 좋아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틈만 나면 수반 앞에 가서 꽃들에게 안부를 물었었다. 이런 나를 직장 동료들은 늘 놀려대곤 했었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꽃꽂이는 커녕, 꽃 한 송이도 화병에 꽂아놓고 살기 힘 들것이라고 핀잔을 하시곤 했었다. 난, 꽃꽂이도 해놓고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면서 멋지게 살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었다. 그때만도 얼마나 아름다운 나의 미래를 꿈꾸며 상상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전화 목소리를 더 예쁘게 하려고 노력했던 그때 그 직장 생활이 너무도 그립고 함께 했던 동료 직원들이 문득 보고 싶어진다. 사무치게 그리움이 밀려온다. 많이 사랑받고 많이 행복했던 시절 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중년 여인이 되었는데 그래도 용기 내어 한번 찾아 가볼까? 문득 옛 생각에 취해본다. 지금은 수반에 꽂는 꽃꽂이는 못 하고 살지라도 사랑하는 남편과 자랑스러운 내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행복을 전달하는 기쁨의 꽃꽂이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우면서, 잘 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희망의 꽃밭에, 행복이란 꽃씨를 뿌려 물도 잘 주고 통풍도 잘 시키며 햇살 좋은 곳에서 더욱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내 따사로운 정성을 듬뿍 주련다. 관음죽에서 피어난 행운의 꽃 처럼, 가족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굳건히 이겨낼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도록 해줄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의 입가에는 희망의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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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아침 좀 한가해서..(한가하면 안되는데 ㅎㅎ) 제가 써 놓은 글들을 읽다보니 그중 이글이 좀 행복을 전달해주려나 싶어서 소개 해봅니다. 부끄러운 글 솜씨지만, 어느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서 써본 글입니다. 올해도 지금 우리집 베린다엔 벤쟈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답니다. 너무 기뻐요~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 되십시요~~
꽃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너무 그윽하게 어우러져,모니터에서도 향기가 날 정도입니다. 훌륭한 수필글 실감나네요~
모니터에서도 향기가 날 정도~~대단한 표현 이십니다..역시 우리 부회장님 국문과 출신이신지라 다르시군요 ㅎㅎ 부회장님께서 꽃을 피워주시는군요..감사합니다.
행복한 모습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물을주며 정성스레 가꾼 난 화분에서 피어난 蘭향이 얼마나 그윽하고 향기로운지---- 주부로 살면서 꽃으로 수반을 채우기는 어렵지만 화분에 피어난 꽃으로 대리 만족한답니다---- 더욱 행복하시고 기쁜날들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도 뵙지 못했지만 천사같은 환한 얼굴이 그려지는데요?!! 충만한 기쁨으로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