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 / 소프라노 강혜정
(한명희 詩, 장일남 曲)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樵童) 친구 두고 온 하늘 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초연(硝煙) : 화약 연기
*초동(樵童) 친구 : 땔나무를
같이 하던 어릴 적 친구
노래: 비목(碑木)
아티스트: 소프라노 강혜정
앨범: [Your Song] (한국 가곡, 2021)
詞,曲: 한명희 詩, 장일남 曲 (1967)
1964년,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계곡, 비무장 지대를 순찰하던
한 청년 장교(한명희, 당시 25세. 소위, 전 서울시립대 교수)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이끼 낀 무명 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다.
6.25때 숨진 어느 무명용사의 무덤인 듯 옆에는 녹슨 철모가 딩굴고
있었고, 무덤 머리의 십자가 비목(碑木)은 썩어 금방 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다.
녹슨 철모, 이끼 덮인 돌무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새하얀 산목련,
화약 냄새가 쓸고 간 깊은 계곡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그는 돌무덤의 주인이 현재의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었을 거라는
깊은 애상에 잠겼다.
4년 뒤 당시 동양방송(TBC) 에서 일하던 한명희 PD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장일남 작곡가(한양대 음대 명예교수, 2006년9월 별세)는 가곡에 쓸
가사 하나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돌무덤과 비목의 잔상이 가슴 속에 맺혀 있던 한명희 PD는 즉시 펜을 들고
가사를 써내려갔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 넋을 기리는 이 "비목"의 가사에,
장일남 작곡가가 곡을 붙여 1967년에 이 노래가 탄생되었다.
'비목'이 국민가요로 떠오른 것은 1970년 중반 무렵부터이다..
1975년 '동아음악콩쿠르' 주최측은 '비목'을 지정곡으로 정했다.
그리고, 1976년 TBC 드라마 <결혼행진곡>(홍세미, 김세윤, 한진희, 장미희...
등이 출연)에서 '비목'이 배경 음악으로 나오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당시 최고의 인기 가곡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드라마에서 '비목'은, 메조 소프라노 백남옥 교수가 부른 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