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은 공공비축제를 도입하고 추곡수매 국회동의제를 폐지하는 등 양정제도의 개편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이런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뒤 9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이 시행될 경우 추곡수매제 등 양정제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다.
◆추곡수매제=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이 도입된다고 해서 추곡수매제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곡수매 국회 동의제만 폐지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동의제가 폐지되면 수매가격과 수매량을 정부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추곡수매제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정부도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에 따라 쌀 소득보전직불제가 시행되면 “추곡수매제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사실상 추곡수매제 폐지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추가적인 보조금 감축과 개방 확대가 예상되는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이후 상황을 감안할 때 추곡수매는 더이상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곡수매제도가 그동안 해왔던 △농가소득 지지 △수확기 물량 흡수 △식량안보 등 3가지 기능 가운데 농가 소득지지는 쌀농가 소득안정방안 추진으로, 수매값에 따른 농가 직접 소득효과를 목표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확기 물량 흡수 기능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벼 매입능력을 확대해 보완하고, 식량안보 기능은 공공비축제를 통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추곡수매의 소득효과가 이미 목표가격에 반영됐는데도 추곡수매제를 통해 또 국회가 수매가격을 정하면 이중 지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추곡수매제는 유지해야 한다며 폐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공비축제=공공비축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허용하는 제도로 국가 비상시를 대비해 최소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공공비축 물량은 양곡연도 말(매년 10월 말) 기준으로 600만섬이다. 이를 위해 수확기 때 300만섬을 시가로 사들이고, 단경기에 300만섬을 시가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비축제 도입시기와 관련해 △2005년산부터 전면 실시 △현행 추곡수매제와 병행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이후로 연기 등 3가지 안을 놓고 검토, 최종적으로 내년부터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이 시행되면 현재 감축대상보조(AMS) 대부분을 활용하고 있는 추곡수매제 유지가 어렵고, 수매제와 병행하는 경우 세계무역기구 협정상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높은 데다 시행상에도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로 전면 전환하는 데 대해 농민단체 등은 반발하며 추곡수매제와 병행하다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공비축제에 따른 비축물량을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로 추곡수매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기에는 추곡수매제 국회동의제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때 추곡수매제는 현행 추곡수매제와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