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현충일,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하루 밖에 쉬지 못하였지만 나는 또 새벽에 일어나 지하철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몽골인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9시 30분 정확히 광나루 역에 도착하여 친구들과 함께 버스에 탔다. 좀 기다리니 처음 보는 아이들이 올라탔는데 셀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을 보고 자란 우리이지만 그 아이들이 한국인인지 몽골인인지 조차 헷갈릴 정도로 우리와 닮았었다. 그리고 몽골 이주자들의 자녀들이라고 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불쌍한 아이들일 줄만 알았는데 거의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다들 휴대폰 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PSP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몽골 친구들 중 짝꿍을 정하는데 나는 ‘툽싱어드’라는 7학년 남자아이였다.
그렇게 짝꿍을 데리고 역사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해주라는 선생님 말씀에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말도 안 통할 것 같은, 두 살이나 어린, 그것도 남자아이를 데리고 나도 잘 모르는 역사를 설명해 주라니,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한 예감에 한숨만 나왔다.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했다. 툽싱어드는 한국말을 거의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대충 알아듣긴 하지만 한국어를 할 줄도 모르고 아는 단어들도 한정되어있었다. 거기다가 PSP를 가지고 있어서 버스에선 계속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시킬 수도 없었다. 가까스로 몇 마디 의례적인 말들만 하고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갯벌에 도착해서도 여벌 옷을 준비해오지 않았다고 갯벌에 들어가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갯벌에 들어갔는데 후에 소현이의 짝꿍이었던 아나르와 해원이의 짝꿍이었던 두문바야르가 와서 나와 소현이와 같이 놀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나름 장난도 치고 갯벌 멀리까지 다녀왔다. 갯벌에서 나와서 피구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는데 그 중에 내 짝꿍 툽싱어드는 없어서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데 오는 길 버스에서 선생님께서 자기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어 서로에 대해 알아내 발표를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툽싱어드와 드디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의 장점, 단점, 장래희망을 알아내고 난 후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발표를 하고 난 후에 나는 자리에 들어와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툽싱어드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면서 디지털카메라에 담겨있는 유명스타들의 공연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마야, SS501 등등 많은 가수들이 몽골 재한 학교에 다녀갔던 것 같았다. 그걸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툽싱어드의 친구가 그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갔다. 그 후에 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툽싱어드는 벌써 내리고 없었다.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는데 툽싱어드가 나에게 잘 가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렇게 긴 휴일을 봉사활동과 숙제에 파묻혀 지내다가 학교에 돌아갔는데 툽싱어드와 몇 번 문자를 또 주고 받았다. 가끔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고 가끔은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처음보다 툽싱어드와 꽤 친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다. ^^
해원이 짝꿍 두문바야르와 해원이 ^^
내 짝꿍 툽싱어드와 나
서연이 언니 짝꿍과 서연이언니
해원이, 두문바야르, 툽싱어드, 나 ^^
문민석, 박해원, 이소현
아이들
오토바이(?) 타는 소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