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화엄경] <18>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
하늘에 오른 부처님…설법 준비 마치다
보리수 아래를 떠나지 않은 채
수미산 정상 올라 제석천 궁전
묘승전 향해 가신 것으로 시작
불교의 우주관과 신들의 위치를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3계28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상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바세계가 있고, 천상은 자신의 ‘마음사용법’에 따라 3가지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탐욕이 존재하는 욕망의 세계(欲界)에 6종류의 하늘이 있으니 바로 사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이다. 탐욕을 여의었지만 아직 물질에 대한 애착이 아직 남아있는 색계(色界)의 18종류의 하늘과 또 욕망과 물질을 완전히 초월한 그야말로 자유자재하며 순수한 정신세계인 무색계(無色界)에 4종의 하늘이 있다. 불자들이 늘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수미산은 바로 도리천과 사왕천 사이에 있고, 부처님이 그리운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에 올라 3개월간 설법한 곳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를 떠나지 않고 수미산 정상에 올라 제석천의 궁전 묘승전을 향해 가신 것으로 제13품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이 시작된다. 부처님은 6신통력을 갖추신 분이기도 하지만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덕과 선정의 힘으로 부처님의 몸이 이미 일체처에 두루 변만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려불화가 있다. 일본 부동원의 ‘만오천불도(萬五千佛圖)’이다. 비로자나불(혹은 화엄계 관음보살)의 그림 속에 피부를 제외한 모든 허공과 의상에 부처님과 보살과 스님들과 불(佛)과 만(卍)이 1만5000분이 계시는 그림이다. 부처님 머리 크기가 5mm이며 보살은 검정물감으로, 부처님은 금으로 빽빽이 그려져 있다. 하나인 부처님이 일체에 가득하고, 온 세상 가득한 부처님은 하나의 모습으로 보이는 광경이다. 세상에 두루 변만하시다는 말씀을 그림으로 이해시키는 확실한 방법이다.
부처님이 제석천궁을 향해 오시는 것을 본 제석은 감격에 겨워 맨발로 뛰어나가려다 부처님을 맞이할 준비가 우선임을 알아차린다. 역시나 신통력으로 궁전을 장엄하고 보석으로 이루어진 사자좌를 놓으니 하늘에서 저절로 법회를 할 수 있는 모든 장엄구가 내려왔다. 부처님을 공경히 맞이한 제석은 함께 온 시방의 부처님들을 뵙자, 깜짝 놀란다. 오래 전 어느 날에 부처님 곁에서 공부하고 선근을 심었던 수많은 시간들과 이 부처님들과 만나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자 눈물이 나오도록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 도리천을 찾아오셨던 모든 부처님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가섭여래께서는 대자비를 갖추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서 으뜸이라. 그 부처님께서 여기 다녀가셨으니 이런 까닭에 이곳, 묘승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로다. 구나함모니께서는 소견이 걸림이 없으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가장 높도다. 그 부처님께서도 이곳에 다녀가시니 그런 이 곳, 묘승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로다. 가라구타께서는 금산과 같으시니 모든 길상 중에서 가장 높으시네, 그럼에도 그 부처님께서 우리들의 궁전을 찾아주셨으니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로다. 비사부불께서는 세 가지 때가 없으시니 모든 길상 중에 최고시라, 그럼에도 이곳 궁전을 찾으셨으니 이곳 묘승전은 세상에서 가장 기쁜 곳이로다. 시기여래께서는 분별심을 여의고 이 궁전에 찾아 오시도다. 그런 까닭에 이곳 묘승전이 정말 가장 기쁜 곳이로다. 비바시불께서는 보름달과 같으시니 모든 길상 중에서 가장 높으심이라. 그럼에도 이곳 묘승전에 오셨으니 이 까닭에 묘승전이 정말 가장 기쁜 곳이로다. 불사여래께서 제일의를 통달하셨으니 모든 길상 가운데 최고시라. 그 부처님이 이 묘승전에 오셨으니 이곳이 가장 길상합니다. 연등여래께서는 큰 광명이시니 모든 길상 가운데 으뜸이시다. 그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궁전에 오셨기에 그런 까닭에 이곳이 가장 행복한 곳이도다. 그 때 세존께서 묘승전에 들어가시어 가부좌를 하고 앉으시니 이 궁전은 홀연히 넓어져서 그 하늘 대중이 다 들어와 머물렀습니다.”
시방세계 모든 곳에서도 이와 같았다. 마침내 부처님께서 도리천에 몸을 나투고 설법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불교신문33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