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장석분 헬레나 자매님의 장례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1933년생이신 헬레나 자매님은 목수인 남편을 만나 논산 연무에서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면서 슬하에 7남매를 두셨습니다. 그러다가 1971년 5월 29일, 연무 성당에서 세례 성사를 받은 이후로 평생을 가톨릭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 의지하며 생활하셨습니다. 하지만 45세에 먼저 남편을 떠나 보내야하는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그 뒤로는 홀로 자녀들을 돌보셨습니다. 어느덧 그 세월도 40년을 넘기셨네요. 그래도 그 긴 세월을 홀로 버틸 수 있도록 이끌어준 원천은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들 한명이 사제성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먼저 하느님 곁으로 보내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매님의 일상은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확고했습니다.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셔서 자손들을 위해 기도하셨고, 하루의 일과도 미사를 중심으로 정해졌습니다. 맏아들인 윤화병 야고보 형제님 댁에서 지내시기 답답하셨는지 3년 전쯤 계룡 성당 근처에 처소를 마련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스스로 병원에 찾아갔다가 갑자기 위독해지셨습니다. 그래서 저녁 미사를 앞두고 병자성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땐 쉼 호흡이 너무나 힘들어보였습니다. 먼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병자성사를 통해 육신의 고통을 주님께 맡겨드릴 수 있도록 돌봐드리고, 영성체를 통해 생명의 양식을 모실 수 있도록 보살펴드렸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겨드리는 모습이 제게는 너무나 거룩하게 느껴졌습니다. 본당 미사 때문에 긴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일찍 떠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선종 소식을 듣고 걱정하며 목요일 오전 빈소를 찾아갔을 때 편안하게 임종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1인 병실에서 숨을 거두실 때까지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고백하시면서도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셨고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6남매와 자손들에게 일일이 축복 기도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고인의 발자취를 들으면서 성모님의 일생과 너무나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유가족 여러분은 가족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고인의 노고에 감사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고인이 여러분에게 남겨주신 최고의 선물인 신앙의 유산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하늘에 보물을 쌓으려고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아무런 준비 없이 어머니를, 그리고 할머니를 멀리 떠나 보내야하는 이별의 이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되새기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신 성모님처럼 고인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기도 안에서 용기와 힘을 내세요. 영원한 작별이 아닌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기억하면서 말이죠.
주님! 장석분 헬레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헬레나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