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때, 남도 답사를 갔었다.
즐거운 기억도 많았고 진정 다시 가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유독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곳이 바로 '소쇄원'이었다.
너무 좁고 지저분하고 번잡하고,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대표격이고, 선비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는데,
내 기억 속의 소쇄원은 파란 비닐 천막과 지저분한 발자국,빨래줄에 걸린 빨래...뭐 이런 것이었다.
이런 안 좋은 기억은 안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다시 소쇄원을 찾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한 드라마 때문이었다.
03년 온 나라를 울음 바다에 빠뜨렸던 바로 그 드라마 '조선 여형사, 茶母'
나 역시 폐인 중의 폐인임을 자처했던터라....다모 촬영지는 열심으로 찾아 다녔다.
이왕 담양에 가는 거, 소쇄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순전히 그 이유 때문에 소쇄원을 다시 찾았다.
다행히도 다시 찾은 소쇄원은 옛날의 안 좋은 기억들을 모두 없애 줬고,
나름 여름 정자의 시원한 정취를 느끼게 해 줬다.
저길 간 때가 한 여름이라 그랬는지 정말 더웠다.
한 걸음 걷는 것조차 헉헉 소리가 날 때였는데, 소쇄원 안은 시원한 개울도 있고 불과 몇 발자국 밖의 세상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저기 서서 장난치는 연인들을 보니 생각나는 연인들이 있었다.
아주 슬픈 인연을 가졌던, 그러나 生死를 초월하는 사랑을 했던 한 연인들이.
어쩔 수 없는 다모 폐인이다.
경기도 지역으로 기찰을 떠나는 채옥을 배웅하던 나으리 생각이 났다.
채옥이의 한 마디 '도련님'에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던 나으리. ㅋㅋㅋㅋ
바로 저기다.
여긴 제월당.
바로 1회 포장 영감과 훈련대장, 윤이 옥이가 우려 준 차를 마시던 장소다.
이 때, 원해가 달려와 살인사건이 났음을 알리자 포장 영감이 채옥이더러 '내방사건이니 가 보거라' 라고 하며,
채옥이의 신분을 한꺼번에 알려줬던 바로 그 장소.
다모 본방 시작에서는 이 앞부분에 프롤로그 형식으로 성백이 관군에서 쫓기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느닷없는 장면에서 벌써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는데,
비로소 '1부'라는 드라마 시작을 알리는 자막은 이렇게 나왔다.
저기가 바로 소쇄원 제월당이다.
드라마에서는 초여름이라고 설정 돼 있는데 화면에서 보이는 소쇄원은 완전 겨울 풍경이다.
빛마저 차가워 보인다.
카메라와 영상이 너무 좋아도 탈이다.
빛마저 그 온도가 느껴지니 말이다. ㅋㅋㅋ
<다모>에서는 소쇄원에서 찍은 장면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난 그 때마다 무지 놀랬다. 내 기억 속의 소쇄원과 드라마 속 소쇄원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MBC에서는 다모 종영 후, 촬영지를 도는 투어 상품도 내 놔서 짭짤한 재미를 봤는데
그 때, 소쇄원도 포함돼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우리 카페 사람들과 다모 촬영지 투어를 갔을 때는 나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소쇄원은 제외 됐었다.
근데 나만 이렇게 갔다 왔다. 미안케스리. ㅋㅋㅋㅋ
제월당은 현재 소쇄원의 중심 건물이다.
남아 있는 건물은 제월당 外 광풍각과 대봉대가 있는데 찍어 놓은 사진도 마음에 안 들거니와 제월당만큼 뽀대가 나오지도 않더라.^^;
<다모>에도 안 나왔고.
이번 여행에서는 소쇄원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 왔다.
다소 사람이 많아서 좀 그렇긴 했지만 왜 이 곳이 남도의 수 많은 정자들 중 으뜸이고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원류라 불리는지 알만하겠더라.
다만 소쇄원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이걸 보기 위해 일부러 담양에 가는 건 좀 억울할 수 있다.
근처에 식영정이나 담양 대나무 테마파크나 관방제림등을 함께 둘러 보면 아주 좋은 관광코스가 된다.
대나무 테마파크나 관방제림 등도 워낙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해서 이젠 모를 사람이 없을 듯도 싶다.
더불어 담양의 자랑, 떡갈비 한 상 받아 주시면 금상첨화인데,
솔직히 떡갈비는 좀 비싸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담양 관광에 있어 아쉬웠던 점.
맛은 내가 간 음식점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홈플러스에서 파는 떡갈비나 뭐~~거기서 거기.
덤으로 올린다.
담양의 또 하나의 자랑, 메타세콰이어의 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몇 위에 든다는 바로 그 길이다.
시원하니 천천히 걸으면 기분이 좋아질만도 하더라.
참고 : 소쇄원 홈페이지 http://www.soswaew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