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몰, 12만종 갖춘 종합쇼핑몰
본죽, 자체 배달앱으로 죽 판매
CJ더마켓, 빅데이터 상품 추천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절약하고
판매 데이터 모아 마케팅 활용도
본죽, 본도시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최근 배달 앱인 '본 오더'를 통해 전국 1500여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자체 앱을 통해서도 직접 배달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아이에프는 2018년에는 간편 죽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자체 온라인 몰인 '본몰'도 선보였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자체 앱과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절약하고, 판매 데이터도 축적해 충성 고객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최근 '신흥 유통 권력'으로 떠오른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맞서 자체 온라인몰을 키우는 제조.서비스업체가 늘고 있다.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납품 단가를 후려치거나, 상품 노출, 검색 순위에서 불이익을 줄 경우를 대비할 뿐 아니라. 플랫폼이 장악한 고객. 판매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서다. 유통 시장의 패권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최저가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온라인 직영점 개편 바람
최근 직영 온라인몰 '삼양맛샵'을 선보인 삼양식품은 '불타는 고추 짜장' '불닭볶음김치'같은 신제품을 삼양맛샵에서 먼저 단독 공개했다. 예전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며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이번엔 자체 온라인 몰에서 첫선을 선보인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맛샵을 오르는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자체 온라인몰 강화를 위해 상품군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동원F&B의 온라인 몰 '동원몰'은 2007년 거래액이 2억원에 불과헸지만 지난해에는 160배로 성장한 320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는 '동원몰'을 동원 제품을 포함해 생활용품.가전 등 다은 업체 상품까지 취급하는 종합몰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여름 기존 쇼핑몰'CJ온마트'를 CJ더마켓'으로 리뉴얼했다. AI요리상담사'조리봇', 고객맞춤 큐레이팅 서비스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상품검색.판매 데이터가 곧 소비자의 마음을 반영하는 세상"이라며 '이커머스의 강점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편했다"고 했다.
호텔업계도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같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을 통한 객실 예약비율이 70%를 넘어서자, 수수료 절감을 위해 '온라인 직판'에 나서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11월 한국,동남아 7개 지점의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8000여 객실을 OTA없이 직접 완판시켰다. 더플라자호텔은 공식 홈페이지에 가입만 해도 객실 업그레이드 쿠폰과 뷔페 할인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권력 깨달은 유통업계
자체 온라인몰 투자에 나선 업체들은 "이커머스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쿠팡이 생활소비재 기업 20여 곳을 대상으로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다. 현재 쿠팡은 최저가 정책에 따른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안겼다는 의혹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손에 쥐는 판매 데이터도 만만치 않다. 일부 플랫폼 업체는 상품 검색어. 유입 경로. 판매 순위 등의 자료를 '프리미엄 데이터' 패키지로 묶어 납품업체에 100만~1000만원에 판매한다. 자체 온라인몰이 활성화되면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료다. 한 생활용품 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소비자가 꼭 찾는 인기 제품을 보유한 제조업체는 오히려 유통 채널에 '가격 마지노선'을 제시할 힘이 있었다"며 "오프라인에서 유지되던 가격 카르텔과 유통망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업체들이 '온라인 총판'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아마존의 유통 생태계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아마존은 스타트업에서 대형 브랜드까지 수십만 공급업체가 경쟁 플랫폼에서 단 1원이라도 더 싸게 팔지 못하도록 쥐어짜고 있다"며 "판매자들이 아마존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하지만 다른 온라인 판로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