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에 급하게 잡힌 그녀와의 오랜만의 만남.
우선 강남쪽으로 가는 버스 6405번을 타러 울 아파트에서 두 정거장이지만 실은 한 정거장 거리의
한진아파트정류장으로 도착시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걸어가는데
6405번 버스가 벌써 도착하여 ...엥?
줄 지어 서 있던 이들이 탄 후 마지막에 버스에 올랐더니 아뿔싸! 빈좌석이 없다.
이런 이런..
"좀 세워주시면 안될까요? 내리고 싶은데..."
"세울 수 없어요"
"그럼 어디서 세우나요?"
"선바위..."
오 마이 갓! 선바위!
선바위까지 이렇게 서서가야 한다고요~ 에효~
"금방 가요.금방.."
금방은 무슨...40분은 더 가야하는데....
운전석 뒤에 서서.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이유가 무언가...
기실 내가 타려던 버스는 다음 배차순서의 버스로 여유있게 나와서 기다리려던 것이었는데
앞 선 배차의 이 버스가 늦게 도착하여 깜빡..혼돈하여서...
몇년 전.언젠가 이맘때 쯤이었던가.
서울, 신촌현대백화점 근처에서.송도로 들어오는 1301번 버스를 근 한 시간여 동안 길에서 기다렸다가
타긴 탔는데 빈좌석이 없어서.
핸드백에 종이가방에, 버스기다리는 동안 노점상화원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 사게 된
크로커스화분 둘도 까만 비닐봉지에 들어있어 그걸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은 버스손잡이를 잡고.
백화점 제과 코너에서 산 빵이 들은 종이가방이 손잡이가 툭 끊어져
그걸 또 옆구리에 끼고.
바닥에 툭 떨어진 것을 주워주던 좌석의 아가씨. (아 그때는 정말이지 그 손잡이가 끊어진 종이가방,
그냥 모른 체 버리고 싶었는데...)
그 때 홍대근처에 경락맛사지를 받고 오는 길에 친구 D가 만나자하여 신촌현대백까지 갔다가
이런 사단이 난 것임에.
에효..그냥 돌아갈 걸..홍대입구에서 탔으면 자리도 있었고...
경락마사사지 받아 나긋나긋 풀렸던 몸은
이 손 저 손 무거운 짐을 바꿔들어가며, 하이힐 신은 다리는 뻣뻣뻣...
한 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흔들리면서 최악이었던 그 때,
중간에 버스를 세울 수 있다면 요금이 얼마든 콜택시 부르고 싶었던.
집에 돌아오니 온 몸이 욱씬욱씬..,,
오 마이 갓! 또 그 때처럼!
에효! 이젠 내릴래야 내릴 수도 없으니 40여분 이상을 이렇게 서서 가야한다! 에효!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탈 것을...
후회막급이지만 이미 버스는 달리는 중이고...
"아주머니, 이리로 앉으세요."
뒤에서 누가 말을 하여 돌아보니
나이가 드신 신사분이 자리를 양보하는게 아닌가!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거듭 사양을 하다가 염치불구 자리에 앉았네.
묵주기도를 시작하며 지향은
그 신사께서 오늘, 특별히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기를..
주님께서 그분이 베푸신 선한 희생과 친절을 기억해 주시도록.
묵주기도 20단을 바치고나니 서초역에 도착.
"고맙습니다."
다시금 정중하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삼성역으로 가기위해 지하계단을 내려가며 오늘 하루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지내야겠다..고..
전철에서는 한 정거장 지나 교대역에 이르니 바로 앞의 남자가 내려서 좌석 득템~훗~
2012'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아침에 갑자기 잡힌 약속으로 오래간만에 만난 그녀와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이런저런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전시회장을 돌다가
어느 코너에서 노란 수선화의 물결에 오호~
늦은 점심으로 예전에는 '오 킴스브로이'이름이었다가 바뀌어진 식당에서
낙지덮밥을 주문하였는데
번호표를 받아 불이 들어오면 직접 가져오는 시스템인데...
(난 이런 식당은 싫다.솔직히...10% 부과세까지 붙어서가격도 싼 편이 아닌데.... )
찾으러 가니 직원이 식탁으로 직접가져다주더니 의자까지 당겨주는 친절.^^
P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때 자모인 그녀는 몇 년 전 세례를 받아 소화데레사가 되었고
서울로 이사를 와서는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는다고.
함께 사는 시모가 교회다니시는 터라 단체가입이라든지 레지오 활동등은 아직 하기 여의치 않지만
두 아들을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하게 된다는 그녀.
돌아오는 버스.
좌석에 자리하였는데...
서울에서의 마지막 정류장에서 탄 중년의 남녀는 자리가 없어서 입석.
묵주기도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남자왈,
"서울 여자.부산 여자.인천여자가 있는데
그 중 누가 가장 똑똑할까요?"
여자왈
"서울 여자..."
남자왈,
세 명의 여자가 감옥에서 탈출을 하여 도망을 가다가 쌀자루가 세개가 있어
각자 그 쌀자루 안에 숨었는데.
뒤따라 추격하던 이들이 쌀자루를 발견하고 툭툭 건드렸는데.
부산여자왈,
"멍멍!!"
"개가 들어있네.."
다음.인천여자가 숨어있는 쌀자루를 툭툭!!
"야옹~ 야옹~"
"고양이네"
마지막 서울여자는
"쌀! 쌀!"
그랬다네.
픽~ 웃음이 나왔는데.
듣고 있던 여자는 반응이 없다.
남자왈,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보시라..고.
밤기도
주님, 오늘 제가 만난 사람들.
친구 소화데레사와.
버스안의 신사.
식당의 직원...
그분들을 축복하소서...
제가 누렸던 친절한 마음들을 잊지 않고
다른 이웃들에게 오롯하게, 더 보태어 나누는 덕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축복이라는 의미가 거창한게 아니고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 나는 소소한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겁니다 사순시기에 쉼없는 묵상 연재로 많은 레지오단원(아이레지오회원)들에게 聖化의 길로 안내하는 공로덕분에 노신사를 보내주신게 아닐까...보이지 않게 묵묵히 일상에서 선행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각막한 현세가 굴러간다는 생각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