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내조의 공을 입다.
연습하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많다. 의사가 아내(윤소정, 2017년 6월 폐렴으로 열반)라고 했을 때도 호전되겠지 기대했었다. 중환자실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입원할 때 ‘나 알겠어?’라고 물었더니 ‘어’하고 대답했던 게 다였다. 내가 자상하지 못해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했다. 아내에게 잔소리하며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처음엔 내가 벌어 먹고 살았지만, 방송 일이 줄어든 뒤로 집사람이 20년 정도 양장점을 하며 돈을 벌었다.
- 배우 윤소정의 남편이자 배우인 오현경의 말, 중앙일보, 2018.01.24.
432. 못난 고집쟁이
나는 못난 고집쟁이다. 웬만하면 출연 전 계약서를 안 쓴다. 중간에 내가 죽거나 아플 수도 있는데 어떻게 될 줄 알고 계약서를 쓰는가? 그러다 사기꾼한테 걸려 출연료를 못 받은 적도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상업광고에 나갈 수 없어서 광고출연을 하지 않았다. 가끔 아쉽게 생각되기도 한다. 후배배우들에게 화술·연기 등을 무료로 가르쳐주기 위해 시작했던 스튜디오 ‘송백당’ 운영을 3년 만에 접었는데, 돈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배우에게 CF 출연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요즘 세태는 문제다.
- 배우 윤소정의 남편이자 배우인 오현경의 말, 중앙일보, 2018.01.24.
433. 자신감과 책임감
저 개인적으로는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 못했고요. 한국선수 최초로 8강 진출할 때도 생각이 남고, 조코비치 선수를 2년 만에 다시 같은 코트에서 시합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선수를 이긴 것도 또 기억에 남고, 첫 4강도 기억에 남고, 모든 순간순간 하나씩 다 머릿속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테니스를 위해서 앞으로 조금만 더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4강에 진출한 테니스 선수 정현의 말, MBN, 2018.01.28.
434. 고개를 숙이지 말고 긍지를 가져라.
솔직히 나는 한국축구에서 거의 퇴출된 상태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나에게 기회를 준 베트남에 오히려 내가 감사하다. 하지만 내 속은 대한민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베트남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사상 첫 U-23 챔피언십 2위라는 성과보다 패배에 실망해 있던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말라. 우리가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긍지를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이를 언론은 박항서 리더십이라 표현해 주더라. 난생 처음 눈을 본 선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만큼 잘 싸워줬다. 베트남 선수들은 이겨본 기억이 없어 스스로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라커룸에 갔더니 다 시무룩하게 있더라. 경기는 졌지만 최선을 다 한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죄인처럼 있는 모습이 보기가 싫더라.
-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및 U-23팀 총감독 박항서의 말, 텐아시아, 2018.01.31.
435. 부드럽게 거절하기
그런데 어떤 특정 여성문인이 그 수많은 권력을 쥔 남성문인들로부터 요구를 거절하고 그것도 그냥 부드럽게 거절하면 적이 되지 않은데, 이 여자가 세련되지 못해서 좀 거칠게 거절하면 그들은 상처를 받죠. 상처를 받으면 복수를 하죠. 그런데 제가 세상을 살아보니까 거절할 때는···. 옛날에 김소월 시인의 시가 있어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그 시에도 이런 표현이 나와요. "내가 부드럽게 거절하는 법만 알았더라면 차라리 세상을 모르고 살겠노라." 이런 표현이 있는데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이 상대를 덜 상처받게 하죠.
- 풍자시 '돼지'와 '괴물'을 쓴 시인 최영미의 말, jtbc, 2018.02.06.
* 김소월의 시의 표현은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