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세상 누구 보나 가깝지만 때로는 세상 누구보다 멀게만 느껴지고 불편한 것이
부모 자식관계가 아닐까?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 분석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가구(패널가구원 3130명)의 부모와의 접촉빈도 중위 횟수가
왕래가 1년에 12회, 전화 연락이 52회라고 한다.
한 달에 한번 만나고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한다는 의미인데
중위 횟수에 못 미치는 나는 불효녀인가?
왕래는 1년에 (생신 2회, 명절 2회, 어버이날, 기타 총 6~7회), 전화 연락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인데.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하면 나는 평균에 못 미치는 자식이다.
트라우마 : 정신적 상처, 마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상황
부모님과의 통화가 불편하다.
엄마와의 통화는 더 그렇다.
전화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바빠서 일 때도 있고, 몸이 아플 때는 엄마가 걱정하실까 염려해서 전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트라우마가 생긴 이유는
통화를 했던 상황이 늘 불편해서였던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이 말이 많지 않고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니다.
살가운 딸은 아니라는 뜻이다.
직업(직업군인)을 가진 후 부모님 곁을 떠나 오래도록 생활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거리감과 어색함이 생긴 것도 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엄마는 지금도 내가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신다.
그 얘기를 다른 가족에게 푸념처럼 얘기를 하신다.
"다른 집 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한다는데... 우리 집은..."
"언니야, 엄마한테 전화 좀 해라. 엄마가 외로워하는 것 같더라." (여동생)
"엄마한테 전화 좀 해. 전화 안 한다고 뭐라고 하시더라." (작은 오빠)
아버지까지 한 마디 보태신다.
"느그 엄마한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전화해라. 전화 안 한다고 뭐라 하더라."(아버지)
서운하면 내게 얘기하시지.. 엄마는 왜 그러실까?
전화를 못 드린 반성도 되지만 서운함도 생기고 그럴수록 통화가 더 불편해진다.
내가 전화를 자주 안 하는 것이 트라우마 때문인 것을 엄마는 모르고 계신 걸까?
통화를 못한 기간이 길어지면 내 마음도 부담이 된다.
'전화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안 하면 엄마가 또 뭐라 하실 텐데...'
그러면서도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전화를 한다.
"이여사님(엄마) 별일 없으셔요? 아픈 데는 없으시고.."
"느그 아버지가 또 속을 확 뒤집어놓네.. 그렇게 씻으라고 하는데도 씻지 않고.. 사람 미치겠다."
"느그 오빠가 술을 먹고 또 속을 섞여서. 죽겠다. 느그 올케가 얼마나 속상하겠나.
왜 그렇게 철이 안 드는지.. 술이 웬수다. 웬수."
매번 이런 식이었다.
기분 좋게 통화를 끝낸 기억이 별로 없다.
매번 엄마의 원망과 푸념, 다른 가족의 안 좋은 소식만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속상한 일을 얘기하실지가 걱정된다.
전화를 거는 마음이 편할 수가 없고
피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을 전해 들으면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다운되니까.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도 (아버지 생신으로 모인) 자식들이 전화 안 한다고 한바탕 욕을 쏟아내셨다.
"자식들이 전화 안 하면 엄마가 전화해 보면 되지. 전화 안 한다고 뭐라고 하셔요?"
엄마가 연세가 드실수록 외로워하고 서운함이 커진다는 것을 알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식이 바빠서 전화 못하면 엄마가 먼저 하면 되지. 그걸 뭐 그렇게 서운하게 생각하셔?"
"내가 왜 먼저 전화하나. 자존심 상하게.."
"자식한테 전화 먼저 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엄마도 참..."
"나는 그렇다. 자존심 상한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할 말이 없다.
자존심이 강한 분이고
그 자존심이 부모로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가 먼저 자식에게 전화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자식도 아쉽고 섭섭한 일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엄마를 이제 와서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시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다만, 나는 내 자식에게 그러지 말아야지.
자식이 전화 안 한다고 서운해하지도 말고. 궁금하면 먼저 전화해야지. (아주 가끔씩만)
다짐해 본다.
부모님과 전화했을 때 듣기 싫은 소리는
죽는소리, 싫은 소리, 욕하는 소리라고 한다.
자식은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위로받고 편하고 싶다.
부정적이고 불편하고 욕을 듣고 싶어서 통화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도 그런 점을 알아야 하는 것이 맞다.
부모 자식도 인간관계이고
전화 매너와 전화 배려가 필요하다.
"어~~ 우리 아들, 잘 있었어? 별일 없지.
엄마 아빠는 잘 지내고 있어요. 울 아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평소보다 업(UP)된 목소리로 자식의 전화를 반갑게 받아주는
작은 실천과 노력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활습관이 당신을 만든다.
- 법정스님
좋은 습관은 부모 자식관계를 좋게 만든다.
통화습관도 한 번 돌아보고 좋은 방법으로 노력해 보면 어떨까?
더 가까워지고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