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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주야간 마차에서 생활한
장희연은 불편하던 여정에 적응을 하였는지 느린 속도로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연신 탄성(歎聲)을
금지 못하였다.
"호호호!… 가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군요? 가가를 따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차는 광동성을 벗어나 호남성에
접어들었고 광서성 흥안현(興安縣)을 발원지로
하여 동정호에 흘러드는 상강(湘江)의 중류를
따라 뻗어있는 관도를 달리고 있었다.
마차를 버린다면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곧장 가로질러 갈 수 있었으나
관도는 굽이치는 상강을 따라 만들어 놓았기에
사백 리 이상의 먼 거리를
돌아야했다.
규중처녀(閨中處女)였던 그녀는
그를 기다리는 여인들이 상승무공을 익힌 여고수라는
말을 전해듣고는 자신에게 걸맞은 무공을
전수해달라고 졸라댔다. 곰곰이 생각하던
왕린은 수많은 무공 중에서 가장 단기간에
기술습득이 가능하며 실전적인 무공을
떠올렸다. 그는 외진 관도에 마차를 세우고
어자석에서 내려왔다.
"연매! 여인들이 익히기 좋은 영춘권(詠春拳)을 가르쳐 주겠으니 내리시오."
장희연이 생글거리며 내리자 말의
고삐를 나무에 묶어두고 그녀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 숲으로 둘러 쌓인 공터를 찾았다. 마침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왕린은
영춘권의 기본자세와 보법, 권법을 직접
시범보이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영춘권의
기본자세로는 적에게 접근 할 때 취하는
자오마(子午馬)와 접근을 마치고 공세와
방어를 할 때 취하는 측신마(側身馬)가
있었다.
"자오마는 양발을 적을 향해
앞뒤로 벌려 일직선상으로 놓는 것으로 앞발은 무릎을
몸 안쪽으로 잡아당기고 뒷발의 발 앞 끈은
바깥쪽으로 벌려 균형을 잡는 것이오.
오른발이든 왼발이든 앞으로 나선 발과 같은 쪽의
손의 장(掌)을 위로 향하게 하고
팔꿈치를 가볍게 구부린 상태를 취하고 남은 손의
장은 앞 손의 팔꿈치에 갖다 대는
것이오."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그가 먼저
자세를 취해 시범을 보인 후 장희연에게 따라하게
하였다. 하지만 처음 무공을 익히는 그녀는 그가
원하는 기초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였다. 이에 그는 그녀의 잘못된 자세를
일일이 지적하고 수정해 주었다. 그녀는
오른발잡이였기에 왼발과 왼손이 앞으로 나선
좌자오마의 자세를 취하였다. 그녀의
자세가 완벽해지자 나머지 자세도 가르쳐주었고
손의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연매는 좌수를 앞으로 내밀고
있소. 앞에 나온 손을 파춘수(擺椿手)라 하오.
파춘수의 주된 역할은 세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첫째는 상대와의 간격을 재기
위함이고, 둘째는 접촉 후 상대의 움직임을
시각이나 청각만이 아닌 촉각으로 탐지해
내기 위해서이오. 셋째는 상대의 공격을 막고 더
강한 힘을 지닌 뒷손이 공격해주기
쉽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이오."
그녀가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가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파춘수는 밀착전을 벌이며 방어에서 공격으로
단숨에 바꾸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손 기술이오." 그는 이어서 보법의 자세를
취하며 설명했다.
"전에 배운 기초적인 보법과 비교해 보시오."
그는 전마(轉馬)에 이어
추보(追步), 퇴보(退步), 삼각보(三角步)의 자세를 천천히
반복하여 취하여 눈으로 익힐 수 있게
하였다.
"전마는 측신마의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오. 발꿈치를 축으로 회전하며 좌우로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고, 추보는 자오마 자세에서
아주 조금 전진할 때 쓰는
보법이오. 퇴보는 추보와 정반대의 보법이고
삼각보는 적의 사각인 좌우 측면으로
돌아 들어갈 때 유용하오."
그가 시범을 보이자 그녀는 곧잘
따라했는데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어 고쳐주어야
했다. 이러는 가운데 그는 그녀가 보법을 완전히
익히기를 기다렸다가 손 기술의
명칭과 시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곤 시범을
보였다.
난타(蘭打), 박타(拍打),
탄타(彈打), 정장(頂掌), 여타(勵打), 간타(間打),
복타(伏打), 봉수(鋒手) 여덟 가지의 손
기술은 비교적 간단했으나 적의 공세에
자신을 보호하고 적에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법이었다.
공격할 때 쓰는 손 기술과
방어할 때 쓰는 손 기술을 몸에 익도록 연습하게 된다면
적절하게 임기응변으로 섞어 사용하면서 대응하면
쉽게 패배하지 않을 무공이었다.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그가 가르쳐준 영춘권을
열심히 연습하던 그녀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것을 본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하하하!… 연매, 모든 무공은
힘든 과정을 거쳐 습득하는 것이라오. 힘들 터이니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들으시오."
그의 말이 얼마나 반가웠든지
그녀는 그 자리에 잽싸게 주저앉아 그를 바라보며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영춘권을 익히려면 네 가지
주의 사항을 지켜야 하오. 첫째 턱을 당기고 머리에서
발꿈치까지를 잇는 선이 일직선이 되지 않으면
아니 되오. 이를
입신중정(立身中正)이라 말하오. 둘째
귀학배신(龜鶴背身) 즉 등을 구부리고 허리를
앞으로 조금 내밀어야하오. 이는 중심을 앞으로
향하게 하기 쉽기 때문이오."
그녀는 입신중정을 그런대로
이해가 되었으나 귀학배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자세를 취하면 정말 중심이 앞으로 향하게 되나요?"
왕린이 혀를 찼다.
"쯧쯧!… 서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을 앉은 채 하였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소?… 나머지 주의를 마저 듣고 일어서서
해보시오."
그녀가 무안하여 얼굴을 붉히자 그가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나도 처음엔 당신과
같은 생각을 했었소. 셋째는
침쟁락박(沈爭落膊)이오. 팔꿈치와 어깨를 아래로
내려야하오. 팔꿈치를 내림으로서
옆구리를 보호하고 어깨를 내림으로서 평소에
편안한 상태를 하는 습관을 몸에 배기
위한 조치이오. 넷째는 제항(提肛)이오. 항문을
조임으로서 자연스럽게 허리의
위치를 앞으로 나가게 하려는
것이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가 금방
지적한 주의들을 염두에 두고 영춘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치를 완전히 깨닫지 못해
자신의 내공을 발경(發勁)하진
못하였지만 휴식을 취하기 전보다는 자세도 좋고
익히려는 열의도 대단했다.
두 시진 정도 맹연습을 하고
나서 숨을 헐떡거리며 몹시 힘든 표정을 짓자 왕린은
물을 떠오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조련시키던 그가 없음에도 한눈팔지
않고 맹연습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산등성이 위쪽 숲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부시럭―! 부시럭―!
숲 쪽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짐승의 발자국 소리일 것이라 판단하곤 다시 영춘권을
익히는데 몰두했다. 숲 속에서 검은 눈동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눈동자의 주인공은
톱니처럼 뾰쪽뾰쪽한 날을 지닌 낭아도(狼牙刀)와
반월도(半月刀)로 무장한 여덟
명의 산적들이었다.
산중에 여인이 홀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잠시 지켜보았는데
그녀의 동작을 보니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눈을 비비며 군침을 삼켰다.
지난번엔 습격했던 행인들 틈에 관부의 인물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덮쳐 재물을
탈취하고 행인들을
돌려보냈었다.
상상하지 못한 많은 액수가
적혀있는 전표와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묘안석(猫眼石)
다섯 알을 뺏은 기쁨도 잠시 관부의 인물이
허겁지겁 달려가 신고한 탓에 엄청난
수효의 관군이 동원되어 떼거지로 몰려오자 급히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지내야했다.
그들을 잡기 위해 동원되었던 관군들이 물러가자
도피생활을 하며 억눌렀던 성욕을
풀기 위해 인근의 마을로 가던
중이었다.
치마만 둘러도 덤벼들 판국에
늘씬한 체구에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절세가인(絶世佳人)을 만났으니 그들의 안면에
희색(喜色)이 가득한 것은 당연했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의복에 수염을 다듬지 않아
털북숭이로 변한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그녀의 주위를
에워쌌다.
홀로 영춘권을 익히던 장희연이
너무 놀라 몸을 사리자 사내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섰다.
"다, 당신들 왜 이러시는 거예요?…"
겁에 질린 그녀의 표정을 본
산적 중에서 제일 체구가 큰 사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
"흐흐흐!… 우린 이곳의
터주대감이신 제령팔흉(齊嶺八兇)이라는 어르신들이다.
몸매가 죽이는데? 우리랑 어울려 한바탕 놀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사내의 희롱에 그녀의 안색이 돌변했다.
"흥!… 나는 이미 혼례를 올린
유부녀이고 광동성의 성도 광주현 현령의 여식이다.
산적들 주제에 감히 누굴 넘보려 하느냐? 어서
썩 비켜나거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산적은 현령의 여식이라는 말에
주춤거리며 물러서다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우하하핫!… 뭐야?… 현령의
여식이 타향에서 호위병도 없이 홀로 미친년처럼 손짓
발짓을 하며 놀고 있었단
말이더냐?"
산적들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다. 면전에
미녀를 세워둔 그들은 성욕에 눈먼
치한(癡漢)이었고 자제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성질이 급한 산적 하나가 하의를 풀자 덩치 큰
산적이 화를 벌컥 내었다.
"이봐! 넷째는 뒤로 물러나
있거라. 똥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형님이 먼저
맛보고 양보할 테니
기다리거라."
사내가 당황하여 울상을 짓고있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자 그녀는 급히 영춘권의
초식인 난타를 시전했다. 좌수 손목 부분을
바깥쪽으로 떨치듯이 사내의 손을 퉁기며
우수로는 사내의 복부를 내질렀던
것이다.
탁―! 퍽―!
"으윽!…" 사내는 급작스러운
공격에 급소인 구미혈(鳩眉穴 : 명치)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뒤로 물러나며
주저앉았다. 나머지 산적들은 그 꼴을
보고 킬킬거리며 딴전을 피우자 산적두목은 이를
드러내며 성난 목소리를 토했다.
"저, 저년을 잡아 가랑이를 찢어 죽여야겠다."
장희연은 자신의 수법이 통하자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즉시 자오마의 자세를 취하며
대비했는데 산적이 섬뜩한 낭아도를 겨누며
성큼성큼 다가오자 뒤로 물러서야 했다.
영춘권을 완전히 익히지 못해 물러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재간으로는 맨손으로
낭아도를 도저히 상대 할 수 없는 탓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손목이 날아가야 할 판국이었다.
의형제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사내는
그녀의 머리라도 잘라낼 기세였기에 그녀는 두렵기
짝이 없었다.
사내를 노려보며 물러서던 그녀가
지면 위로 솟은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자
사내가 하늘 높이 들었던 낭아도를 힘껏
내리쳤다.
휘이익―!
피할 틈이 없었던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악!…"
막 낭아도가 그녀의 좌우를
양단(兩斷)하려 할 때 아래 쪽 숲 속에서 날아온 물체가
낭아도와 부딪쳤다.
쒜에에엑―! 쨍―!
"으아아악!… 내, 내 손이?…"
산적의 손에 들려있던 낭아도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그의 손아귀는 찢어져 선혈이
뿜어졌다. 그 사이 왕린은 섬전처럼 날아와
흉흉한 기세로 노려보는 산적들을
무시하고 장희연을 일으켜
세웠다.
"연매! 괜찮소?…"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장희연은
왕린의 모습을 보는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그의
말에 답도 못하고 혼절하여 축 늘어졌다.
이때서야 하늘 높이 솟았던 낭아도가
그제야 지면에 떨어졌는데 도신의 가운데엔
가느다란 솔잎 세 개가 꽂혀있었다.
이른바 적엽비화라는 절기를 목격한 산적들은
자신들이 범의 콧수염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채곤 두목을 내버려둔 채 후방으로
물러나더니 꽁지가 빠지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왕린의 손가락이
펼쳐졌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도주하던 산적들이
전부 픽픽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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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_^
감사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ㅎ
재밌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