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도깨비시장, 산국 이야기 『시인은 시를 쓴다 4호 시2편』. 문화발전소... 2019.12.30. 발행

[작은 쉼터]

안재식 /  도깨비시장, 산국 이야기  『시인은 시를 쓴다 4호 시2편』.  문화발전소...  2019.12.30. 발행

■  안재식   『시인은 시를 쓴다 4호 시2편』   

-  도깨비시장

-  산국 이야기

。문화발전소, 시인은 시를 쓴다 4호

。 2019년 12월 30일 발행

。 정가 20,000원

   도깨비시장   

안재식(1942~)

별들도 잠들고

풀잎을 지난느 나귀의 방울 소리

나지막이 멀어지면

모나지 않은 도깨비들 하나둘

싱싱한 햇살 불러들여 장을 펼친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없는 게 없는 이곳은

오가는 사람 모두 낯익은 얼굴 같아

90도 절하고 머리 굴리는 가식은 싫어

마음이 먼저 가고 흥정이 뒤따른다

부르튼 손으로 나물 담던 난전 할머니

착한 심성 궁굴리는 덤이 넉넉해

급하면 잠옷 바람도 괜찮아

오체투지 순례자가 빗소리 묻힌

빈대떡에 소주로 흰소릴 띄워도

사람 냄새 살아가는 소리

팔딱거리는 누드의 현장

동네 개들도 당당하다

오늘도 나는 달빛 물고 온

도깨비를 찾아, 집 나선다

   산국 이야기   

안재식(1942~)

늦은 시월, 샛길에 버려진

앙증맞은 노랑꽃

순수한 사랑처럼 향기 새맑아

유리병에 꽂아 주었다

금방 살별로 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 한겨울, 아직도 살아 있는 향기...

샛노랗던 꽃잎은 퇴색되어 백발로 뒤덮이고

짙푸르던 잎새는 파삭하게 주름이 일었어도

메마른 줄기는 비좁은 유리병 안에서

하얀 뿌리, 실뿌리를 내렸구나

그런다고 겨울눈(冬芽) 돋을까

몇 모금 물속에서 허덕이는 목숨,

젖은 발로 새 가지 새잎을 마련하려

하루 하루를 퍼 올리는

저 미련한 생명력이 나를 흔든다

오호 ,시인의 꽃이 매화나

수련만은 아님을 이제야 알겠다

그래 살면 살아지는 것

내일은 함께 떠나자, 봄을 찾아서....

▶안재식(安在植) 약력 1942년 서울 신설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소정문학」 동인, 중랑문학대학 출강. 수상 : 환경부장관 표창(1997.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 : 「그리운 사람에게」 등 20여곡 저서 : 『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