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인처럼 감옥에 갇히는 고통까지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9)
'죄인'으로 번역된 '카쿠르고스'
(kakurgos)는 '악'을 뜻하는 명사
'카콘'(kakon)과 '행하다' 라는 뜻을
지닌 동사 '에르고'(ergo)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직역하면
'악을 행하는 자', '범죄자'(범인)에
해당된다.
이 단어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강도)에 대해서도 쓰였다는
사실은(루카 23,32,33.39) 당시 로마
감옥에 갇혀 있던 바오로가 중죄인으로
여겨졌으며, 범죄자로 수감된 자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본절에서 '감옥에 갇히는' 으로 번역된
'데스몬'(desmon)은 문자적으로 '족쇄'나
'사슬', 즉 소위 '차꼬'(루카13,16;
사도16,26)를 뜻하는 '데스몬'(desmon)의
복수형(bonds)이다. 여기서 복수형이
사용된 것은 여러 차례 있었던
바오로의 수감 생활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한 바오로가 현재 엄중한
수감 생활 가운데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강조적 표현은
하느님의 사도로서의 영광스러움과
현재의 고난 상태를 극적으로
대조하면서 그 역설을 웅변적으로
드러내준다.
여기서 '감옥에 갇혀 있다'라는
의미로 번역된 '데데타이'(dedetai)는
원래 '묶다'라는 뜻을 지닌 '데오'(deo)의
현재 완료 수동태로, 동사를 부정하는
부정사 '우'(u)와 더불어 쓰여,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복음을 훼방하는
자들에 의해 감옥에 수감될 수 있을지라도,
복음 그 자체는 어떠한 외부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코 속박당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이것은 바오로 자신이 비록 수감되어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복음의 봉사자(사역자)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의 말씀을
전파하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