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대(明代)의 저명한 화가 문징명(文徵明)의 <품다도(品茶圖)>
碧山深處絶纖矣 面面軒窓對水開
穀雨乍過茶事好 鼎湯初沸有朋來
(벽산심처절섬의 면면헌창대수개
곡우사과다사호 정탕초비유붕래)
푸른 산 깊숙이 속진을 끊고
다실(茶室)의 창(窓)마다 맑은 물 펼쳐졌네
곡우(穀雨)가 막 지나니 차(茶)따기 좋은 때
차 솥의 물 끓자 벗이 찾아오네
☞ 문징명(文徵明), <품다도(品茶圖)> 제시(題詩)
※ 문징명(文徵明)의 <혜산다회도(惠山茶會圖)>
오파(吳派)의 거두 문징명(文徵明)은 1518년 그의 나이 마흔여덟 살 때 채우(蔡羽)·탕진(湯珍)·왕총(王寵) 등 동무들과 지금의 강소(江蘇)성 소주(蘇州) 무석(無錫) 근교의 혜산(惠山)에 봄나들이를 갔다.
혜산은 천하제이천(天下第二泉)이 있는 곳. 천하제이천은 중국에서 다성(茶聖)으로 떠받들어지는 육우(陸羽)가 품제(品題)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 샘으로 육자천(陸子泉)으로도 불린다.
그들은 이곳에서 찻잎을 따 차를 달여 마시면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혜산다회도(惠山茶會圖)>는 이때 그린 그림이다.
천하제이천(天下第二泉)이 나왔으니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차(茶)와 관련해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으로 불리는 곳이 여러 곳 있다. 하나밖에 없어야 할 '천하제일천'이 여러 곳 생겨난 데는 나름대로 연유가 있다. 널리 알려진 곳으로는 네 군데 정도.
첫째는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에서 최고로 꼽은 여산(廬山) 강왕곡(康王谷)의 곡렴천(谷簾泉). 두 번째는 당(唐)나라 때의 저명한 품다가(品茶家) 유백추(劉伯芻)가 천하제일로 품정(品定)한 강소(江蘇)성 진강(鎭江)시 금산사(金山寺)의 중령천(中泠泉), 일명 남령천(南泠泉)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남달리 차(茶)를 즐겼던 청(淸)나라 건륭제(1711∼1799)가 천하제일로 지목한 북경(北京) 서쪽 옥천산(玉泉山)의 옥천(玉泉)과 산동(山東)성 제남(濟南)의 박돌천(趵突泉)이다.
이 밖에도 사천(四川)성 아미산(峨眉山)의 옥액천(玉液泉), 운남(雲南)성 안녕(安寧)의 벽옥천(碧玉泉), 호남(湖南)성 형산(衡山)의 수렴동천(水簾洞泉) 등이 저마다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을 자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대(古代) 한 때는 진강(鎭江)의 중령천(中泠泉)이 제일천, 무석(無錫)의 혜천(惠泉)이 제이천, 소주(蘇州) 호구산(虎丘山)의 관음천(觀音泉)이 제삼천, 절강(浙江)성 항주(杭州)의 호포천(虎跑泉)이 제사천,제남(濟南)의 박돌천(趵突泉)이 제오천으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