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8
수라바야 구븡 역에서 13:47 출발, 반유왕이 시티 역에 19:52 도착, 6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이다. 반유왕이에 기차 역이 두 개가 있는데 종점인 끄따빵(Ketapang) 역보다는 시티 역이 이젠 화산과 가깝다.(발리 건너가는 선착장은 끄따빵에 있음)
그래서 숙소도 그쪽 방면에서 찾았는데 유명 관광지 치고 숙소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지 않고 수라바야나 프로볼링고에서 투어를 출발하는 걸까? 몇 안되는 숙소 중에서 골라낸 것이 블람방안(Blambangan) 호텔, 호텔은 깨끗했고 직원들도 친절했지만, 시설은 좀 부족했다. 아고다에는 3성 호텔이라고 나와 있지만 호텔이라기보다는 방이 좀 많은 (20개정도?) 게스트하우스 같은 분위기. 그래도 (아주 작은) 수영장도 있고 식당도 있고 심지어 구내에 피자 가게도 있으니 게스트하우스는 절대 아니다. ㅎㅎ. 3박에 12만원.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 나섰다. 구글 지도에서 발견한 와룽 바루(Warung Baru)라는 식당인데 이름과는 달리 (이름은 "새 식당"이란 뜻) 작고 허름해 보이는 가게에는 메뉴판도 없다. 그렇지만 후기에서 추천한 대로 생선구이와 새우튀김을 시켜 먹어 보고 나니, 왜 이런 허름한 식당이 평점이 높은지 공감이 되었다. 맛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과일 가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망고스틴을 킬로당 6리부에 팔고 있었다. 세상에나! 15리부도 싸다고 감탄했는데 6리부라고? 1킬로에 500원? 넉넉히 10리부 어치를 사들고 신나게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망고스틴과 두리안을 실컷 먹었다. 겨울의 태국이나 베트남에는 망고스틴이 없었고 두리안도 귀한 편이었는데 여긴 흔하디 흔하네.
2024.1.19
오늘은 하루 쉬고 내일 (오늘 밤) 이젠 화산 투어를 갈 생각으로 리셉션에 물어보니 프라이빗 투어가140만 루삐아란다. 이렇게 호텔에서 연결해 주는 투어가 클룩이나 트래블로카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예약을 해 두고 느즈막히 호텔을 나와서 역시 구글 지도에서 찾아낸 맛집을 겨냥해 바닷가쪽으로 나가 봤다. 이 동네는 붐비치(Pantai Boom)라는 이름이 붙은 나름 관광지인데 (육지쪽으로 쑥 들어온 만인데 작은 배들이 굉장히 많이 정박해 있고 거리에는 간간이 관광객들이 보인다. 방파제 쪽에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먼 안쪽으로는 바닷물이 순환이 안 되는지 물이 더러워 보인다.
찾아간 식당(Ikan Bakar Pondok Pelangi. 무지개 오두막의 생선구이?)은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건물이 세 개가 넘는 큰 식당인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역시 음식은 맛이 있었다. 생선구이 세트 메뉴와 깡꿍볶음, 가지볶음을 시켜 먹었는데, 옆지기가 "공기밥 추가"를 외쳤을 정도.
2024.1.20
이젠 화산(Kawah Ijen 이젠 분화구)은 분화구 아래쪽에서 파랗게 빛나는 블루 파이어(유황이 액체 상태로 녹아 흐르며 자연 발화가 되는 현상. 전 세계에서 두 군데밖에 없단다.)로 유명한데, 유황 냄새가 심하다 보니 가끔 사고도 나는가 보다, 우리가 가기 한달쯤 전에도 사고 여파로 일주일 간 투어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젠 화산 투어네는 가이드와 건강진단서가 필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화산을 향해 가는 도중에 병원에 들러 보니, 체온 재고 혈압 재고 끝! 별 게 없다. 형식적인 절차에 35리부를 받는다.
병원을 지나 베이스캠프(캠핑장이 있고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 이젠 화산 등산 출발지.)로 가는 도중에 젊은 가이드 청년이 합류했고, 베이스캠프의 한 식당에서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랜턴을 들고 캄캄한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랜턴과 방독면을 식당에서 빌려줌. 비용은 가이드비에 포함되나?) 길은 제법 가팔라서 중간에 몇 번 쉬어가야 했을 정도, 힘들게 2시간 정도를 걸어서 이젠 화산에 도착했다.
건강진단서도 그렇고 가이드를 강제로 동행 정책도 그렇고, 허울좋은 명분 아래 돈벌이만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가이드가 너무 친절하게 잘해준 바람에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나름대로 안전관리에도 열심이었고 지역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어두울 때는 보이지 않던 칼데라 호수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고, 주변의 다른 산들도 멋진 모습이다
등산이 버거운 사람들을 겨냥해 인력거꾼들이 람보르기니! 페라리! 하면서 호객을 하는데, 올라갈 때 타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내려올 때 타는 사람이 좀 보였다. 멀쩡한 젊은이들도 재미로 타는 듯. 가이드는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인력거를 안 타더라고 했다. (왜? 짠돌이라?)
베이스캠프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호텔로 돌아와 보니, 어라, 아직 조식 시간이 끝나지 않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참았다가 무료 조식을 먹을 걸 그랬지.
밤새워 등산을 했으니, 낮에는 휴식 모드. 점심도 KFC에서 배달을 시켜서 먹고 푹 쉬다가 저녁은 일식인지 중식인지 정체가 분명치 않은 딤섬집에서 먹었다.
2024.1.21
이제 발리 섬으로 건너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는데 호텔 건너편 공원에 시끌벅적함이 느껴진다. 뭔 일이래? 나가보니 제법 규모가 있는 일요시장(오늘이 일요일이니 일요시장 맞겠지)이 열리고 있다.
바로 밥을 먹었으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도 없어서 구경만 하고 돌아다니다가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그랩을 불러 끄따빵(Ketapang) 선착장으로 갔다.
발리 섬 길리마눅(Gilimanuk)으로 건너가는 배는 자주 있는 것 같고 비용도 저렴해서 부담이 없는데 시스템이 좀 이상했다. 선착장에 가서 표를 사면 되겠지 했는데, 표파는 부쓰는 없고 기계만 몇 대가 보인다. 그런데 그 기계는 돈을 내고 표를 사는 기계가 아니고, 미리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한 사람이 실물 티켓을 출력하는 기계다. 당황해 하고 있으니 직원이 나타나서 온라인 구매를 대신해 준다는 청년에게 우리를 넘겼고 (분위기상 직원이거나 공식 도우미쯤 되는 듯했다.)... 여권과 돈을( 일인당 18리부씩) 주니 자기 핸드폰을 조작해서 기계에 대고 표를 출력했다. 그런데 표를 바로 주지 않고 배 타러 들어가는 문까지 따라와서 (우리가 문을 통과한 다음에) 문 너머로 표를 건넨다. 표를 끊어주고 배웅까지 해주니 고맙다고 생각해서 고맙단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배를 타러 가면서 표를 보니 거기에는 10.6리부라고 적혀 있다. 허허. 구매를 대신해 주고 몇 백원 붙여 받은 걸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뭔가 속은 기분이다. 배웅을 한 게 아니라, 요금 차이를 보면 뭐라고 할까봐 일부러 표를 늦게 건네준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