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역사 속 인구 변화의 흐름을 파헤친 이삼식·오경림 지음 『인구제국』(푸른사상 사회문화총서). 독일의 국가 정체성이 인구 변동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고찰하고, 이러한 변화가 국가 구성원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역사적 맥락에서 조명한다. 2025년 1월 31일 간행.
■ 저자 소개
이삼식
UN 산하 카이로인구학센터(Cairo Demographic Center)에서 인구학 석사를, 한양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인구 전공)를 취득하고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인구학회 회장, 한국인구교육학회 부회장, 대통령직속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 및 분과위원, 대통령실 여성가족비서관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인구분과 소위원장), 법무부장관 이민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과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으로서 정부와 지자체의 인구 정책 연구 및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 『한국 인구정책 50년』 『한국 인구정책 변천과 시대적 함의』 등이 있다.
오경림
한양대학교 고령산업융합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연구소와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에서 인구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독일의 역사 속 인구 변화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긴 시간의 물줄기 속에서 독일의 흥망성쇠가 인구 변화와 어떻게 얽혀왔는지, 그 복잡한 관계를 면밀히 살펴본다. 독일의 국가 정체성이 인구변동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해부하고, 이러한 변화가 국가 구성원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역사적 맥락에서 조명한다.
이 책이 인구 변동에 대한 완벽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인구 변동은 단순한 수치나 정책의 문제를 넘어서는, 인류의 진화와 운명에 맞닿아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이끄는 인구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겸허하고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일깨워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인구 변화가 갖는 중요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은 전쟁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에 더해, 이제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화국 정부는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
우선 1919년에 제정된 바이마르 헌법에 국가가 혼인과 가족을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그리고 ‘출산율 하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닌, 국가의 존립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80쪽)
히틀러의 실패는 인구 정책의 본질을 재고하게 한다. 인구 정책은 단순한 수치 조절을 넘어 한 사회의 가치관과 윤리, 역사적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인구 증가라는 거시적 목표 앞에 수치적 성장이 주는 자극성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그 수치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존엄성과 권리는 마치 아주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인구정 책의 성공은 단순한 출생률 증가가 아니라, 인권과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개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히틀러의 족쇄는 이 진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109쪽)
독일의 역사는 인구변화와 국가 정체성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세 차례의 ‘인구 레볼루션’을 거치며, 독일은 국가와 국민 개념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왔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변화를 넘어, 국가의 존재 이유와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의 근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
첫 번째 인구 레볼루션에서 게르만 부족들은 다민족 체제를 통해 신성 로마 제국을 건설했다. 이 시기 국가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틀을 제공했고, ‘제국의 국민’이라는 새로운 초민족적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두 번째 레볼루션에서는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단일민족 국가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 국가는 ‘독일인’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민족 정체성을 구축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독일은 세 번째 인구 레볼루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