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백제의 무늬벽돌
산수·연꽃·도깨비 무늬… 모서리 홈을 연결해 붙였죠
입력 : 2023.05.25 03:30 조선일보
백제의 무늬벽돌
▲ 1937년 무늬벽돌이 처음 발굴될 때 모습. 다른 데서 사용하던 벽돌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이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서쪽에 있는 인천공항박물관에서 '백제 명품, 백제 문양전' 특별전을 내년 3월까지 열어요. 이 전시에선 1937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외리 절터에서 나온 무늬벽돌을 전시해요. 산수(山水)·연꽃·구름·봉황·용·도깨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부여 외리 무늬벽돌은 1960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에서 열린 한국 문화재 특별전에 22차례나 출품될 만큼 우리나라 문화를 대표하는 보물이에요. 무늬벽돌 8종이 어떻게 발견됐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좀 더 알아볼까요?
나무뿌리를 캐다 발견한 무늬벽돌
백제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는 일제강점기부터 많은 발굴 작업이 있었어요. 일본은 6세기 말 이후 한반도로부터 불교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발전시킨 아스카 문화(飛鳥文化) 원류가 백제에 있고, 특히 부여 절터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조선총독부는 발굴 성과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자료라며 정치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어요. 내선일체는 일본과 조선이 한몸이라는 주장으로 조선 통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였죠.
규암면 외리 유적은 부여읍 서쪽, 백마강 건너편 산기슭에 있어요. 이곳에서 무늬벽돌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37년 3월 9일이에요. 일본인 소유 보리밭과 숲 사이 경계 지점에서 주민이 나무뿌리를 캐다가 우연히 봉황무늬와 산수무늬 벽돌 2장을 찾아냈어요.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마을 주민들이 무늬벽돌 15장과 수막새(처마 끝을 장식하는 기와)를 추가로 발견했어요. 부여고적보존회와 부여경찰서가 이 소식을 조선총독부에 보고했고 같은 해 4월부터 약 보름 동안 발굴 작업이 진행됐어요.
외리 유적은 남북 약 75m, 동서 27m 장방형으로 주변보다 10m 정도 높은 장소에 있어요. 오래전부터 보리밭으로 경작돼 발굴 당시 이미 유적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였어요. 그래도 무늬벽돌 약 30장을 바닥에 깔아 놓은 흔적을 비롯해 기와를 이용해 기단을 쌓은 흔적 등을 발견했어요. 바닥에 열을 지어 깔려 있던 벽돌 중에는 무늬 면을 뒤집어 놓은 것도 있고, 깨진 파편을 끼워 넣은 것도 있어서 다른 곳에서 사용하다가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이 유적에서는 무늬벽돌 8종 외에 연꽃무늬수막새와 치미(장식 기와), 토기 파편 등이 함께 발견됐어요.
정사각형 벽돌에 새긴 무늬 8종류
벽돌이란 기와처럼 흙을 이용해 형태를 만든 다음 가마에서 구워낸 건축자재예요. 전돌이나 전(塼), 벽(甓)으로도 불러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기와와 함께 사용했어요. 백제의 경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아 연꽃무늬나 동전무늬가 있는 벽돌로 만든 무덤이 유명하죠.
외리에서 발견된 무늬벽돌은 모두 한 변 길이 29㎝ 정사각형으로 두께 4㎝ 정도예요. 파편까지 포함하면 약 150점이 출토됐는데 형태가 온전한 것이 42개나 돼요. 벽돌 네 모서리에는 작은 홈이 파여 있는데, 이것은 무늬벽돌을 서로 연결해 벽면에 부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돼요. 다만 벽돌 모서리에 있는 홈의 형태와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서 실제 어떤 방식으로 결합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어요.
세부적인 무늬를 보면 연꽃도깨비무늬, 산수도깨비무늬, 산수풍경무늬, 산수봉황무늬, 연꽃무늬, 연꽃구름무늬, 용무늬, 봉황무늬로 나눌 수 있어요. 도깨비무늬는 두 종류로 괴수(도깨비)가 연꽃을 밟고 있느냐, 바위처럼 생긴 것을 밟고 있느냐에 차이가 있어요. 산수무늬는 가장 아래쪽 물결무늬를 비롯해 둥글둥글한 산과 봉우리, 나무와 풀, 바위, 구름 등 묘사가 비슷하지만, 하나는 기와집과 인물이 표현돼 있고 다른 쪽은 봉황처럼 생긴 새가 날개를 펼치고 있어요. 연꽃무늬와 연꽃구름무늬는 연꽃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한쪽에는 연꽃 잎 10개 안에 덩굴무늬가 장식돼 있고, 다른 쪽에는 연꽃 잎 8개를 가운데 작게 배치하고 그 바깥으로 구름을 8개 배치한 차이가 있어요. 용과 봉황무늬는 지금까지 한 종류만 확인됐어요.
무늬벽돌 8종을 어떻게 배열하고 조합했는지는 발굴 당시에 이미 원형이 파괴돼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다만 정사각형 벽돌 안에 어떻게 무늬를 배치했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하나는 도깨비무늬와 산수무늬처럼 네모난 테두리 안에 무늬를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꽃과 용, 봉황무늬처럼 한가운데 원형 테두리를 두고 무늬를 배치한 거예요. 이러한 무늬벽돌의 화면 구성은 중국을 비롯한 고대 동아시아 우주관과 상통하는 점이 있어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고대 우주관에 따라 무늬벽돌 중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연꽃·연꽃구름·용·봉황은 원을 두르고, 땅을 상징하는 산수무늬와 도깨비무늬는 사각형 구도로 만들었답니다.
무늬벽돌에 남겨진 백제의 도교
무늬벽돌 8종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산수무늬벽돌 2종이에요. 가장 아래쪽에 파도로 보이는 일렁이는 물결을 그린 다음 뒤쪽에 바위와 봉우리, 풀과 나무를 배치하고, 맨 위에 구름과 신령스러운 기운을 그렸어요. 산수무늬벽돌 2종은 전체적인 구도나 소재가 같은데, 마치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이상적인 세계를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춤추듯 일렁이며 중첩된 산수 묘사는 백제 금동대향로 뚜껑에 표현된 도교의 신선 세계와 매우 닮았어요. 금동대향로에서 입체적으로 표현한 용과 봉황, 연꽃무늬 등이 외리 무늬벽돌에는 평면적으로 표현돼 있어요. 백제를 대표하는 두 작품이 제작 시기나 사상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금동대향로나 무늬벽돌 8종에 보이는 각종 무늬는 백제의 도교 신앙이 문화적으로 승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답니다.
▲ 무늬벽돌 8종. 벽돌 네 귀퉁이에 작은 홈이 뚫려 있어 원래 벽에 부착하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어요. /국립부여박물관
▲ 연꽃무늬벽돌과 용·봉황무늬벽돌 4종을 결합하면 네 모퉁이가 만나는 지점에 하나의 꽃 모양이 완성돼요. /국립부여박물관
▲ 산수무늬벽돌과 도깨비무늬벽돌 4종을 결합하면 아래쪽 귀퉁이에 작은 산 모양이 생겨요. /국립부여박물관
이병호 공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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