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최대 활용법> -
박경선 대구교대 대학원 강사-
대구신문 오피니언 달구벌아침 승인 2013.07.07. 14:55 기사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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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초등학교 교원의 변이다. 38년간 자가용 없이 살지만 주차 공간 때문에 신경 쓸 일 없으니 좋고, 내 차로 사람을 다치게 할 일 없으니 걱정도 없다. 다만, 출퇴근 왕복 시간과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2시간이라 그 시간이 아깝다.
고령 시외버스라 시내버스 정류소 전광판에도 도착 시간이 안 뜬다. 게다가, 15분 넘게 기다린 버스가 결행하거나 정류소에 서지 않고 중앙 차선으로 내달려버릴 때면 30분이라는 시간 손해가 억울하기만 하다. 이에 대비하여 안구운동, 고개 운동을 하며 스마트폰을 귀에 꽂고 회화공부를 하며 기다리면 시간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출퇴근 때 항상 앉을 자리가 있는 것도 큰 축복이다. 자리에 앉으면 달리는 독서실이 된다. 내 가방은 007 가방 크기라 받침대 삼아 그 위에 책을 올려놓으면 독서대로 딱 좋다.
그래서 버스를 타러 갈 때는 차속에서의 일거리를 꼭꼭 챙긴다. “이 책이면 출근길에 오십 쪽까지는 씹어보겠는데…… .” “이 원고는 퇴근길 먹거리로 훑어보자.” 이렇게 시간을 활용하면 자가용 운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보다 행복하기까지 하다.
특히, 출퇴근 시 자가용 격인 606번 버스의 김병조 기사님은 승객들에게 항상 친절하다.
“어서 오이소. 아이구 넘어질라 얼릉 자리에 앉으시쇼. 다음 정거장에 내려 000번 갈아타시쇼.” 운전대를 잡고 인사, 길안내 등을 즐겨하는 이런 스마일 기사 분을 만날 때면 가방 속을 뒤져서 무엇이라도 드리고 싶다.
출근 때는 아침 못 먹고 오는 학교 아이들 주려고 김밥 몇 줄 사가다가 한 줄 들어내어 드릴 수도 있고 퇴근길에는 우유 한 통, 얻은 돌떡 한 개 넣어가다가 건네 드릴 수 있으면 신이 난다. 하지만 기사님이 반갑다고 박카스 한 병이라도 내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한 번은, 출장 가는 길에 시내버스를 타며 ‘수고하십니다.’ 하고 카드박스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었는데 ‘잔액이 부족합니다’는 멘트가 나왔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밖에 없어 내밀었더니 기사님은 승객들에게 잔돈으로 바꿔오라고 하셨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승객들을 둘러보았다. 경노석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이 말없이 자기 교통카드를 갖다대어주시는 게 아닌가? 얼굴을 붉히고 엉거주춤 서있는 꼴이 보기 딱했으리라.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저 어르신께 드릴 것이 뭐 없나하고 가방 속을 뒤져보았다. 그날따라 가방 속은 빈털터리였다. 자주 넣어 다니던 ‘좋은 생각’ 월간지라도 한 권 들어 있으면 건네 드리기에 딱 좋았는데…….
그 날 이후, 가방 속을 재점검하였다. 엄마 등에 업혀 마냥 울어대는 아기를 만날 때 대비해서 비스켓 하나, 당뇨병 앓으시는 분이 급하게 사탕을 구할 때 얼른 내어드릴 초콜렛 한 개, 몸 불편한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착한 아이를 만나면 건네줄 내가 쓴 동화책 한 권을 비롯하여 손수건, 볼펜, 수첩, 포스트잇, 접는 부채 등을 넣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