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기하고 감사한 일
여행을 마치고 도서관에 돌아와서야
최근 권정생 선생님 댁 문은 잠겨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럼 어떻게 문이 열렸지? 굳게 닫혀 있었으면 아마 안 들어갔을 텐데.
쉽게 열려 들어갔는데. 우리 들어갔는데도 안 혼내셨네.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고맙고.. 웃음이 나는 여행입니다.
아이들이 한참을 웃고 떠들며 놀 때였어. 갑자기 방문이 삐거덕 하고 열렸지. “아유, 참 재미있게들 노는구나.” 할아버지가 수줍게 웃으며 들마루에 나와 앉았어. 아이들이 보고파서 더는 참지를 못하고 나오신 거지.
- 장주식, 강아지 똥 할아버지, 사계절, 2009 |
다섯 중 넷이 아이라서. 또 한 명은 아이같은 마음 품고 와서 못 참고 반기셨나? 문 열어주셨나?
권정생 선생님, 반가이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혹, 우리 마음대로 방문을 연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안동여행 가기 전에도 신기한 일들이 있었지요.
쉬는 날인 일요일, 도서관에 부부와 어린아이 한 명이 다녀갔습니다. 안동에서 철암으로 여행 온 분들이셨지요.
장성동 걷던 날 마치고 점심 먹던 중, 티비에서 안동 이야기가 나왔어요. 권정생 선생님과 친분이 있던 두봉 주교님은 권정생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을 전하고 계셨고요. 식당에 계신 손님 아저씨들이 점심값도 내주셨지요. “커서 좋은 사람 되거라~”하시며 떠나셨어요.
여행 전날, 어머니께 안동 여행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가 고향 영덕을 벗어나 처음 가본 곳이 안동이었다네요. 친척들이 살던 동네라고요.
이 순간들이 있어 마음이 자꾸 안동으로 향했어요. 안동이 저를 자꾸 부르는 듯했어요. 강아지똥을 좋아했기에 무턱대고 골랐던 안동여행이었는데 말이죠. 지난 여름 군산에서 강아지똥 할아버지 책이 있구나! 알고, 읽었는데도 권정생 선생님을 잊고 살았어요, 안동 팀 회의하고, 틈틈이 책 읽고 나서야 강아지똥 할아버지 권정생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저도 여행자1로서 찬찬히 누렸습니다. 복도를 거닐며, 선생님이 하신 말씀, 쓴 글에 흠뻑 빠졌습니다. 10분이면 다 봤다 싶을 복도에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었어요.
오소리네 집 꽃밭을 참 좋아하는데, 꽃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쓰신 글이라고요. 하하.
자기 동화는 슬픈 줄 알고 계신다고요..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군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권정생, 거지가 글을 썼습니다., 1969
누구나 자기 이야기 말하고 싶어 합니다. 맺힌 마음, 시 쓰며 풀어가기를 바랐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은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권정생,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 2007
서로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책에는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글쓴이의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하셨다고요..
동동시 모임을 계획하며 이오덕 선생님의 <어린이는 시인이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철암 마지막 여행, 문학여행에서 만난 권정생 선생님.
몇 주간 철암에서 한 활동과 품은 마음을 권정생 선생님 글에서 발견합니다.
곳곳에 제게 와닿을 문장이 새겨져 있었어요.
아, 세상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가득한 두 선생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권정생 선생님을 알고, 선생님이 쓰신 글을 읽게 된 것이 아이들과 제게 복입니다.
2. 멋진 안동 팀 방하음, 정민영, 강소헌, 박예원
시내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하음이는 제 손에 있던 쓰레기봉투 가져가더니 길가에 쓰레기를 줍습니다. 곁에 같이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는 “아이고, 좋은 일 하네.” 칭찬하시다가도, 너무 더러운 쓰레기는 줍지 말라 손 버린다며 걱정하십니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어요! 헐레벌떡 탑니다.
어느 정류장에 어르신들이 많이 타셨어요.
민영이는 자연스레 일어서 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합니다.
어르신은 민영이에게 “학생 고마워~..”하십니다.
서있으려니까, 한 아주머니는 우리가 낑겨 앉으면 안되려나? 하고는 자리를 만들어 민영이를 앉힙니다.
한참 있다, “자, 학생 이거 먹으라.” 어르신은 답례로 호박엿 두 개 건네십니다. 민영이는 감사히 받고, 맛있겠다 하는 동생들에게 나눠주었어요. 본인은 먹지도 않고요.
또 민영이는 무엇을 보았는지 잘 기억하고, 기록했습니다. 동생들에게 기록할 주제 공유했습니다.
소헌이는 동생들이 기차 안에서 조금 소란스러워지려 하면, “여기 공공장소잖아. 쉿-조용히 하자.”하더랍니다. 기차에 탈 땐 “사람들 다 내리시면 타자.”하며 기다리도록 했습니다. 책자 보며 기차 자리 안내했습니다. 기차 시간 확인했습니다. 가는 방법 직원분께 묻고 알아보았습니다. 회계 담당으로서 식사비 계산하고, 남은 돈 어떻게 쓸지 의논했습니다.
예원이는 갈 곳 안내했습니다. 시간 확인했습니다. 또 예원이와 아이들은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면서 놀이방에서 놀다가도, 간식을 먹을 땐 밖에 나가 초콜릿 나눠 먹고 들어왔습니다.
하음이는 자기가 식사 담당이라며 식사 언제하면 좋을지 나서서 의논했습니다. 받은 도움, 고마운 분들 기억하고 나눴습니다.
3. 광활하며 아이들에게 스며든 무언가
식당에서 몇 첩 반상인지 확인하는 한걸음식 참여자 하음, 예원이
안동에 무엇이 있는지 탐험가자던 철암 놀이 탐험대 참여자 소헌이
한걸음식 하며 배운 반찬 가짓수 세는 지식, 놀이 탐험대 하며 더 커진 모험심입니다.
쓰레기 줍기 실천하는 환경보호 팀 하음이
자기가 만든 쓰레기 쓰레기봉투에 잘 버리고, 길가에 있던 쓰레기까지 주워서 버리더랍니다.
4. 고맙습니다.
이른 새벽 일어나 도시락 싸고, 아이들 철암역까지 바래다주시고, 배웅해주신 부모님 고맙습니다. 도시락과 간식 점심까지 넉넉히 나눠 먹었습니다.
남은화 선생님 가는 길 태워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은지 선생님 배웅 고맙습니다.
최민숙 선생님 제 도시락까지 싸주셔서 고맙습니다. 맛났어요..
관광안내센터 직원 선생님,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방법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헌이가 설명 듣고, 교통 안내 잘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애정어린 물음과 관심, 응원 고맙습니다.
버스에서 잠든 우리를 깨우며 마을에 다 왔다고 알려주신 옆자리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때 무사히 내렸습니다. 다음번에는 조탑마을 전에 내려서 마을 주변 찬찬히 걸어볼게요.
직원 선생님, 문의 전화 친절히 받아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직접 만나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다른 직원 선생님, 빌뱅이 언덕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빌뱅이 언덕의 존재조차 몰랐어요.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가에서 동화나라로, 동화나라에서 안동역 근처 식당으로 태워다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애니메이션도 보게 해주셨지요. 고맙습니다.
여행하며 모은 쓰레기들. 분리수거 할 쓰레기통 어디 있는지 여쭈니 청소하시는 선생님께서 자기가 버리겠다며 두고가라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차 반대편이라 알려주신 박대동 선생님 고맙습니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쪽 승차장에는 사람이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네요. 하하.
낭만을 아는 친구들과 마음껏 놀다 왔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길어도 우리끼리 깔깔거리며 놀았고요.
어느 맛집 가지 않아도, 남은 아침 도시락과 간식으로 충분하다며 배불리 먹었고요.
저녁 먹은 식당에서 안동역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그저 깔깔 웃고 장난도 치며 걸었고요.
기차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놓치면 진짜 1박 2일을 해보자며, 하루 더 여기서 놀다 가면 된다며 기뻐했고 내심 기대했고요..
그저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갈래요.
설레설레 걷고, 자연과 소탈한 맛에 즐거워 하며, 있는 대로 누리는 여행이요. 받은 것 제때 감사하는 여행이요.
함께하던 이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고, 모르는 누군가와 닿는 기쁨이 있는 여행이요.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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