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는 무엇이 남는가
밥을 먹다 말고 무심코 보았다
무심하게 보고야 알았다
소리없는 인생의 발걸음
무게없는 기척 하나를
언제 탁자 옆을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노인의 모습을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놓고도
차마 다 먹지 못해
눈치를 살피는 노인의 족적을
나는 알지 못했고
혼자 밥을 먹고
다시 리어카를 끌러 나가는
어느 황혼에 이르른 기구한 몸뚱이를 떠올렸다
덜 먹은 탕수육 그릇을 젓가락으로
콕콕 집으며 시선을 돌리지 않는데
식사를 끝내고
문을 열고 나가는
비틀거리는 두 발자국의 인생
무언가를 짊어지던
구부러진 등의 기억에
누군가 싸구려 점퍼를 너덜너덜하게 걸쳐놓았다
다시
거리의 노인이 되어버릴 한
사람
당신은 당신이 가야할 곳을 알고 있는가
아니, 아니 그보다
삶의 끝에는 무엇이 남았지
삶의 끝에는 대체 무엇을 남겨두어야 하는가
그의 등에 물음 하나만 더 얹어놓을 수 있었으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