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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숨어있는 비율
2008년 2월에 제대를 막 한 아들과 함께 보름 동안 타이완에 자전거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공항 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해안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여행이었다.
서해안은 밋밋하기 그지없었으나 남쪽 끝에 있는 켄팅(墾丁)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동해안의 거의 모든 길은 절경이었다.
북부해안을 지나 서해안으로 오면 딴수이(淡水)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에서 하구를 따라 발리(八里)까지 15km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였다.
정말 경치 좋은 곳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이 길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는 들어올 수 없도록 저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를 타자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자전거 길이 없었다.
타이완의 이러한 자전거 길이 부러워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신문인 디트뉴스에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끊어지지 않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 후 5년이 지난 2003년 우리나라에는 상상도 못한 자전거 길이 생겼다.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세계에서도 유일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겼다.
도시와 도시의 연결을 떠나 4대강을 중심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가 생긴 것이다.
이것을 한민족의 저력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고 자전거에 맞지 않게 환경을 파괴했으며
자전거의 교통수단보다는 레저 및 관광에 치중했다. 정권이 바뀌고 이후 생길 유지비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기름값이 올라가고 정부 정책으로 자전거 도로가 많이 생기면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는 일반적으로 생활용과 레저용으로 나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생활용은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레저용은
비싸다.
자전거의 가장 좋은 점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매우 경제적이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것이다.
갈수록 비싸지는 기름값과 대중교통비를 생각하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교통비를 10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전거 타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출퇴근이나 통학하는 사이 우리의 건강은 몰라보게 좋아진다. 게다가 대기환경을 좋게 하여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남
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출퇴근이나 통학은 어차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이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면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다른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길
차를 타고 가면 폐쇄된 공간에 갇혀있게 되어 외부의 자극에 폭력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안에서 큰 소리 치고 얼굴을 붉히는 행위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 힘으로 바람을 가르고 달리게 되어 사람과 세상을 보다 긍정적이고 밝게 본다.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출근하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귀가하면서 풀 수 있다.
건강에 안 좋은 스트레스가 거의 쌓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교통비까지 절약한다.
아울러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타는 만큼 자동차 운행이 줄게 되어 그만큼 대기환경을 좋게 하여 이웃에 좋은
일을 한 것과 같다.
그뿐 아니다. 잊혔던 골목길이 다시 보인다. 따라서 자전거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면 일석사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침시간이 너무 빠듯해 자전거로 갈 여유가 없다는 사람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
그만큼 더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많은 경우 특히 교통체증이 심하면 자전거는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가용이나 택시보다도 빠른 경우가 많다. 짧은 거리는 여유가 없을수록 자전거로 가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어 좋다.
자전거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위험하다고도 한다. 물론 너무 멀거나 위험한 곳이 많다면 굳이 탈 필요는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적지까지 한 20km 이내이면 타볼만하다.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므로 자전거 도로가 없는 한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차도에서 운행중인 자동차가 일부러 와서 자전거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차도에서는 반드시 우측통행을 하고 길 오른쪽에 치우쳐 가며 항상 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는 겨울에도 충분히 탈 수 있다.
단 적당한 방한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타지 못할 정도로 춥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씨는 일 년에 얼마 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는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는 보관할 데도 마땅치 않고 도난의 여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우리 주변 어딘가에 보관할만한 곳이 꼭 있다.
아니면 접기가 가능한 작은 자전거를 이용하면 보관이 쉽다. 자전거가 많이 사용되면서 자전거 도둑이 늘어나고 있
으니 자전거 보관에 좀 더 신경 쓸 필요는 있다.
옷 갈아입기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출퇴근용으로 가볍게 탈 경우 출근 복장으로 타면 된다. 굳이 자전거 복장을 할
필요가 없다.
통이 넓은 바지를 입는 경우 오른쪽 발목 위의 바지를 반드시 감아주어야 하다. 그래야 체인에 걸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헬맷은 마실 다닐 정도로 가볍게 다니지 않는 한 반드시 쓰는 것이 좋다. 자동차의 안전벨트라 생각하면 된다.
좀 불편하지만 사고가 나는 경우 안전에 큰 역할을 한다.
땀 흘리고 샤워하기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면 항상 바람이 자전거 속도에 비례하여 불어온다.
굳이 빨리 달릴 필요 없다. 천천히 타면 많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수건을 물에 적셔 땀 난 부위를 닦으면
개운해진다.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 자전거를 타자.
적당한 기어비를 이용하면 타기에 편리한 자전거
자전거는 바퀴의 크기에 따라 일반 자전거와 작은 자전거로 나뉜다. 일반자전거의 바퀴는 보통 27인치와 26인치를
사용한다.
포장된 도로를 타는 도로자전거는 주로 27인치로 되어 있고, 비포장도로도 탈 수 있는 산악자전거는 주로 26인치로
되어 있다.
그보다 작은 자전거는 미니벨로(Mini Velo)라고도 하는데 20인치 이하의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말한다.
1인치는 약 2.54cm로 바퀴 크기는 바퀴를 다는 테의 지름을 나타낸다.
바퀴의 테에 다는 타이어도 크기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바퀴의 크기는 테의 크기와 거기에 덧붙인 타이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26인치 테에 2.0인치 타이어를 달면 바퀴의 둘레는 약 212cm 정도 되고, 1.75인치 타이어를 달면 이것보다
조금 작은 207cm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산악자전거는 앞 기어가 3단이고, 뒷 기어가 9단으로 되어 있어 총 27단의 기어를 사용할 수 있다(요즘은
10단 기어도 나온다).
도로자전거는 앞 기어가 2단, 뒷 기어가 10단으로 20단이다.
작은자전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가 갖고 있는 다혼(Dahon)의 뮤에스엘(Mu SL)은 앞 기어는 하나이고 뒷
기어만 9단이다.
기어의 크기는 톱니 수로 재는데 단위를 보통 T(teeth)로 사용한다.
따라서 32T 라 함은 32개의 톱니가 균일하게 달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산악자전거 엘파마(Elfama) 티타니아(Titania)는 앞 기어가 3단으로 44x32x22T이고(이 의미는 가장 큰 기어가 44T,
중간 기어가 32T 그리고 작은 기어가 22T라는 뜻), 뒷 기어는 9단으로 가장 작은 기어 11T에서 가장 큰 기어 34T까지
고루 되어 있다(11~34T).
도로자전거 세벨로(Cervelo) 듀알듀라에이스(Dual Dura Ace)는 앞 기어가 2단으로 53x39T, 뒷 기어는 10단으로 11~23T
그리고 작은자전거 다혼 뮤에스엘은 앞 기어가 53T, 뒷 기어는 9단으로 11~32T이다.
자전거의 회전비
자전거에서 페달의 회전수 대 뒷바퀴의 회전수의 비를 회전비라 한다.
페달을 한 바퀴 돌렸는데 뒷바퀴가 두 바퀴 돌면 회전비는 2가 된다.
앞 기어가 32T이고 거기에 물린 뒷 기어가 16T이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는데 따라 뒷바퀴는 두 바퀴씩 돌아간다.
한번 페달을 돌리는데 뒷바퀴가 4바퀴 돌면 2바퀴 도는 것보다 속도는 빠른 대신 힘이 더 든다.
그러나 뒷바퀴가 반 바퀴만 돈다면 속도는 느리나 페달을 밟는 힘은 상대적으로 덜 든다.
페달이 달려 있는 앞 기어(크랭크)와 뒷바퀴를 돌리는 뒷 기어(스프라켓)에는 톱니가 달려있다.
따라서 회전비는 이들 톱니수의 비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회전비=앞기어의 톱니수/뒷기어의 톱니수
산악자전거와 도로자전거 그리고 작은자전거의 회전비는 각각 다음 표와 같다.
자전거에 숨어있는 비율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예를 들어 보자. 수동식 자동차에서는 고속으로 달릴 때는 5단으로 달리고 저속이고
힘이 필요할 때는 1단으로 달린다.
즉 속도가 빠를수록 기어의 단 수를 올리고 힘이 더 필요할수록 내린다.
이에 맞추어 자전거에서도 각 톱니의 수의 크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숫자를 부여하자.
다음 표를 보면 페달을 한 번 돌리는데 3단-9단 기어비는 가장 높은 회전비로 페달을 한 번 돌릴 때 뒷바퀴는 4번 회전
되나, 1단-1단 기어비는 가장 낮은 회전비로 반 바퀴 조금 더 돈다.
위 표를 보면 엇비슷한 회전비가 있다.
예를 들면 2단X9단의 회전비는 3단X7단과, 그리고 2단X8단은 3단X6단과 거의 비슷하다.
앞 기어는 자전거 프레임을 기준으로 바깥쪽이 큰 기어(3단)이고, 뒷 기어는 바깥쪽이 가장 작은 기어(9단)이다.
그러므로 앞 기어의 바깥쪽과 뒷 기어의 안쪽 또는 앞 기어의 안쪽과 뒷 기어의 바깥쪽을 연결하면 체인이 크게 비틀
리게 된다.
그러므로 1단X9단이나 3단X1단 같은 기어의 조합은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와 비슷한 회전비를 갖는 다른 기어 조합을 이용하면 된다.
앞 기어의 가장 큰 기어(3단)는 뒷 기어의 제일 작은 기어 4개(6단~9단)와 함께 사용하고, 중간 기어(2단)는 가운데
기어 5개(3단~7단), 제일 작은 기어(1단)는 가장 큰 기어 4개(1단~4단)와 사용하면 체인이 크게 비틀리지 않고 바르게
정렬되어 좋다.
굳이 27개의 모든 조합의 기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빠르기로 평지를 탈 때는 앞 기어를 중간(2단)에 넣고 순간순간 속도와 길의 변화에 따라 뒷 기어를 조정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나오면 힘이 들므로 앞 기어를 작은 기어(1단)에 넣고 사용하면 힘을 덜 드리고 오를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속력을 내고 싶을 때는 앞 기어를 큰 기어(3단)에 넣고 사용한다.
대체로 앞 기어 하나를 움직이는 것은 뒷 기어 두 개를 움직이는 효과와 거의 비슷하다.
회전비를 크게 하여 무리해서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다.
자전거를 힘 들이지 않고 잘 타기 위해서는 길의 순간순간 변화에 수시로 앞 기어와 뒷 기어를 적절히 잘 조정해야 한다.
기어는 멋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계속해서 변화를 주어 무릎에 부담 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산악자전거로 도로자전거와 경쟁하지 말라
똑같은 기량을 가진 두 사람이 하나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하나는 도로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함께 달린다면 서로 경쟁이
될까?
감성적으로 무게도 가벼운 도로자전거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전 편에서 보여준 표를 비교하면 도로자전거의 회전비가 산악자전거보다 더 크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평지를 달리면 산악자전거는 도로자전거를 따라 잡기 힘들다.
그러나 오르막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초저단기어를 사용해야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면 도로자전거는 올라가기 힘들어 속도가 늦어지나 산악자전거는 보다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자전거의 속도는 기어의 회전비와 얼마나 빨리 페달을 돌리냐에 달려 있다.
회전비가 높을수록 그리고 페달을 빨리 돌릴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물론 같은 회전비에 같은 페달 횟수라면 바퀴가
클수록 속도가 빠르다.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리면 자전거는 얼마의 속도를 낼까?
산악자전거의 바퀴는 크기가 일반적으로 26인치이다.
앞 기어는 주로 3단이고 뒷 기어는 9단이다.
도로자전거(싸이클, 로드바이크)의 바퀴는 대체로 27인치(단, 철인용 자전거는 26인치)이고 앞 기어는 주로 2단이며
뒷 기어는 10단이다.
여기서는 26인치 바퀴의 산악자전거(26x2.0)와 26인치 바퀴의 철인용 자전거(650x23C)로 속도를 구해본다.
26인치이면 1인치가 2.54센티미터이므로 66센티미터가 된다. 따라서 바퀴테의 둘레는 66x3.14 = 207센티미터가 되며,
여기에 타이어가 부착되면 그만큼 더 커진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해 보니 26x2.0인 경우 바퀴 둘레가 212센티미터, 650x23C인 경우 196센티미터이다.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리면 1킬로미터=100,000센티미터이므로
속도(km/h)=회전비x바퀴둘레x90번x60분/100000
이 된다.
따라서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릴 경우 산악자전거와 도로자전거의 속도(km/h)는 각각 다음과 같다.
위 표에 따르면 도로자전거가 속도를 더 빨리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로자전거는 산악자전거보다 더 가볍고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더 작기 때문에 그 만큼 도로 마찰에 의한 힘이 덜 든다.
그래서 산악자전거로 도로자전거를 앞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도로의 경사가 급하지 않는 한 도로자전거가 산악자전거보다 빠르다.
설령 급한 경사의 오르막이 있다하더라도 그 구간이 길지 않는 한 도로자전거가 산악자전거보다 빠르다.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도로자전거가 앞질러 간다고 해서 따라 잡으려고 하지 말라. 잘못하면 다친다.
작은 자전거도 속도가 느리지 않다
필자가 자전거 애호가인 것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자전거를 사면 좋을지 물을 때 특별하지 않는 한 서슴없이 접
이식 작은 자전거를 권장한다.
그러면 묻는 첫 질문이 “작은 자전거는 느리지 않나요?”이다.
비교 상대는 일반자전거이다. 분명 빨리 타지도 못할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을 한다.
작기 때문에 느리지 않는가 하는 의심을 물론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소장한 작은 자전거의 회전비는 1.66에서 4.82로 일반자전거의 가장 빠른 회전비 4보다 크다(일반자전거는
산악자전거와 거의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작은 자전거로 한 바퀴 페달을 돌리면 약 5바퀴 가까이 굴러가고 일반자전거는 4바퀴 굴러간다.
작은 자전거의 바퀴 지름을 20으로 보고, 일반자전거의 바퀴 지름을 26으로 보면 한 바퀴 굴릴 때 작은 자전거는 100
가까이, 일반자전거는 104 만큼의 거리를 간다.
따라서 바퀴가 큰 일반자전거가 조금 빠르다.
그러나 작은 자전거는 그만큼 가볍고 더구나 일반자전거에 비해 작은 바퀴를 굴리므로 힘이 덜 든다.
따라서 더 많은 페달을 돌릴 수 있으므로 결코 일반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뒤지지 않는다.
경험에 의하면 산악자전거 동호인과 함께 달렸을 때 평지에서 거의 다른 산악자전거가 작은 자전거를 따라오지 못했다.
작은 자전거의 단점은 바퀴가 작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돌출물을 넘어갈 때 상대적으로 큰 바퀴가 안전하게 지나가기 때문이고 또한 빠른 속도를 낼 때에는 일반자전
거보다 더 많이 바퀴가 회전하므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가볍고 또한 접을 수 있어 휴대가 용이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훨씬 편리하다.
그러므로 일반인이 적당한 속도로 타기에는 작은 자전거가 일반자전거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
철인3종경기 고통의 끝은 무엇일까?
나는 2003년 7월에서 다음 해 7월까지 뉴질랜드 남섬의 중심 도시인 크라이스트쳐어치의 캔터베리대학교에서 방문
교수로 지냈던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의 자연은 거의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었으며 많은 지역이 원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반해 뉴질랜드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을 나라의
주요한 정책으로 삼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가 남긴 자연환경의 혜택을 계속 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가 잘 먹고 남긴 쓰레기를 청소하느라 힘든 세월을 보낼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마라톤을 완주하다
남북한 모두 합한 우리 땅보다 좀 더 큰 영토에 우리의 1/20도 채 안 되는 인구가 살고 있으니 그들의 생활은 바쁜 것
하고는 멀었다.
주민들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삶을 즐기는 것 같았다.
푼돈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주말이면 늘 다양한 스포츠가 곳곳에서 행해졌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의 천국이다.
맥주회사가 주관하는 2월에 열린 <스파이츠의 해안과 해안 삼종 경기(Speight's Coast to Coast Multisports Race)>는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이 대회는 뉴질랜드 남섬의 서해안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대관령보다 훨씬 높은 아써스 고개
(Arthur's Pass)를 넘어 동해안의 크라이스트쳐어치까지 가는 1박 2일의 매우 힘든 대회이다.
카약으로 67킬로미터의 계곡물을 건너고 36킬로미터에 이르는 산길을 달리며 자전거로 140킬로미터의 도로를 주행
하는 경기이다. 이 대회에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 아는 한국인이 참가해 완주하는 것을 직접 봤다.
나는 2003년 11월에 <켄터베리 봄철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21.1킬로미터를 2시간 5분 29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의 삼종경기 완주는 나에게는 멀기만 했던 마라톤 완주의 꿈을 심어주었다.
나는 2004년 6월 6일에 열리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를 기념하는 크라이스트쳐어치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100일을 준비했다.
매일같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연습했다.
몸 구석구석이 아팠고 탈이 났다. 그것을 모두 극복하고 참가했다.
대회가 시작되면서 처음 25킬로미터까지는 룰룰라라였다. 거의 힘도 들지 않았고 즐기면서 달렸다.
그러나 30킬로미터가 되자 다리는 경직되기 시작했다. 나보다 뒤쳐진 사람들이 계속 나를 앞서갔다.
다리는 점점 뻣뻣해졌고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대체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온갖 곳에 모두 광고를 해놨으니 그만둘 수도 없었다. 아테네의 승전을 알리려 달려간 아테네 병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도착지점이 멀리 보이면서 달리기 보다는 거의 발을 질질 끌다시피 가며 결국 테이프를 끊었다.
완주를 하자 밀려드는 기쁨은 그동안 겪은 고통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기록은 4시간 36분 17초.
마라톤 완주는 내 일생에서 내 의지로 성취한 뜻 깊은 3대 사건의 하나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라톤 완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맛을 나에게 보여 주었고 또한 그 이상으로 성취욕을
만끽하게 하였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
생활이 안정되고 경제가 점차 좋아지면서 비만은 현대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자동차와 도로의 발달로 걷는 것이 줄어들고 식생활의 양식이 변하면서 몸이 점점 불어난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다이어트 같은 식이요법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몸무게와 허리둘레가 10퍼센트나 줄었다.
운동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본다.
특정한 규칙 아래서 상대방과 겨루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것과 오직 자신과 겨루며 힘든 것을 참으면서 자유를 만끽
하는 것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달리기, 산악자전거,
등산, 삼종경기 등을 들 수 있다.
달리기를 재미있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살을 빼고 체력을 좋게 하기 위해 힘든 것을 참고 꾸준히 달릴 뿐이다.
즉 자신과의 경쟁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 보면 달리는 자체가 점점 고통스러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내하며 달리다가 멈추었을 때, 숨은 차지만 고통이 사라진 그 느낌은 너무도 좋다.
특히 마라톤을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달리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나, 완주를 하게 되면 그 고통이
없어지는 쾌감과 아울러 성취감을 포함하는 즐거움은 인생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경우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가기도 하지만 끌고 갈 때도 있고 심지어는 메고 갈 때도 있다.
가파른 곳을 끌기도 하고 메고 가기도 하는 그 힘든 과정은 정상에서 심호흡하고 경치를 즐기며 다시 내려 달리는
기쁨을 준다. 오르막의 고통은 내리막의 환희로 바뀐다.
등산도 그렇다. 우스개 말로 “내려올 거 뭐 하러 올라가냐” 하며 야유도 한다.
하지만 험한 산길을 올라가는 것은 정상에 올라가 본 사람만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르는 것이 어려울수록 정상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훨씬 좋다.
상쾌한 바람을 마시고 멀리 펼쳐진 경치를 구경하면서 잠시 숨을 돌릴 때 그동안 느꼈던 고통은 어느새 사라진다.
철인삼종경기과 트라이애쓰론(triathlon)이라고 하는 경기도 역시 그렇다.
철인삼종경기는 1978년 하와이에서 성행하던 와이키키 바다수영 3.9킬로미터와 하와이 도로사이클 180.2킬로미터
그리고 호놀룰루 국제마라톤(42.195킬로미터)의 3개 대회를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도록 구성한 데서 유래했다.
대회 제한시간인 17시간 이내에 완주하면 철인(iron man)의 칭호를 받는다.
올림픽 종목인 트라이애쓰론는 수영 1.5킬로미터와 자전거 40킬로미터 그리고 달리기 10킬로미터를 이어서 한다.
수영을 하고 난 후 자전거를 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리기를 하는 이 운동은 세 가지의 서로 다른 힘든 운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이 역시 매우 힘드나 완주할 때 오는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는 그 후에 오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이
좋아지지만 재미가 없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그 고통을 한방에 날려주는 쾌감이 있기에 나는 이러한 운동을 좋아한다.
이러한 운동은 하면 할수록 체력이 보강되어 고통은 점차 줄어들고 즐거움은 점점 커진다.
적분은 모두 합하는 것이다
고통과 쾌감의 관계를 적분으로 알아볼 수 있다.
시간 t 에 따라 느끼는 고통과 쾌감은 시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시간 t 에 따라 고통을 느끼는 함수를 y=고통(t)라 하고, 쾌감을 느끼는 함수를 y=쾌감(t)라고 하자.
그러면 고통이나 쾌감을 당하고 있는 시간 동안의 느끼는 모든 어려움이나 즐거움을 모두 합한 양이 바로 그 시간
위에서 적분이다.
고통을 처음 느끼는 시간을 0이라 하고 끝나는 시간을 b라고 하자.
그러면 그동안에 느낀 고통을 모두 합한 것은 y=고통(t)를 0에서 b까지 적분한 ∫고통(t)dt로 나타낼 수 있다.
고통이 끝나면서 시작되는 쾌감이 끝나는 시간을 d라고 하면 그동안에 느낀 쾌감은 y=쾌감(t)를 b에서 d까지 적분한
∫쾌감(t)dt로 나타낼 수 있다.
사람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니 고생한 사람 억울하지 않게 이
둘을 서로 같다고 보자.
즉 고생한 만큼 즐거움이 오는 것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식을 얻는다.
∫고통(t)dt = ∫쾌감(t)dt
고통을 느끼는 시간은 대체로 길고 쾌감은 짧은 순간에 느낀다.
마라톤의 경우 일반인은 4시간 넘게 달리며 꾸준히 고통을 받지만 완주를 하고 쉬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은 훨씬
작다는 뜻이다.
즉 즐거움을 느끼는 b와 d의 간격은 고통을 느끼는 b보다 훨씬 작다.
그러므로 위 식이 성립하려면 쾌감의 강도가 고통보다 훨씬 커야 한다.
그 뜻은 비록 느끼는 시간은 짧을지라도 쾌감의 크기는 모든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고통을 느끼는 함수를 아주 단순히 하여 시간이 갈수록 일정하게 힘들어진다고 하자.
즉 처음부터 10시간까지 느끼는 고통의 양은 시간에 비례하는 고통(t)=t/2라 하자.
10시간 후 고통이 사라지고 순간(계산의 편의를 위해 1시간 동안이라 하자)에 쾌감을 균등하게 느낀다고 하자.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고통의 양은 고통(t)=t/2을 0에서 10까지 적분한 것으로 그 값은 25이다.
이와 같은 양의 쾌감을 1시간에 균등하게 모두 느끼므로 쾌감은 상수이고 이를 c라고 하자.
이 상수를 10에서 11까지 적분한 값이 25이어야 하므로 c=25가 되어 쾌감의 강도는 한 시간 내내 25가 된다.
위 그림에서 삼각형은 고통을 표현하고 사각형은 쾌감을 나타낸다.
그 두 면적이 같다고 했으므로 직사각형의 밑변의 길이에 해당하는 쾌감을 느끼는 시간이 삼각형의 밑변의 길이에
해당하는 고통을 느끼는 시간보다 10배는 크다.
사각형의 면적은 밑변의 길이 곱하기 높이이지만, 삼각형의 면적은 밑변의 길이 곱하기 높이의 반이므로 쾌감을 느끼는
그 강도는 고통을 최고로 느낄 때보다도 5배에 해당한다.
쾌감을 느끼는 시간이 순간이라면 순간에 일어나는 쾌감은 더욱 엄청나게 커진다.
그래서 그동안 겪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순간에 즐거움을 얻는다.
이 순간의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즐거움의 여운을 남겨준다.
이 맛에 사람들은 달리기를 하고 등산을 하고 산악자전거를 탄다.
아울러 인생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감내하고 희망을 갖고 노력하며 살면 지난날의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불교에서는 선행을 베풀라고 가르친다. 즉 덕을 쌓으라는 것이다.
덕을 쌓는 것이 복을 짓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덕을 쌓는 것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힘 들여 덕을 베풀면 자기가 베푼 덕만큼 또는 복을 짓는 만큼 후일 다 돌려받는다.
자신이 못 받으면 자식이 받을 것이다. 자기가 베푼 덕은 차곡차곡 쌓인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저지른 악행 역시 차곡차곡 쌓인다. 이것이 인생의 적분이다.
자신이 못 받으면 자식이 또는 후손이 자신이 행한 덕이든 악행이든 다 물려받게 된다.
그래서 복을 받으려 하지 말고 복을 주어야 한다.
앞으로 새해 인사는 이렇게 바꾸는 것이 어떨까?
(이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