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다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59
일시 : 2019년 5월 31일
장소 : 새빛센터
1. “나, 글을 세 페이지나 썼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랑 얼굴이 마주친 ‘우’는 보자마자 자랑질이다. 잘 생기고 기럭지도 길더니 글도 길게 쓰는구나. 장하다. 벌써 맘이 둥둥,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든든하다.
사회 봉사 간 두 녀석이 마치고 오는 중이라 기다릴까 했더니 곧 도착하니 바로 시작하잔다. 자기 글을 빨리 읽고 자랑하고 박수 받고, 칭찬 받고 싶은 거겠지. 좋지~
2. 그래서 ‘우’부터 시작했다. 오늘 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찰리 말고 탈락한 3명의 아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빼곡하게 적었다.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왠지 화가 났고, 자기 모습이 오버랩되었단다.
「완득이」를 읽고 글을 쓴 ‘준’이는 다른 아이들 글을 잘 읽고 기가 막히게 멋진 말로 칭찬을 해 준다. 그런데 오늘 본인 글은 어색하다. 본인 성격이 책을 남들 보다 느리게 아주 천천히 읽는 성격이라 절반 정도 읽었단다. 담임 쌤인 똥주를 이해 못하는 완득이가 안타깝다고 썼다.
‘훈’이는 글을 제법 쓰는 편이다. 요약도 충실하다. 느낌은 주로 찰리에 집중했는데, 그 아이의 착함과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생일을 챙겨주는 가정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했다고 썼다. 그럴 거다. 그런 가족이 그리운 녀석이다.
늦게 온 ‘허’는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키 크고, 운동 잘하고 성격 좋고로 시작하는 자기 자랑이 끝도 없다. 그런데도 “찰리처럼 욕심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 욕심 많게 살면 그 자신의 이익 때문에 자신의 물건이나 돈을 탕진하고 만다.”라고 썼다. 이 책의 메시지를 잘 읽었냈다.
‘찬’이는 나이가 제일 많아 큰 형 노릇을 한다. 첫 문단부터 시선을 확 잡아끈다. 찰리로부터 다른 4명의 아이들의 캐릭터, 곧 인물의 성격 묘사를 두 세 단어로 짚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 나도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고 버려진 사람인 줄만 알았다.”고 썼는데, 지난 주 글에도 이런 비슷한 문장이 있었다. 지금은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것 같다”고 했는데, 더 묻지 못했다. 이 아이의 삶의 내력이 궁금하다. 아, 내 관찰한 바로는, 지난 주부터 얼굴이 많이 밝다. 오늘은 장난도 많이 친다. 내 마음도 밝아진다.
덕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버릇 없는 아이들의 캐릭터를 글로 묘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이 글은 대박을 쳤다. 우선, 표현이 좋았다. 예컨대,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을 때처럼 머리 속에 딱 나타났습니다”라거나 “마더 데레사 같은 마음씨로” 등과 같은 문장이다. 무엇보다도 글의 제목에 나타탄 키워드고 맘에 든다. 윌리 윙카의 참교육 공장이다. 버릇 없고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참교육을 당한다는 표현에 모두들 빵 터졌다.
‘명’은 「완득이」를 읽었다. 줄거리 요약하는 폼이 만만치 않다. 짧은 분량 안에 빠진 것 없이 잘 압축했다. 문장도 깔끔하고. 눈 여겨 보아야겠다.
3. 최근 센터에 온 아이들에게는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를 보고 글 쓰라고 했고, 기존의 2명에게는 다 읽지 못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후반부로 서평을 쓰거나 아니면 지난 주 깜짝 이벤트이었던, 천종호 판사님과의 만남에 대한 소감을 쓰라고 했다. 한 녀석은 서평을 나머지 한명은 만남을 글로 쓰겠단다.
다음 주 중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러 가기로 했다.
4. 오늘도 맛난 식사다. 조금만 먹어야지 했는데, 어느새 배가 부르다 못해 배 터질 지경이다. 몸도 마음도 배 부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