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칭
이주언
내 손바닥에
양팔을 벌린 내가 서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에 침을 놓으면 파르르 눈꺼풀의 떨림이 멈추기도 했다 미세한 바늘구멍은 나를 통과하여
먼 우주로 이어진 길인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흐르다 멈춘 손금처럼
짧았던 사랑도 한때 유행가처럼 빛나던 사람도
어느새 야위어진 운명 앞에 섰다
밤하늘 올려다보면 우리의 별자리도 흐릿해졌는데
내 속에 터를 잡은 당신이 부풀어 오른다
당신이라는 토양 위에 나도 자란다고 믿고 싶은
당신은 광활하다
손바닥에 나무와 풀이 무성할수록
풀벌레 소리, 욕망과 기도 소리 쌓여갈수록
내 저울은 우매함 쪽으로 기울어진다
가만히 손바닥 들여다보면
기우뚱, 절반의 생애가 이미 추락 중이다
귀거래
이주언
생일이 돌아왔다
사각의 공간에 갇혀 있는데
사각의 바깥에 케이크가 배달되었다
이곳으로 나오려면 패스워드를 대야 해
쉰 개의 촛불을 켤 때까지
엄마를 나올 때 내지른 소리처럼 생의 비밀을 대어 보시지
둥근 밥상을 마주한 듯 케이크에 둘러앉은
아홉 조각 거울의 방
나만의 패스워드를 기억해내고는
오래 잊었던 소원처럼
쉰 개의 초를 훅, 불며
아홉 조각 밥상보를 열어젖히고
덥석,
엄마와 함께 자리하고 싶은 곳
−『포지션』2020년 겨울
첫댓글 사는 게 기우뚱, 아닌가요. 그래서 그곳으로 가는 패스워드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본향, 따스한,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