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거의 매일 밤 헬스클럽에 간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운동도 좋지만 가족들과의 심야 데이트가 더 좋다.
그래서 야간 운동을 빼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은 아들의 고등학교 울타리 안에 있다.
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운동시설이다.
교정의 부지가 매우 넓은 편이라 학생들이 공부하는 건물과는 떨어져 있다.
체육과 문화 시설의 전용 공간이 별도의 건물 안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시설도 좋고 조용해서 시민들이 애용하는 헬스클럽이다.
이 헬스룸은 매일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그 시간까지 운동을 빡세게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귀가 시간에 고3 수험생인 아들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걷는다.
아들도 공부시간을 줄일지라도 운동은 빼먹지 않는다.
어느 날엔 딸과 함께, 어느 날엔 아내와 함께 걷는다.
드물긴 하지만 가족 네 명이 함께 데이트를 하는 날도 있다.
가족들이 모두 같은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매일밤 누군가와는 심야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저 즐겁고 감사할 따름이다.
자녀들이 크니 각자의 삶이 바빠졌다.
대화의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가 점점 쉽지 않은 듯하다.
특히 수험생인 아들과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심야에 밤길을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서로에게 더욱 요긴하게 느껴진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족간에 소통과 공감을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일과 공부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기 쉽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잘 활용하여 서로가 대화에 힘쓰고 깊이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지난 주말에도 아내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을 하고 왔다.
둘레길 289K를 온전하게 일주할 때까지 우리는 중단 없이 진행할 생각이다.
두메산골에서 만난 어떤 원주민 아주머니도 "요즘 너무 바빠서 죽겠다"고 하셨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도래했고, 도회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 모두에게 일일이 신경을 쓰며 걔네들이 필요한 것들을 자주 택배로 보내신다고 했다.
마을 부녀회 활동에, 애경사 챙기랴, 살림하랴, 고사리 취나물 두릅 등 자연산 식재료들을 채취하여 돈도 벌어야 한단다.
모든 일이 다 때가 있으니 그 시기가 도래했을 때 바짝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고 했다.
그랬다.
서울만 바쁜 게 아니었다.
아주 깊은 두메산골에서도 모두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아름답다고 미더웠다.
그 깊은 산골에서 건강함과 성실함이 실팍하게 묻어났다.
남녀노소 누구나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진정으로 예뻐 보였다.
분주한 몸짓들, 그런 질박한 삶 속에 사랑이 있고 감사가 있음을 보았다.
그곳이 도시든, 인적이 드문 산 속이든 장소의 문제는 아니었다.
도농 어디에서든 가족을 향한 깊은 정이 흐르고 있었고, 소망과 감사가 끈끈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건강한 삶이 연둣빛 신록들과 함께 찰지게 버무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흐뭇했다.
매일 밤 심야 데이트.
짧은 시간일지라도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어 좋다.
깊은 감성의 흐름까지도 교류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가 운동을 좋아 한다.
그러나 운동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야 데이트도 우리에겐 매우 요긴하고 소중한 일상이다.
벌써 금요일이다.
시간이 엄청 빠르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란다.
사랑발전소 회원님들 모두에게 행복한 5월이 되길 빈다.
파이팅.
2011년 5월 6일.
감사한 마음으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