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선배님, 나의 후배님
WRITTEN BY 승짱
"이번 과제는 이전에 공지한 대로 팀플 과제입니다. 앞에 조별 명단을 게시해놨으니 나가는 길에 확인하세요."
진은 안내를 듣자마자 선배와 같은 조가 된다면 참 좋겠다고 남몰래 생각해. 저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며 선배를 힐끔 쳐다보았지만 그는 친구들의 장난을 받아주느라 진이 쳐다보는 것도 모르는 눈치야.
과대표인 친구를 도와 부과대표를 맡고 있는 선배는 학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명인사야. 수석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수재인 데다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외모는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지. 부과대표를 맡게 된 것도 주변에서 등 떠밀어 어쩔 수 없이 나간 경우였어. 정작 선배 자신은 무언가를 나서서 하길 꺼려하는 부류였달까.
# 2년 전
지난여름, 진이 일하던 자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었지. 나름 학교에서부터 걸어오기엔 먼 곳이라 학교 사람들은 찾지 않는 그런 곳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곳이었어. 문에 달려있는 동그랗고 자그마한 종이 딸랑임과 동시에 그 밑으로 낯익은 얼굴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야.
...유아인... 선배...?
생각지도 못한 그의 등장에 쑥스러움이란 감정도 잊어버린 것처럼 아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진이였어.
톡- 톡-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우유팩에 어려있던 물기가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그녀의 레이저와 같은 시선을 모른 척할 수 없던 아인은 의아하다는 듯 진을 흘깃 쳐다보더니 금세 시선을 돌리고 말아. 반가운 마음이 앞서 저도 모르게 아는 체를 하려던 순간, 선배는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그제서야 언제부터 벌어져 있던 건지도 모를 자신의 입을 가까스로 다물 수 있었어. 같은 과라지만 얘기를 나눠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자신의 행동이 선배의 눈에 얼마나 이상하게 비춰졌을까, 창피함에 진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라. 아인이 메뉴를 고르는 보는 사이 차가운 우유팩에 의해 차가워진 손을 자신의 발개진 볼에 슬며시 가져가. 열기를 식혀보려 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아. 그것은 창피함을 가장한 설렘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핫초코요."
핫초코.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워낙 차가운 인상이라 당연히 아메리카노라 생각했는데.
"저...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진의 질문이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난제라도 되는 것 마냥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기더니,
"..... 이요..."
"... 네?"
.
.
.
"...... 많이요."
생크림을 탑처럼 쌓아올린 후 초코시럽을 가지런히 드리즐 해주고, 마지막으로 이 초콜릿 한 조각을 생크림 꼭대기에 올려주면,
아,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잖아.
선배만을 위해 무언갈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아인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마는 진이야. 제발 선배가 좋아해야 할 텐데. 자신의 음료로 추정되는 물체를 마주한 아인은 이내 놀라는 눈치였어. 허나 금세 흥미를 잃은 아이처럼 진동벨을 무심히 건네고는 자신의 음료를 가져갈 뿐이었지. 아인의 미지근한 반응이 진은 못내 아쉬울 따름이야.
그러나 그녀는 보지 못했어. 뜻밖의 성탄절 선물을 받은 아이 마냥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던 아인의 표정을.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카페에 들려 생크림이 듬뿍 올려진 핫초코를 주문하는 아인.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나눠보진 못했지만 두 사람만의 소소한 일상에 설렘은 나날이 더해져가.
*
"뭘 보는 거야?"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진이 물었어.
"요즘 티비에 나오는 그 셰프 있잖아. 이번에 한남동에 디저트샵을 열었는데 거기 에그타르트가 진짜 대박이래."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보고 있던 화면을 진에게 보여줘.
"와... 이거 완전 금값이네."
"없어서 못 판댄다. 아, 한 입만 먹어봤으면."
화면 속의 에그타르트는 리본이 달린 기다랗고 네모난 선물용 상자에 담겨 노란 빛깔을 한껏 뽐내고 있었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것을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돼. 하지만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보자니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며 한숨이 나오려는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 아인과 눈이 마주친 거야.
흠칫 놀란 마음을 달래볼 새도 없이 그의 눈을 피해 고개를 급히 숙여보지만 아인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진은 그의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지. 남들은 알아채지 못한 아인의 신호가 무척 당황스럽게 느껴지려던 순간 때마침 교수님이 들어오며 아인의 시선이 끊기고 말아. 진은 천만다행이라 생각해.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볼과 귀가 아인이 보고 있는 가운데 발갛게 물들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거든.
그나저나,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야...?
*
어느 순간부터 일과가 된 듯 자연스레 아인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올 시간만 되면 아인을 위해 갓 휘핑한 생크림을 올려주고 싶어 분주해진단 말이지. 그런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그만 얼굴이 붉어져 버려. 쑥스러운 마음에 황급히 손부채를 퍼덕여.
어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진의 기대와는 달리 아인은 오지 않았어. 그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는 동안 아인의 발길은 뚝 끊기도 말아. 겨우 과방 먼 발치에서 곁눈질로 그를 훔쳐본 게 다였어. 진은 혹여 자신의 과잉친절이 아인을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닌가 마음 쓰이는 것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그러다 일주일하고 하루가 지난날, 낯익은 얼굴이 매장 안으로 스스럼없이 들어오더니 불쑥 무언가를 내미는 거야.
"선물 받은 건데 난 별로 안 좋아해서."
놀란 눈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추한 표정이었음에 틀림없어- 아인을 바라보다 이내 그의 선물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져. 종이봉투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꺼내보았어.
의문의 상자 위에 달려있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베이지색 리본은 진을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어. 며칠 전 보았던 미식가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유명 제과점의 에그타르트 상자임을 진이 모를 리 없었거든. 친구와 함께 입맛만 다시던 그 에그타르트가 바로 눈앞에 있단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애석하게도 꽤나 먼 거리에, 더욱이 하루에 한정된 수량으로만 파는 귀한 것이라 구매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던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라는 말을 남긴 채 홀연히 나가버리는 아인. 제대로 된 감사인사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잠시, 상자 안에 숨어있던 하얀 쪽지가 진의 눈을 사로잡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행여 찢어질세라 조심스레 펴 보는 진.
'010-****-****'
핸드폰을 허겁지겁 꺼내들고는 곧장 아인에게 문자를 보내.
《정말 먹고 싶었던 거예요!!! 감사합니다!!!! 》
지이이잉-
《응.》
너무 오바해서 보냈나. 느낌표를 하나 덜 쓸 걸 그랬다. 짧디짧은 아인의 답장에 두 눈을 도로록 굴리며 생각에 잠겨. 그러다 차갑게 해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어느 블로그의 글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당장 행동에 옮기는 진이야.
봉투 채로 냉장고에 보관하려 해. 상자를 다시 넣기 위해 종이봉투를 열었더니 매끈한 재질의 종이 두 장이 봉투 바닥에 붙어있었어. 손을 뻗어 종이를 꺼내 보던 진은 놀라움에 짧은 탄성을 내지르고는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거야. 그녀를 웃음 짓게 만든 건 바로 황금색의 제과점 상표와 함께 대기번호 27번이라 찍힌 종이와 한 시간 전 카드로 결제된 영수증이었어.
선물 받은 거라며.
이 선배, 뭔가 허당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시각,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아인. 뭔 놈의 에그타르트 하나 사기가 이리도 힘이 드는 거야. 일주일하고 하루가 걸려 겨우 구입했더랬지. 기뻐하는 표정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왔음에도 어째서인지 심각한 얼굴을 한 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 해. 얼마나 심각했냐하면 그의 주변에 있던 행인들까지 그의 눈치를 살필 정도였어. 급기야 본인이 타야 하는 버스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 그의 핸드폰 화면에는 진의 문자가 띄어져 있었어. 그는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아.
'답장을 너무 짧게 보냈나.'
*
"야, 마셔! 다들 오늘 집에 갈 생각하지 마!"
과 내부에서 열린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자 뒤풀이가 마련되었어. 행사를 이끈 학생회와
그들을 도운 학우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지. 학생회 선배를 좋아하는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진 또한 잠시 자리를 같이 하기로 해.
"진아, 우리 진이 여기 있었구나."
학생회 임원이었던 한 학번 위의 선배가 진과 그녀의 친구 사이에 끼어 앉아서는 진에게 추근대기 시작해. 여자 선배들이 조심하라고 일러주던 선배였어.
"우리 진이, 뭐 힘든 건 없어?"
"남자친구는 있나?"
"배고플 때 불러. 오빠가 밥 사줄게."
이제 나가려던 참이라며 가방을 움켜 쥐는 진. 그런 진에게 선배는 능글맞게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어.
"자, 번호 좀 찍어봐."
그때였어.
"야,"
한 테이블 너머에 앉아있던 아인이 노기 어린 표정으로 선배를 노려보고 있었어.
"그만해, 새끼야.
애 싫어하는 거 안 보여?"
갑작스러운 아인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이목이 집중돼. 차갑기 그지없는 아인의 표정에 추근대던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었어. 아인의 주변에 앉아있던 친구들이 아인의 어깨를 잡고 그를 말릴 정도였지.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아인이 한숨을 쉬며 진을 바라보더니,
"가방 챙겨서 나와."
신발을 고쳐 신고 술집에서 나와 그 주변 일대를 두리번거렸어. 왼쪽 골목에서 한 손은 허리에, 다른 한 손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화를 식히고 있는 아인을 발견할 수 있었지. 진이 천천히 다가오자 아인은 나지막이 말을 건네.
"왜 다 받아주고 있어."
"네?"
"저 새끼, 여자들한테 찝쩍거리는 게 취미인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아..."
화가 난 듯한 아인의 표정에 진은 의아하기만 해. 왜 화가 난 걸까. 어떤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어. 한층 어색해진 분위기에 아인은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릴 뿐이야.
"... 가자.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혼자 갈 수 있어요."
폐를 끼칠 순 없단 생각에 두 팔을 격렬하게 흔들어. 너무나 격렬히 움직였는지 볼살까지 흔들릴 정도였어.
"......"
풉-
필사적으로 거절하는 진을 보고 잠시 넋을 놓았던 아인이 이내 짧은 웃음을 내뱉어. 이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운 진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야.
"잘하네. 앞으론 그렇게 거절하란 말이야."
"나한테는... 말고."
술을 마셔서인지 살짝 붉어진 아인의 눈은 차마 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녀의 주위만을 정처 없이 떠돌 뿐이었어. 눈두덩을 긁적이며 말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쑥스러워하는 남자아이의 것이었지.
"조심히 가.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도착하자 아인은 핸드폰을 슬쩍 들어 보이고는 훌쩍 뒤돌아 가는 아인.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걸까. 당돌하게도 그를 불러 세웠어.
"저녁 사드리고 싶어요. 에그타르트 보답으로."
*
저녁을 먹고 진을 집에 바래다주던 어느 여름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찬란히도 빛나던 그 순간은 손에 쥐어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어.
"좋아해."
"......"
말문이 막혔어. 믿기지가 않았지. 마치 꿈꾸는 것만 같았어. 그래서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아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쓸쓸히 웃었어.
"나는 너 좋아해. 그뿐이야."
"들어가."
웃으며 돌아서는 아인을 멈추게 하고 싶어. 저 넓은 등을 힘껏 안아주고 싶어. 선배를 이대로 보낸다면 나는 아마 평생을 후회 속에 잠겨 살아가겠지.
"선배!!"
진의 다급한 부름에 돌아보는 아인.
"저도요!!!!! 저도 선배 좋아해요!!!!!!!!!!!!"
아, 이런.
볼륨 조절을 잘못했다.
게다가 이 빌어먹을 단지는 고층 아파트로 빙 둘러싸여 있어 마치 동굴 안에서 외친 것 마냥 진의 고백이 울려 퍼지기까지 해. 쑥스러움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한다는 것이 이 사단을 내고 만 거야.
아인 역시 다소 놀란 듯, 멈춰 선 자리에서 온몸이 얼음조각처럼 굳어졌고 오직 두 눈만 재빠르게 깜빡일 뿐이었어. 그러다 웃음이 비져나와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거야. 좀처럼 보지 못한 함박웃음이 얼굴 한가득인 채로 진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
"저... 학교에선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요. 뒷말이 나오는 건 무서워요."
진의 말에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꼬옥 안아줘.
"네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할게."
그날 이후 그 둘은 학교에서 아는 척도 하지 않아.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금방 눈길을 피해 버릴 만큼 조심, 또 조심했어.
그러나 진이 일하던 카페의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 때면 매일같이 그녀를 데리러 오곤 했지. 손님이 많아 아인이 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할 때가 있어. 한숨 돌리려 밖을 내다보면,
카페 유리벽 뒤로 아인이 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지. 학교 밖에서는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을 정도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2년이라는 시간만 정처 없이 흘러갔을 뿐인데 말이야.
# 현재 _ 강의실 208호
"선배! 저랑 같은 조예요!"
동기 중 가장 예쁘다고 소문난 여신이 아인의 팔을 잡아끌고선 자신의 팀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그를 데려가.
잠시나마 눈이 마주친 아인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어. 단지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야. 오늘도 만나긴 힘들겠다는 뜻이지.
방금까지만 해도 선배가 있던-지금은 텅 빈-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코끝이 전기에 감전된 것 마냥 찡해지는 걸 느낀 진은 누가 볼세라 허겁지겁 자신의 코를 가려.오랜만의 데이트라 나름 신경 쓰고 왔건만.
"기운 빠져."
진은 낮게 읊조린 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려. 이내 주름이 생길까, 후회하며 재빠른 손으로 이마를 다림질하듯 꾸욱 누르고는 뒤늦게 자신의 팀원을 찾기 시작해.
"박보검입니다."
아인 못지않게 후배들 사이에선 이미 짝사랑남으로 유명한 보검이야. 항상 웃고 있는 얼굴과 몸에 밴 듯 -그것은 절대 의식적으로 할 수 없는- 한결같이 친절한 행동 때문에 여학생들의 고백이 끊이질 않아. 하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보검의 탓에 다들 그저 짝사랑에서 그치고 말지.
보검 외에 신입생으로 보이는 여자 후배 2명이 앞으로 2주 동안 함께할 팀원이야. 그들 중 학번이 가장 높은 탓에 진이 자연스레 팀장이 되었어.
으레 처음 하는 일이 그러하듯 신입생들에게 첫 팀플은 마냥 서툴 뿐이야.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보검과 진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것이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아. 그녀 역시 신입생 시절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후배들에게 자료를 건네받으면 둘이서 자료를 선별하여 PPT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는 거야.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밤샘 작업을 하는 날이 많아져. 가끔은 후배들도 남아서 작업을 돕기도 하는데 문제는 보검의 얼굴을 감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거야.
힘든 철야작업이 계속될수록 부지불식간 선배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 많아져. 한 날은 여신이가 선배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와서는 그날 하루 종일 속앓이를 하였더랬지. 그렇다고 과제뿐만 아니라 학생회 일로 바쁜 선배에게 칭얼거리는 건 진의 성격에 맞지 않았어. 이도 저도 못한 채 얼굴이 야위어만 가는 진이, 보검은 퍽 걱정되었지만 그와 마주할 때마다 용케 웃어 보이는 진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똑같이 환하게 웃어 보이는 것뿐이었어.
*
발표 당일 새벽이 되어서도 보검과 진은 밤을 새워가며 발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새벽 내내 보검과 문자가 이어져.
《보검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서 최종본 보낼게. 먼저 자! 》
《아니에요. 대본은 다 만들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요, 기다릴게요.ㅎㅎ》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완성된 PPT를 보내기 위해 메신저를 켰어. 잘 보내졌는지 확인을 하는데, 어, 그 사이 보검의 상태 메시지가 바뀌어있더란 말이지.
'힘내'
누군가도 나처럼 힘든가 보구나. 아닌 걸 알면서도 진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왠지 모르게 힘이 나. 기분 좋은 웃음이 비죽 흘러나왔어. 몇 시간 남지 않은 새벽을 잠자는 것에 몽땅 쓰기로 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침대에 뛰어들어 포근한 이불을 덮자마자 금세 잠에 빠져들었어. 진이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사이 그녀의 핸드폰은 환한 불빛을 내뿜으며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어.
《우리 몇 시간 뒤면 보겠네요.》
지이이잉-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지이이잉-
《자나보다. 잘자요, 선배.》
세 번째 문자를 보낸 후에도 보검은 핸드폰을 부여잡은 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아. 꽤나 심각해보이는 얼굴을 한 채 여전히 자판을 두들기며 지우다 다시 쓰기를 반복해. 발표 대본은 그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내팽개쳐있었어. 이러한 풍경은 보검답지 않아. 평소의 그였다면 아침이 밝아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발표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을 건데 말이야.
아, 모르겠다.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 얼빠진 표정을 한 채 대본을 어찌저찌 집어들었지만 도통 집중하려들지 않아. 한참을 멍 때리다 결국 침대에 걸터누워 손에 들고 있던 대본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렸어.
보내버렸다, 라고 몇 번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하얀 종이 밑으로 수줍은 미소가 배시시 떠올라.
그 사이 진의 핸드폰에선 보검의 마지막 메시지를 알리는 불빛이 그녀의 방 안을 밝히고 있어.
《사실 선배한테 할 말이 있어요. 내일봐요.》
*
"... 이상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발표자인 선배와 여신이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능숙한 발표 매너와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이 굉장했다고 느끼는 한편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미성숙한 질투가 떠올라. 괜스레 화가 나는 것은 누굴 타깃으로 한 것일까. 선배일까 아님 나 자신일까.
"수고하셨습니당."
무어라 형언할 수없는 복잡한 기분이 진을 덮치려던 그 때, 그녀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보검이야.
"발표도 무사히 끝났는데 뒤풀이 안 하실래요?"
"할 얘기도 있고."
웃으며 말하는 보검의 제안을 어느 누가 거절할 수 있겠어. 보검의 부탁이라면 아마 교수님도 과제를 없애주실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 학교 술 골목에 위치한 학과 단골 술집
"선배, 먼저 들어가세요."
보검이 환하게 웃으며 진이 먼저 들어가도록 자리를 비켜줘. 그런 그의 친절에 고마움을 표하며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느끼며 주점 안을 재빠르게 살피지. 아니나 다를까 여신과 그의 옆에 앉아있는 아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 둘은 나란히 앉아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환하게 웃고 있어. 그 모습을 본 순간 진은 스스로가 그들에게 불청객이라 느껴지면서 이곳에서 당장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제발 어디든 상관없으니 나가자고. 하지만 이미 자리를 안내받고 있는 후배들과 자신의 뒤로 보검이 따라 들어오는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어. 가슴이 마구 뛰어 마치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이야. 갑작스레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이 걱정스러워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보검의 모습을, 여신이 발견하고 말아.
"어, 잘생긴 보검이다! 안녕♡"
약간의 취기가 오른 듯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흥에 겨운 인사를 보내는 여신. 그녀의 발그스름한 두 뺨은 진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역쉬 우리 보검이 발표도 잘하더랑."
보검은 여신의 칭찬에 예의 바른 미소를 흘리고는 뒤이어 아인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해.
아인은 짤막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보검의 옆에 서 있는 진을 지그시 바라보았어. 진은 애써 그의 눈길을 피해. 선배의 눈을 마주하게 되면 사람들 앞에서 당장에라도 자신의 서운함을 토해낼 것만 같았거든.
*
진의 짧은 원피스가 적잖이 신경 쓰이던 보검은 자신이 걸치던 겉옷을 조용히 벗더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에게 건네. 보검의 따뜻한 배려에 순간 과거 다정했던 아인의 모습이 떠올라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말아. 그런 그녀가 당장에 할 수 있는 건 보검의 가디건을 두 손 꼭 쥔 채 감정을 추스르는 것뿐이었어.
시원한 맥주와 쌉싸름한 소주의 조합에 어느덧 긴장이 풀리고 한결 편안해진 기분이야. 과제에 지치고 선배의 무관심에 혼자 안달복달했던 지난날이 지금 생각하면 매우 우스울 정도야. 온몸이 알딸딸한 것이 구름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안주 더 시키고 있어."
*
'정신차리자, 윤 진.'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휴지를 돌돌 말아 얼굴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 거울을 바라보다 아까 전 여신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한껏 따라지어보는 진.
'윽, 됐다, 됐어. 한심하긴.'
취기에 뜨거워진 볼을 부여잡고 두세 걸음 걸었으려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니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아인을 발견하지. 오늘따라 무리하며 마시는 진이 눈에 밟혀 한참을 주시하고 있던 차, 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를 따라나와 기다리던 중이었어. 눈이 마주치자 아인은 일순 짜증이 뒤섞인 숨을 내뱉으며,
"너, 그렇게 마셔대면 내가 걱정하겠단 생각은 조금도 못하지?"
난데없이 날카로운 말투에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아. 선배의 차가워진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해. 하지만 그동안 말 한 번 꺼내보지 못한 섭섭함이 극에 달해 있던 그녀인지라 금세 울음을 삼키고는 그 못지않게 날카로이 대답해.
"...걱정이요? 그렇게나 바쁘면서 제 걱정할 시간은 있고요?"
한 번도 자신에게 화를 내본 적 없던 진이라 아인은 적잖이 당황하고 말아. 예상 밖의 행동에 놀란 건 진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이 순간만큼 제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아. 그러나 더 이상 눈물을 참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떨궜어. 그와 동시에 고여있던 눈물방울들이 밑으로 툭 떨어지고 말아.
사실 아인 역시 진과 오랜만에 얘기하는 것인 만큼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다정한 말을 건네려 머릿속으로 수 천 번 연습하고 또 되뇌어보았어. 그러나 원체 표현도 잘 하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인지라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말들이 그만 입 밖으로 나가고 만 거야. 결국 진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어.
“... 나 좀 봐봐."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앙 다문 진을 보자 -순간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그를 힘들게 해-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니 알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용케 무시하고 있었던 자신의 지난날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저주해. 습관처럼 후회로 가득 찬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한 걸음 용기 내어 다가갔어. 그러자 진은 두 걸음 물러서며,
"괜찮아요. 오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나도 다 알고 사귄 거고."
아인이 무어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진은 옷소매로 눈가를 비비더니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말아. 계속 서있었다면 제풀에 지쳐 그만 그토록 그리운 아인의 품에 포옥, 안겨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거든.
*
진이 오기만을 기다린 듯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어준 뒤 진은 제자리로 돌아와 힘없이 털썩 앉았어.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것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쓴 듯했지만 나름 홀가분해. 그 때문인지 기분 좋은 허기가 지려던 순간, 운명처럼 새로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야. 매콤하게 풍겨오는 깐풍기 냄새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두 주먹을 꽉 지고 테이블을 내려쳤단 사실을 수 초가 지나서야 깨달았지. 그러면 다행이게. 보검이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고 말아. 창피해진 진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하고 깐풍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 그러다 보검의 반응을 살피려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아니나 다를까 보검 역시 놀란 눈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어. 안절부절 못 하는 진과 눈이 마주친 보검은 간신히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리며,
"깐풍기 좋아하시는 거 알았으면 더 큰 거 시킬 걸 그랬어요."
예상 밖의 반응에 진은 기분이 좋아져.
"아까보다 기분 좋아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보검은 진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미소 지어.
*
깐풍기 한 점을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가던 중 그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말아. 한 손에는 깐풍기 다른 손에는 소주 잔이 들려있어 퍽 난감해하던 차였어. 그 순간 보검이 몸을 살짝 일으키고는 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부드럽게 넘겨주는 거야. 놀라 동그라진 두 눈으로 보검을 쳐다봐. 보검은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을 뿐이었어. 놀란 것도 잠시 진 또한 고마운 마음에 씨익- 웃고 말아.
아인이 보고 있단 사실조차 까맣게 모른 채.
*
"와, 언니! 술 게임 진짜 못하시네요!!"
"언니 당첨!!!"
"누나 괜찮아요? 못 먹겠으면 먹지 마요. 제가 대신 마실게요."
보검이 꽤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을 쳐다봐.
"오빠 괜히 술 드시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후배가 꺄르륵거리며 폭탄주 제조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여. 어디서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술들을 배워온 거야. 귀여운 후배들의 행동에 키득대는 진.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보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보검은 진지한 표정을 하며,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여.
"대신 제 소원 들어주세요."
보검이 진이 앞에 놓인 술잔을 가져가. 그 소원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한 진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싱긋 웃어 보이던 순간, 누군가 보검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아서는 단숨에 마셔버리는 거야.
한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진을 바라보고 있는 건...
선배...?
폭탄주의 쓴맛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 건지 선배의 미간은 보기 좋게 찌푸려져있어.
진은 물론이거니와 보검과 후배들 모두 예상 밖의 전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해. 반대편 테이블 역시 마찬가지야. 막 화장을 고치려던 여신은 거울과 마스카라를 손에 쥔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커다랗고 예쁜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모양이었어.
"윤 진. 이제 그만 마시고 일어나지."
누가 들어도 그것은 화를 참아내느라 약간의 떨림이 뒤섞인 목소리였어. 진은 이해할 수 없었어. 화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어째서 선배가 화를 내는 거야.
"왜 선배가 화ㄹ..."
생각만 한다는 것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너무 급하게 일어난 탓인지 술기운이 핑- 돌면서 그만 균형을 잃고 말아.
보검과 아인이 동시에 반사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진을 잡아챈 건 그녀와 한 뼘 더 가까이 있던 아인의 몫이었어. 보검은 아무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뻗었던 손을 조용히 내려.
아인은 진이 덮고 있던 보검의 가디건을 치우고는 자신의 것을 그녀에게 입혀. 그리고 함께 있던 팀원들을 바라보며,
"윤 진 데려갈게."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아인의 권위적인 뉘앙스는 진을 비롯한 모두를 순응하게 만들었어.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야.
"선배님, 진이 선배는 제가 챙겨드리겠습니다."
진을 품에 안은 채 그녀의 소지품을 챙겨 나가려던 아인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보검이야. 보검의 굳어있는 표정은 지금껏 본 적 없던 그것이었어.
"... 뭐?”
아인은 기가 차다는 듯 보검을 쳐다봐.
"같은 팀원이니까 아무래도 선배님보단 제가 더 편하지 않겠어요? 진이 누나 입장에선."
누나?
보검의 당돌함에 아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해. 이내 진을 한 번 바라보고는,
"그냥 그런 팀원보단... 남자친구가 챙겨주는 게 훨씬 더 편하겠지, 우리 진이는."
보검이 움찔해. 아니,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움찔해.
진은 놀란 눈초리로 아인을 쳐다봐.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폭주하는 아인이 진은 낯설기만 해.
그런 진의 시선을 느낀 건지 아인은 보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엉겨 넣어. 그리곤 진을 안심시키려는 듯 그녀의 손등을 자신의 엄지로 천천히 쓰다듬어.
"... 그게 무슨..."
갑작스런 아인의 고백에 흔들린 건 보검 역시 마찬가지야.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진과 아인을 번갈아 보길 수차례, 곧 그의 눈이 멈춘 곳은 두 사람의 손깍지. 정확히 말하자면 아인이 낀 손깍지라고나 할까.
보검은 그동안 진의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아 보였는지 생각나. 아인과 여신이라는 확실한 결론에 다다르자 이내 경멸이 담긴 짤막한 숨을 뱉어내며,
"전 또 여신 선배님이랑 사귀시는 줄 알았죠."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요."
평소와 다름없이 웃고 있는 보검인데도 왠지 화가 나 보이는 건, 내가 너무 취해서 오해하고 있는 거라고, 진은 생각해.
보검의 잔뜩 날이 선 말투에 아인은 알아선 안 될 무언가를 알아챈 사람 마냥 흥미롭다는 표정이야. 드러난 표정 밑으론 적대적인 분노가 서려있었고 그건 그의 품에 안겨있는 진이 만이 느낄 수 있었어.
한 쪽에선 이 상황에 놀란 여신이 딸꾹질을 하며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어.
"여신이나 너나,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알고 있음 되겠네."
나지막이 내뱉는 목소리에는 짜증이 한껏 묻어나있어. 진을 안고 있는 팔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
"저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내 여자친구는."
THE END
사진 13 THEDAYS
사진 14
* 일차적으로 출처는 사진 안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 사진8~14는 제대로 된 주소를 찾는 즉시 수정하여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댓글 잘보고가요^^♡
첫댓글^.^ 넘 힘이 되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당!!!♡
헉 이게 맛보기인가요!!! 저돌적인 대시 아주 좋습니다 희희
댓글 냠냠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와....진짜 맛보기가 이정돈가여....짱이에여!!!
소중한 피드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리났다난리났다ㅠㅠㅠ 또써주세요!!!
재밌게 읽어주신 것 같아 다행이에여ㅎㅎㅎ댓글 감사합니다!!!
와 진짜 글 잘쓰시는 것 같아요!! 대박!!
꺅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걸 알지만 아라님의 댓글이 넘 기분좋고 힘이 되네용ㅎㅎㅎ
잘보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꺄아!!!잘봤어요ㅎㅎㅎ넘나 잼나요!!!야밤에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ㅎㅎ뒷얘기 있는거죠? 또 보고싶어요ㅜㅜ
우앙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한 분 한 분 모두 저에게 힘이 되네용^.^ 뒷얘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쓰게 된다면 꼭 올릴게요! 감사합니다ㅎㅎㅎ
신경전을 하는 아인이와 보검이 너무 귀엽다ㅎㅎㅎㅎ
ㅎㅎㅎ쓰면서 너무 오그라드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소듕한 댓글 감사합니다❤
와,,,,너무 좋아요😭
이히힣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너무 좋아요 맛보기가 이정도라니 대박!!
너..너무 길쥬....?? ㅎ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울컥 ㅠ스ㅏ류ㅠㅠㅠ저것더 유아인얼굴이니가 커버지 ㅠㅠ아니었어봐ㅠㅠㅠㅠ
인정ㅜㅜㅠ쓰면서도 유아인이니까...를 되뇌었던 기억이ㅎㅎ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몰입 대박이에요!
덕분에 보람차네유ㅎㅎㅎ 진이님의 댓글 소중히 저장...❤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중하고 예쁜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이 나네요❤ 우리 스스로 윤진이라고 생각하며 행복한 밤 보냅시당ㅎㅎㅎ 굿나잇^.^
잘 읽고 가요 달달하네용
핰...너무설레요 진짜....하지만 현실상황이었다면 아인선배 나빠ㅜㅜㅜㅜㅜㅜ
와 .. 최고 ㅠㅠㅠㅠ .. 진짜 잘 읽고갑니다 ㅜㅜ 읽는내내 어찌나 감정이입되던지 .. ㅎㅎ 뒷얘기도 써주실 수 있다면 꼬옥 써주세요❤️
유아인님 너무 좋아요ㅠㅜ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ㅠㅠ 필력 대박이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