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착 [ 양장 ]
유인자 글/조하은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15일
책소개
사소한 일상도 행복의 세계가 되는 동심, 유인자 동시집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천진난만한 동심과 공감의 세계
자연과 벗하여 살며 꾸밈없는 자연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유인자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51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싣고, 그림은 조하은 작가가 협업했습니다. 덧붙여진 이창건 시인의 해설은 동시를 더 맛깔나고 깊이 있게 만나게 합니다. [고래책빵 동시집] 제43권입니다.
자연은 동심처럼 해맑고 순수합니다. 시인은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깨달음을 동시로 옮깁니다. 바람, 달, 별, 거미, 고양이처럼 자연과 일상에서 쉬 마주하고 익숙한 것들이 시를 통해 행복과 공감의 세계로 재탄생합니다. 사소하고 흔한 사물에도 시인이 마음을 담아 생명을 불어넣은 동시들은 아이들의 마음에 온전히 가닿습니다. 시에 담긴 동심의 세계에 아이들도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교감하고 공감합니다. 그 마음으로 더 맑고 곱게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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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인자
196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2022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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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날리기
유인자
꼼짝없이 공부를 했더니
귀에서 매미 소리가 난다
맴맴맴맴맴맴, 맴맴맴맴맴맴
농구대에 공을 넣으며
매미를 한 마리씩 꺼낸다
맴,맴,맴,맴,맴,맴 맴,맴,맴,맴,맴,맴
귀에서 놀던 매미들이 다 날아간다
귀가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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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
유인자
스케치북을 펴고
컵을 엎어 봤다
- 작아
냄비 뚜껑을 엎어 봤다
- 커
냉면 그릇을 열어 봤다
- 딱
노란 색연필로 따라 그렸더니
조금 전에 봤던 그 달이 떴다
달이
겨우겨우 내 방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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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시
유인자
난
바람 소리를 읽고,
새소리를 읽고,
별들의 소리를 읽어
문득
읽은 이야기들을 새기고 싶을 때
한 줄 한 줄 써 나가
이야기는 줄을 타고, 줄을 타고, 줄을 타고
빙빙 타고 돌아 줄을 탱탱하게 익게 해
지나가던
이슬이 하나 둘 셋 모여들지
재밌고 재밌다고 동동,
매달려 읽지
이 모습도 한 편의 시야
또 와 매달릴
이슬들을 위해
어떤 시를 쓸까,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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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쫓는 방법
유인자
숙제는 말야
놀고 나중에 해야지, 하고
접어 두면
참 얄밉게 따라다녀
게임을 할 때도.
친구랑 놀 때도,
집중할 수가 없어
나를 꽉 잡고
놔주질 않아
아무 때나 끼어든다니까
계속
안 보는 척
또 따라다닐 게 뻔해
이리 와 봐,
당장 널 풀어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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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개
유인자
메리는 털복숭이다
메리는 가지가 늘어진 뽕나무 밑 개집에 산다
참새 떼가 뽕나무에서 시끄럽게 조잘대면
귀가 멍멍해져서 짖을 만도 한데
메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넘긴다
참새들은 메리가 읿주러 남겨준 사료를
앞다투어 쪼아 먹으려고 메리 집을 오르내린다
메리는 그 모습이 좋아 가끔씩
꼬리를 흔들어 보인다
뽕나무에서 오디가 떨어져
하얀 털이 보랏빛으로 듬성듬성 물들면
그 모습에 참새들이 더 짹짹거리는지도 모른다
메리는 불만 없다
메리는 이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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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따라
유인자
우리 집 고양이가
요즘 어딜 가는지 궁금했어
지금이야, 따라가 보자
담장을 넘어
민지네 마당을 지나고
준수네 기다란 밭을 지나서
덕배 삼촌 커다란 딸기 하우스 앞
개집에서 딱 멈췄네
네 발소리에
덕구가 내다보더니
꼬리치며 나오는 것 좀 봐
딸기 도둑 지키라고
강아지 덕구를 세웠는데
까만 밤이 무서워 낑낑거렸구나
그 소리 듣고
친구 해 주려고 와 주었구나
눈이 내리는 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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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이 시인, 기억나네요.
2022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서 가장 어렵지 않은? 시였어요.
요즘 동시가 뜻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엄청! 굴려야 하는데
한번 읽고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착한~ 동시였습니다.
즐겁게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