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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설교 : Paradise Road
(시 23:1-6)
어느새 2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영화는 1997년 개봉작이었던 「Paradise Road」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Driving Miss Daisy」를 감독했던 부르스 베레스포드(Bruce Beresford)입니다. 주연은 미국, 호주, 영국 출신의 국제적인 여자 배우들이 맡았는데 Glen Close, Pauline Collins, Cate Blanchett, Jennifer Ehle, Julianna Margulies, 1996년도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Frances McDormand 등이 그들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3년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일본군의 잔혹한 대우에 맞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일단의 유럽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해서 포로수용소에 관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민간인 여성 포로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합니다. 우선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942년 2월 어느 날 일본군이 싱가폴(Singapore)을 침공하게 되고, 그곳에 머물고 있던 유럽 여인들과 아이들이 영국군의 수송선을 타고 황급히 탈출을 시도합니다. 불행히도 영국군 수송선은 얼마 가지 못해서 일본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게 됩니다.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일본군의 포로가 되고, 일본군은 여자와 어린 아이들만을 따로 모아서 수마트라 섬에 있는 포關熾堉奴?감금합니다. 그곳에는 영국인, 호주인, 네덜란드인, 독일인 등 다양한 국적의 유럽 여인들이 갇혀 있었습니다. 그 수용소 안에서 그들은 일본군이 저지르는 잔혹한 만행을 겪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함께 수감된 동료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어가자 같이 수감되어 있던 중국인 여인이 목숨을 걸고 수용소 밖의 중국인들과 접촉해서 ‘키니네’를 들여오다가 발각이 되어 재판도 없이 처형을 당합니다. 일본군 장교가 중국인 여인의 온 몸에 기름을 뿌리고 나서 그대로 불을 붙여 태워 죽이는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일본군의 잔인한 폭력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살아야 했고, 심각한 굶주림에 허덕이며, 치료할 약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질병과 싸워야 했습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어떤 여성들은 수용소 생활을 이기지 못해 모든 자존심과 정절을 버리고 일본군 장교의 종이 되어 섬기는 일에 자원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와중에 영국인 차 농장주의 아내였던 아드리앤(Adrienne Pargiter)과 노처녀 선교사였던 마가렛(Margaret Drumond)의 주도로 여성 포로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을 구성하게 됩니다. 마가렛이 기억에 의존해서 손으로 직접 악보를 그리고, 아드리앤이 지휘를 맡아서 연습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일본군들로부터 심한 방해를 받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고 계속 연습을 했고, 마침내 악기 반주도 없이 오직 음성만으로 합창을 하게 됩니다. 일본군들로 아름다운 합창 소리에 매료되어 방해를 중단하게 됩니다. 그 합창을 통해서 합창단 자신들은 물론 그 합창을 듣는 모든 수용소 수감자들이 큰 위로를 얻고, 활력을 찾게 되었으며,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황이 불리해진 일본군은 여성들을 더 깊숙한 지역에 위치한 수용소로 이동을 시키는데 그곳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에 차츰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마침내 일본군 수용소장이 일본의 패배와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자 영화는 모든 살아남은 여성 포로들이 수용소 마당에서 환희의 함성을 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비록 군인이 아닌 민간인 여성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의 눈물이나 흘리게 하는 값싼 멜로드라마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무엇인가 더 깊고 의미 있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전체 흐름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그 주제는 바로 인간만이 가지는 강인한 영적 힘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폭력, 굶주림, 질병, 절망,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그와 같은 환경에 굴복당하지 않는 강인한 영적 파워 말입니다. 앞에서 줄거리를 말씀드릴 때 잠깐 언급했지만 일본군은 여성 포로들 중에서 젊은 여성들만을 차출해서 일본군 장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데리고 옵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풍성한 음식이 차려져 있고, 깨끗한 옷과 목욕을 할 수 있는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본군은 장교들을 섬길 여성들이 자원하기를 요청했습니다. 몇몇 여성들이 구질구질하고 아무 희망도 없는 수용소 생활을 끝내고 싶어서 자신들의 끝이 어떠할지를 알면서도 그 유혹에 넘어갑니다. 그러나 의외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그들은 갈등을 겪지 않았겠습니까? 그들 역시 순간적으로 마음의 갈등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수용소에 남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고 싶었던 강인한 영적 파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영적 파워가 어디서 오는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정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적이 있는데 그 중의 첫 장면을 먼저 보십시다. 이 장면은 합창단 구성을 처음으로 제안했고, 악보를 손으로 그리면서 지휘자인 아드리앤을 도왔던 선교사 마가렛이 임종을 맞이하는 장면입니다. 아드리앤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지금 죽을 수는 없다고 속삭이자 마가렛은 아드리앤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청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시편 23편을 암송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드리앤이 마가렛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암송했습니다. 암송을 마치자 마가렛은 환한 얼굴로 숨을 거둡니다. 합창단을 통해서 포로수용소 안의 다른 동료들이 위로와 희망을 얻게 하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마가렛이 보여준 영적인 힘은 바로 그녀의 신앙에서 왔던 것입니다. 시편 23편은 그녀의 신앙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시편 23편은 다윗의 아름다운 시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시며, 내 영혼을 다시 회복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나를 의로운 길로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죽음의 음산한 계곡을 걸어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목자 되신 주께서 나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지키시니 내가 안심하리라. 주께서 내 원수들이 보는 가운데 나를 위해 잔치를 베푸시고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셨으니 내 잔이 넘치는구나. 주의 선하심과 한결같은 사랑이 평생에 나를 따를 것이고 내가 여호와의 집에서 영원히 살리라.” 마가렛에게 포로수용소는 죽음의 음산한 계곡과 같은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는 어둠 속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바로 그 계곡을 또 그 절망의 길을 목자가 되셔서 함께 걸으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내게 내 영혼을 맡길 수 있는 목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누군가 나의 길을 인도하는 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푸른 풀밭과는 달리 굶주림에 시달리고, 잔잔한 물가와는 달리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영혼은 생명의 떡 되신 주님으로 인해 배부르고, 그녀의 영혼은 주님 안에서 흘러나오는 영원의 생수로 목마르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원수들이 그녀의 육신을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그 원수들 앞에서 구원을 보여주실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곧 이 고통 많은 땅에서의 삶을 끝내고 하나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안식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편 23편은 단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감상적인 시가 아닙니다. 시편 23편은 시편 중의 그 어떤 시보다고 강력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래서 시편 23편은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나 환경에도 굴복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강력한 영적 파워를 공급해줍니다. 시편 23편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절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시편 23편은 죽음의 공포마저도 무색케 하는 강력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이 시편 23편이 또한 저와 여러분의 신앙 고백이기를 바랍니다. 살면서 어렵고, 힘들고, 두렵고, 포기하고 싶고, 절망할 수밖에 없을 때 시편 23편을 암송하며 여러분의 신앙을 고백하십시오.
또 한 번 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장면이 있습니다. 일본군의 폭력을 동원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합창단이 첫 번째로 합창을 하는 장면입니다. 화려한 조명도 없었고, 멋진 무대 의상도 없었고, 아무런 악기도 없었고, 악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가사도 없었습니다. 그저 목소리 하나로 화음을 만들고 노래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 같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모임을 해산하기 위해 달려오던 일본군들로 넋을 읽고 주저 않자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듣는 사람들도, 부르는 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사실 포로들 내부에서 합창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노래 속에서 하나가 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지옥 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포로수용소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합창 소리가 들려질 줄은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니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나 또 부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격했을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합창곡은 실제로 포로수용소에서 그려진 악보대로 부른 것이며,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합창단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서 이 영화를 촬영할 때까지 생존했던 사람들이 합창 녹음에 함께 참여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때로는 노래가 총이나 칼보다 더 무서울 때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여성 포로들의 합창은 바로 일본군의 총과 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또 깨뜨릴 수 없는 그들의 영혼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혼의 힘에 일본군 역시 압도당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윗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즐거울 때나, 우울할 때나, 좋을 때나, 화가 났을 때나, 승리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나, 언제나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울 왕에게 죄 없이 쫓겨서 동굴에 숨어있으면서도 하나님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심지어는 그가 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하나님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왕이 된 후에 하나님의 법궤가 다윗 성으로 올라갈 때, 그는 너무 기뻐서 옷이 벗겨지는 것도 잊은 채 춤을 추면서 하나님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쯤 되면 다윗의 삶은 하나님을 향해 노래하는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다윗은 기도와 말씀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는 찬양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다윗의 영적인 힘이 기도와 말씀의 묵상에서 만이 아니라 찬양에서 왔다고 확신합니다. 서양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 시냇물이 졸졸졸 노래하는 것은 곳곳에 박혀서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길을 막는 돌들과 부딪히면서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삶이 순탄할 때는 그 누구도 노래하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고난과 역경과 실패와 고뇌와 좌절이 있을 그 때 하나님을 향해서 부르는 그 노래가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다윗의 노래가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라고 사람을 보냈을 때, 다윗은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는 주의 힘을 노래하며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높이 부르오리니 주는 나의 산성이시며 나의 환난 날에 피난처심이니이다 나의 힘이시여 내가 주께 찬송하오리니 하나님은 나의 산성이시며 나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이심이니이다.”(59:16-17)
사랑하는 참된 교회 성도 여러분! 이 영화의 제목인 「Paradise Road」는 동료의 말라리아 약을 구하려다가 처형된 중국 여인의 장례식에서 마가렛이 읊은 시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마가렛은 “이것이 바로 우리의 파라다이스 로드입니다.” 라고 읊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편 23편을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옥 같은 수용소가, 싸늘한 주검이 묻힌 무덤이 바로 천국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편 23편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노래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노래할 때, 바로 거기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로드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