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오시면
곽형식
토함산 밤하늘 가득 해바라기 달님 오시면
님의 고운 뜻 땅 가득 심고
그대 따스한 옷깃 안아
두 그림자 하나 되어 소원 성취 되도록
키를 돋우고 두 팔을 높이 올렸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현란한 가을 월야에
하얗게 바랜 돌무늬 계단을
님의 허리 감싸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별빛만이 보이는 밤하늘 무대 삼고
고추잠자리 날개로 마음껏 날랐습니다.
둘만의 온기 가득한 좁다란 공간에서
님의 숨결에 귀를 묻어 토끼처럼 놀라며
원앙처럼 설레이는 그대 맥박 느낄 때
숨이 막히도록 행복이 넘쳤습니다.
님의 체온 등에 업고
한 번 더 키를 돋우면
천마총 서쪽 보랏빛 하늘 색조가
눈 안에 새겨지고
토함산 달님 함께 신라 천 년 낙토의
아름다운 밤을 재현하였습니다.
곽형식 시인의 시 「님 오시면」을 읽습니다. 가을 달밤, ‘토함산’에 올라 느낀 감회를 시로 표현했습니다. ‘토함산’은 경주를 대표하는 산이죠. 동해 쪽으로 향하고 있어 해와 달이 떠오르는 것을 처음 대할 수 있는 산이기도 하고 산기슭에는 불국사가 자리하고 있지요. 그리고 산 정상 가까운 곳에 그 유명한 ‘석굴암’이 있습니다. 토함산은 신라의 찬란한 문명을 함축적으로 품고 있습니다. 시, 「님 오시면」은 이런 ‘토함산’에서 느낀 시인의 감회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첫째 연 “토함산 밤하늘 가득 해바라기 달님 오시면/님의 고운 뜻 땅 가득 심고/그대 따스한 옷깃 안”습니다. 여기서 ‘님’과 ‘그대’는 다 같이 ‘달님’을 비유한 것으로 들립니다. 굳이 시인이 ‘님’과 ‘그대’로 구분한 것은 ‘님’ 은 “님의 고운 뜻 땅 가득 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달님의 뜻’ 즉 ‘신라의 정신’을 상징하고 “그대 따스한 옷깃”에서 ‘그대’는 ‘달님의 빛’ 즉 ‘달빛’을 비유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님’과 ‘그대’는 다 같은 ‘달님’을 말하지만 ‘님’은 정신세계, ‘그대’는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님의 뜻’이 ‘그대의 따스한 옷깃’과 하나 되는 세계를 이상의 세계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두 그림자 하나 되어 소원 성취 되도록/키를 돋우고 두 팔을 높이 올렸”던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님’과 ‘그대’로 구분하여 ‘달님’을 표현한 것은 ‘정신’과 ‘현실’, ‘마음’과 ‘몸’, ‘천상’과 ‘지상’으로 분별하면서 동시에 하나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전하려 한 것입니다.
우리의 이상은 그 이상의 세계를 실천하려는 의지와 현실이 하나가 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교수님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합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