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달 울보샘에 이어 이번 모임의 후기를 올리라는 사명(?)을 받은 박명희입니다.
다 자신이 겪어봐야 아는 걸까요? 왜이리 막막하고 답답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해한 수준으로만 전하게 될 터인데, 정작 모임에서 열심히 생각을 표현해주신 여러분들께 죄송합니다. 눈 딱 감고 번지점프 뛰어 내리듯 후기 올립니다.
시간 : 6월 12일 (수) 오후 6시 30분
장소 : 아차산역 '누구나 꽃'
모인 사람 : 조성실(배추도사) 김현실(꾀꼬리) 김상희(울보샘) 김민곤(닉네임을 모르겠네요ㅠ.ㅠ)
박명희(나무사랑)
'누구나 꽃'을 찾아가는 길은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길입니다. 아기자기한 식당들의 간판을 보는 재미와 벌여놓은 좌판위의 빨간 바구니에 채소며 과일이 풍성하고,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찐빵 만두집, 기름집, 방앗간, 분식집들이 섞여있는 길은 도시라기 보다는 마을에 들어가는 시장골목 같아 하루종일 동동거렸던 바쁜 마음도 이내 풀어져 이곳 저곳 흘긋거리게 됩니다.
아차산 역에서 김상희님과 김민곤선생님을 만나서 저녁먹을 식당을 고르는 일도 뭔지 모르게 설레였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사주신 김민곤선생님 덕분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누구나 꽃'에 도착하니 김현실샘이 키위를 꽃처럼 접시에 담아두셨고 시원한 마실것도 주셨어요.
곧이어 학교 회식을 마치고 조성실샘이 급히 달려오셔서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번호는 그래도 잘 읽을 수 있었어요. 다른 호는 어려운게 있어서 잘 넘어가지 않을 때도 많았는데"
"나도. 나같은 찌질이도 그나마 잘 읽었어. 건너뛰지 않고 읽혀지더라"
"니가 찌질이면 나는 찌질이 2 냐"
"찌질이 1,2하자"
김상희샘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조성실샘이 그러셨죠
"찌질이들도 뭐라고 떠들어 대는 것이 민주주의라는거 아니야?"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학급내에서 조폭교사로서의 모습, 학습노동자권리선언 같은 주제로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조영선선생님의 <'학급공동체'에 대한 동상이몽>이란 글을 읽고 공감을 많이 했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열띤 토론을 하게 한 건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세가지 선언'에 대해 쓰신 이희진선생님의 글이었습니다.
조성실쌤은 교실에서 교사인 나의 생존을 위해 조폭이 되는건 아닐까? 나 자신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수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충분히 학생과 대화를 해야겠다는 필요를 느끼면서도 수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생길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학생들앞에서 나도 '조폭이 되지 않겠다' 라는 내용의 선언을 해보고 실천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어요.
* 지금 동학년 회의 오라는 메신저에 일단 자리를 뜹니다. 모임 후기는 계속됩니다.(휴~..지금 내가 뭐라고 썼지?...)
오늘 처음 뵌 김민곤선생님은 외모부터 카리스마가 있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별명이 '모세'이셨대요. 선생님께서 복도만 나가면 학생들이 양 갈래로 쫙 퍼지며 길을 만들어 주었다고.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 모습에서 학생들도 카리스마를 느꼈나봐요.
말씀을 시작하시자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참 오묘해서 표현하기가 거시기한데)에 흡인력이 대단한 달변이셨답니다.
김민곤쌤은 당신이 조폭처럼 살아왔다. 별명에 걸맞게 학생들도 동물적인 본능으로 선생님을 힘있는 사람으로 인식을 하였고, 선생님께서 학생일 때부터 학교에서의 민주주의를 경험해 보시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라고 머리로 아는 것을 생활속에서 교육현장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민주적으로 사는 것인지 몰랐다. 그래서 오늘의 교육에 글을 쓰신 이희진선생님의 선언을 보면서 '대단하구나, 이제부터가 자신과의 싸움이겠구나, 이 선언에 대한 책임을 진 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투쟁이겠구나' 라고 생각하셨대요.
반면 김상희쌤은 그 글을 보면서는 차라리 걱정이 되었대요. 이희진선생님의 교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학습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의 민주주의보다는
조영선선생님의 글에서처럼 공동체의 '~을 위해'가 아니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온전한 삶 자체를 생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고 했어요.
교실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한사람으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상황인데, 그래서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배울 권리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 그 학생으로 하여금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조폭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 그것은 교육이다. 그런데 부드럽게 대하려면 특별한 경우 보조교사가 있다면 훨씬 더 존중하면서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겠다고 하셨어요.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1/n로서의 역할만 갖는 민주적인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조성실쌤은 저학년과는 대등한 관계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고
그래서 초등학교에서의 비민주적인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학급내에서 교사인 우리는 왜 학생들을 '관리'하려고 하는가? 에 대한 것으로 풀었습니다.
김민곤쌤이 가장 비민주적이라고 느끼실 때는 교사가 화를 내고, 목소리가 커지고, 그럼 학생들은 그것을 무서워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는데, 부드럽게 말하는 것, 문제상황이 생겨도 교사가 주도적으로 풀지말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물어보는 것을 통해 민주적인 상황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하셨고,
김현실쌤은 보상제도, 칭찬스티커 같은 것이 교사가 편하고자 하는 방법일뿐 민주적이지 못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김상희쌤은 관리와 가르침은 구별해야한다. 복도에서나 교실에서 뛰는 학생들에게 "뛰지 말아"가 아니라 "뛰면 안돼" 라고 하는 것은 가르침이라고 본다.
전 교실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과 조급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외에 무수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요 갑자기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숨통을 트이게하는 방문자가 있었으니 바로 푸른혼님이 예쁜 딸을 안고 방문하신거죠. 체리를 들고.
심각했던 이야기장은 갑자기 웃음이 쏟아지고, 생기넘치는 눈에 호기심을 담고 차분한 몸짓으로 엄마인 현실쌤에게 다가온 이 딸을 우리는 홀리듯 바라보았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고 입가엔 침도 고였죠
조성실쌤이 먼저 "한번 안아봐도 되니?" 하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아이를 안으시고는 "이렇게 상대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도 민주적인 거겠지?" 해서 하하하 웃으며 수긍했습니다.
삶속에서 민주적으로 살아보려는 것은 물음 하나 행동 하나부터 시작해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모임은 7월 10일 모인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누구나 꽃'에서 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 후기를 쓰는 동안 카톡으로 조성실쌤이 소식을 알려 왔어요. 오늘 교실에서 선언을 하셨대요
'경쟁의 언어를 쓰지 않겠다. 야단치지 않겠다' 그리고 한시간 동안 회의를 하셨다네요
상희쌤은 용감하시다...꼭 성공해서 가르쳐주세요 라고 현실쌤은 오~ 모두 힘들겠다. 오늘의 교육 열심히 읽으며 스스로를 관찰 중이시라고 하네요
읽기 모임의 회원들의 실천력과 스스로의 자기 반성으로 정신이 번쩍나는 여름입니다.
(이렇게 후기를 써도 되는 건지....뭔가 많이 빠진 느낌인데....휴우...이상입니다.)
다음 읽기 모임 : 7월 10일 오후 6시 30분,
누구나 꽃에서 해요. 많은 분들 놀러 오세요
첫댓글 ㅎㅎㅎㅎ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우와~~짝짝짝!! 역시 명희샘~^^이렇게 잘 쓰면 쭉~욱 써야될지도 몰라 ㅋㅋㅋ 명희샘 글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했어요. 어제 '폭력'이란 말을 너무 들어서인지 하루종일 나의 말과 행동이 정말 폭력적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명희샘, 사랑해요.
다음 읽기 모임 날짜도 넣어주시와요.
상희샘, 선언 첫째 날 일들 카페에 올렸어요.
성실쌤 , 마지막에 조금(?) 강조해서 다음 읽기 모임 날짜 넣었습니다. 중간에 적었더니 잘 눈에 안띄여서...ㅠ.ㅠ.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