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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다보니 내용이 좀 깁니다 양해해주세요.......^^:::)
고3 아들을 둔 엄마로서 요즘 생각이 참 많다
난 사걱세를 오래전부터 후원도 하고 있고, 예전에 포럼에 참여도 한적이 있는...... 나름 성실한 지지자였다.
무분별한 사교육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고 아이가 중등때까지만 해도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을 했었다.
아이 스스로 선행학습을 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그렇게 자기주도 학습의 발판을 나름 잘 만들어 왔다고 생각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아이가 대학 영재원도 다니고 도교육청에서 하는 수퍼영재로 뽑혀서 의미있는 활동을 해오면서 영재고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는 불합격......
학원에서 전략적으로 몇 년씩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면서 준비한 아이들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내 소신을 지키겠다고 학원도 안보내고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준 엄마라는 생각에 며칠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래서 일반고를 왔지만, 대학입시를 잘 모르는 그땐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는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점점 고3이 다가오면서 입시에 대해 알게 되었고...... 왜 그렇게 엄마들이 기를 쓰고 특목고나 과고 영재고를 보내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그야말로 내신이 퍼펙트한 몇명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니 대다수 아이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내신은 기본) 비교과 (이른바 스펙)가 다 갖춰진 아이들을 위한 전형인데, 이 비교과 준비를 일반고에서는 그야말로 아이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해야한다.
대다수의 일반고 선생님들은 비교과준비에 관심도 없고 아이가 도움을 청해도 도와줄 마음이 없다. 이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ㅠㅠ
겨우 교내 경시대회나 각종 대회 비슷한걸 운영할뿐......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비해 영재고 외고 과고 하나고... 등의 특목자사고를 보면 아이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동아리를 하고,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고,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여건을 마련 해주고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논문을 쓰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입시에서 그런 애들을 골라내기는 힘들다. 논문을 썼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애들이 면접에서 논문 내용에 대해 대답할 준비를 안할 것도 아니고 교수들이 무슨 수로 골라낼 수 있겠는가?
논술전형 또한 학교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논술전문 학원을 가야만 하는게 현실이다.
물론 교과과정에 충실하면 논술을 잘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사걱세에서는 하겠지만 교과과정에 충실히 하고, 또 학원에 가서 고가의 첨삭지도를 받는 학생과, 혼자 준비한 학생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래저래 평범한 집안의 학생이 준비할 수 있는 전형은 정시(수능전형)뿐이다. 그런데 그 하나 남은 전형마저 물수능이니 절대평가니....자꾸 바뀌니 미칠 노릇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대식교수와, 경북대 법대 김두식교수가 쓴 [공부논쟁] 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p 217. 두식: “ 공정성의 측면은 어떤가요? 저는 학력고사와 고시제도로 상징되던 우리나라의 경쟁씨스템이 적어도 공정성확보에는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응시자의 신원을 가린채 오직 점수로만 순위를 매겨 사람을 뽑는 매우 단순하고 무식한 씨스템만이 갖는 힘이죠.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가 좁고 전국민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연결된 나라에서 가문이나 학벌의 도움 없이 오직 점수 하나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어요.
요즘은 대학입시 전형이 워낙 복잡하고 자기소개서니 뭐니 요구하는 것도 많아서 결국은 가족전체가 달라붙어서 입시를 치를 수밖에 없어요. 제 또래들이 한창 자녀들 입시를 치르는 시기라 그런지 변호사, 판검사, 의사, 교수 하는 친구들이 그런 불평들을 해요. 여름내내 자기 애 자기소개서 써주느라 죽는 줄 알았다구요. 개입의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아이가 최선의 자기소개서를 학교에 제출해야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손놓고 있을 부모는 없어요. 자기소개서 쓰는 시기가 한창 수능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애는 공부하라하고 시키고 부모가 붙들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에요. 입시가 사실상 부모의 게임이 되고 만거죠. 그런 친구들을 비난할수도 없어요.
외국에서 아무리 성공한 제도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안되는게 있다는 걸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점수만으로 사람을 뽑는 부작용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주관적인 요소를 집어넣다가 공정성의 틀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을수도 있어요. ”
p 218 대식: “장원급제 방식의 입시제도가 공정성 확보에 기여한건 사실입니다. 대학입시에서 학력고사가 가졌던 장점이 적지 않죠. 성적으로 간단하게 결정하는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최악의 제도이지만 우리 형편에서 찾아낸 그나마 괜찮은 제도이기도 했던거죠. 대학입시 개선한답시고 입사관이니 뭐니 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했는데 결국 교수집 애들에게 유리한 결과만 낳았어요. 고등학생 애들에게 제대로 된 논문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됩니까? 아버지가 대신 써주라는 얘기밖에 안돼요. (p 232) 부모가 능력이 되는 집은 부모가 대신 써주고 돈많은 집은 학원이나 입시전문가들이 대신 써주고 있잖아요. 공정한 점수로 그냥 줄서서 대학에 가는게 우리 형편에서 그나마 최선일수 있습니다.”
p232 대식 : “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저는 학력고사의 부활이 오히려 대안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수능, 입사관, 논술시험, 등은 학생들의 부담만 늘리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집안 좋고 돈 많은 애들에게는 공부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명문대 입학의 뒷문을 활짝 열어주었구요.”
두식 : “ 90년대 중반부터 특목고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외고, 과학고가 사실상 과거 경기고 서울고 등의 위상을 그대로 계승했어요. 위상뿐 아니라 과거 비평준화시대 명문고들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이어받았죠. ...... 결국은 특목고를 통한 소수 엘리트교육의 부활 작업이 시작됐죠.
p237 “ 옛날처럼 시험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지방출신 애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소위 명문대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사회전체의 양극화가 워낙 심해졌기 때문에 여전히 강남 학생들이 강세를 보였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겠죠.”
두식 ; “ 현재 입시제도에서 지방의 깡촌 출신이 서울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은 고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해서 지역균형으로 학교장 추천을 받는 길 뿐입니다. 연고대를 비롯한 이른바 인서울 대학들이 지방의 일반고에서 전교1등을 해도 잘 뽑아주지 않으니까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도 당연히 가난한 학생, 지방학생이 불리하죠. 면접을 해보면 확 차이가 느껴져요. 부모따라 전세계를 돌아다닌 애들이 시야가 넓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동적으로 부모의 힘이 입시에 반영되는 거에요. 특목고 뿐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가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어요”
[공부논쟁]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은 현직 교수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직접 입시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느낀 살아있는 경험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예전 학력고사가 차라리 공정한 제도 였다고 말하겠는가?
그런데 평범한 아이들이 그나마 학교나, 집안배경에 상관없이 계급장 떼고 공정하게 점수로만 우열을 가릴수 있는 수능을 자꾸 쉽게 출제하고, 절대평가화, 자격고사화 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예전에 학력고사로 대학을 들어갔던 시절에는 오히려 수학을 못해도 인서울 대학을 갈수 있었다.
내 친구는 수포자였는데 (그 당시에도 수포자는 많았다 ^^;;) 그 당시 학력고사는 전과목이 상당히 변별력있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수학에서 잃은 점수를 다른 과목에서 만회를 할 수 있었고 결국 전과목 총점으로 경쟁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있는 과목에 더 주력해서 총점을 올리면 되었기에 안되는 수학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수능은 어떤가? 국영수가 하나라도 틀리면 1등급에서 밀려나고 두 개 세 개 틀리면 그야말로 등급이 급전직하 추락한다. 모든 과목이 대체로 그렇다.
그래서 전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씨스템이 되어버렸고 결국 모든 과목을 사교육을 받아야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수능영어가 쉬워지면서 아이들이 학원을 덜 다니게 되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버렸다.
영어라면 자신있었던 우리 아이도 EBS교재만 학원에서 5회전 6회전 반복해서... 외워버리는 (이런게 절대 바람직한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과 경쟁해서 반드시 만점을 받을 자신이 없다고 한다. 진짜 영어 실력을 평가할수 있는 만점받기가 쉽지 않은,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면 학원을 안가도 1등급을 받을 자신감이 있지만, EBS 교재 지문이 그대로 나오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꼭 만점을 받아야만 하는 시험이 되고보니 아이의 불안은 더 커져버렸다. 학원을 가야하지 않을까하는 얘기를 아이가 먼저 꺼냈을 정도다.
하물며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어버리는 몇 년뒤에는 영어학원을 가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거라고 장담한다.
왜? 예전엔 아무리 해도 4%만 1등급을 받을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원에 가서 달달 외우는 영어공부를 하면 누구라도 쉽게 90점을 넘길수 있는데 누가 학원을 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학까지 쉽게 배우고 쉽게 출제하고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니......
이제 수학시험도 쉬워지게 되면, 영어에 이어 수학마저 달달 외우는 공부를 해서 성적을 얻을수 있을것이니 너도나도 수학학원을 가겠다고 줄을 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영어 수학이 쉬워지면 당연히 무게중심은 국어나 탐구과목으로 옮겨가게 되고 결국 전과목 만점을 받기위해 전과목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안타깝게도 이미 고2 고3 학생들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사걱세의 의도나 목적 자체는 이상적일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을 더 가중시키고 있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공정한 입시제도와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나마 학생부종합이나 논술보다는 공정한 시험이었던 수능을 개선하겠다는 사걱세의 노력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집안 좋고 돈 많은 애들에게는 공부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명문대 입학의 뒷문을 활짝 열어주는 수시전형을 줄이거나 바꿀 생각을 하는게 훨씬 나을텐데 말이다.
이대로라면 나라도 둘째아이는 특목고를 보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특목고도 경제적으로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선택이니 나같은 형편에서는 갑갑할 노릇이지만 말이다.......ㅠㅠ
현재 저학년 엄마들은 시험이 쉬워진다는데 좋은거 아닐까?......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하는 분들도 꽤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엄마중에 하나였으니까.........그런데 막상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았고 능력이 되는 상류층에게 유리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 상황에서 수능만 쉬워진다는게 결코 웃을일만은 아니라는 걸 고3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몇 년간의 노력이 쉬운 수능에서 사소한 실수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내 주변에 참 많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네 아이는 공부를 잘하니까 그런다고 비난받을거 같아서 말도 못꺼내겠다고 한다.
왜 상위권 아이들이(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변별력 있는 시험으로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고 싶다고 하면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듣고, 공익에 반하는 인간이라고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하는지 어른으로서 대답해줄 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에 실린 문유석 판사의 글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사걱세에서 부디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들어보고 입시제도의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과 당장 학생들이 입시에서 느끼는 불공정과 고충이 무엇인지..... 제발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문유석 부장 판사의 세상일기(26)] 상류층 부모가 두려워하는 입시제도는
학창 시절 국사와 중국 역사를 공부할 때 참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왕조가 건설돼 발전하는 시기와 쇠락해 망해가는 시기의 특징이 몇 천년에 걸쳐 놀라울 만큼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점이다.
발전기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균등 분배를 지향하는 토지개혁, 귀족의 세율은 증가, 국가 직영 최고교육기관(國學) 확대와 공정한 과거제도로 신진엘리트의 등용. 패망기의 특징은 소수 대귀족의 사유토지 증가로 대농장화, 백성에게 가혹한 각종 세부담 증가, 귀족 자제 중심의 사학(私學) 증가와 고위 관리 자제를 특채하는 문음(門蔭), 음서(蔭敍) 제도 확대로 지배계급의 세습 구조 공고화, 과거제의 붕괴로 서민 계층에서 지배 엘리트로 신분 상승하는 통로 폐쇄. 위와 같은 병리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사회적 불만이 고조해 민란이 일어나는 패턴이다.
이 중 인재 등용과 계층 이동 통로인 과거제도의 역할을 오늘에는 대학 입시제도가 수행한다. 지금의 입시는‘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로 묘사한다. 현대의 과거제도로서 서민계층의 사회적 신분상승 욕구와 중산층 이상의 현재 신분 유지 욕구가 충돌하는 생존경쟁의 장이다.
나는 1980년대 후반에 대학에 입학했다. 당시의 입시제도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단순 명쾌한 제도였다.
오로지 대입학력고사 성적과 내신성적만으로 모든 수험생이 한 줄로 서서 대학에 갔다. 거기다 사교육 금지로 과외는 물론 재학생의 학원 수강도 금지됐다. 유감스럽게도 권력층과 최상류층 자제들은 그 와중에도 고액 비밀과외를 했지만, 워낙 소수라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이 없었다.그런 입시 제도에 힘입어 강북의 공립 고교생이자 서민 가정 출신인 나는 학교 수업 듣고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 혼자 공부한 것만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내가 입학한 법대를 포함해 서울대생들의 다수가 나와 별로 다르지 않는 서민 가정 자제들이었다. 물론 그 때도 이른바 강남 8학군 치마 바람이 유명했지만, 당시 서울대생의 경제적 계층 분포도는 사회의 일반적인 계층 분포와 큰 차이는 없었다. 지방 학생도 많아서 온갖 사투리가 캠퍼스 분위기를 주도했다.지금의 입시 제도는 그때와는 천양지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5학년도 대입 전형 방법의 수는 892개, 전국 215개 대학의 세부 전형명 기준으로는 무려 2988개다. 명문대일수록 정시보다 각종 수시 모집으로 선발하는 비율이 높고, 수능 시험은 해마다 쉬워져서 누가 누가 실수 안 하나의 시험이 되어 간다.
이런 와중에 차별화된 인재로 자신을 포장하려면 끝도 없다. 이미 중학 시절에 만점에 가까운 토플 점수는 물론 높은 제2외국어 점수도 기본이다. 서울과학고 등 영재학교에 가려면 수학 올림피아드 준비를 위해 대치동 올림피아드 전문 학원에서 초등학교와 중1까지는 선행 학습으로 고교 수학을 정복해야 한다. 여기다 중국 대학들이 만든 올림피아드용 문제집을 1년 넘게 반복해 푼다. 수학 천재 가우스가 다시 살아와도 아무 정보 없이 시골에서 독학으로 영재고에 가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사회성도 좋다는 점을 보이려고 학생회, 동아리 활동에, 투철한 봉사 정신을 입증하려고 굳이 방글라데시까지 가서 우물을 파기도 한다. 악기 한두 개는 기본.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그냥 나열만 되면 안 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요즘 대치동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한 방향의 스토리에 맞추어 갖추어야 할 스펙을 설계해준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 어떤 가치관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어떤 행사 자리였다. 테이블에 둘러 앉은 점잖은 분들이 교육 문제에 언급했다. 역시 교육 문제에 대하여는 사모님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하프를 전공한 사모님이 수학과 교수인 부군을 제치고 자녀의 수학 선행 학습 시간표를 짜고 있었고, 발레를 전공한 사모님이 미국 박사 출신인 부군을 제치고 애들 영어 웅변대회 수상 경력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들. “그래도 공부 하나만 불균형하게 잘 하는 애가 되지 않도록 이것 저것 많이 시키고 있어요.”, “맞아요. 이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실력, 세련된 매너, 수준 높은 교양, 원만한 성품…. 얼마나 갖춰야 할 게 많아요?”,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창의적 인재여야지 교과서 달달 외우는 시험만 잘 치는 기계가 되면 안 되죠.”, “우리나라도 이제 안정된 사회인데 더 이상 평지 돌출로 상고 출신 대통령이 나오고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인성이 불균형할 수밖에 없죠.”공부 하나 달랑 잘 해서 먹고 사는 불균형한 인성의 나는 그 우아하고 세련된 분들 사이에서 불편했다.
서민 계층 자제들이 잘 하는 건, 그나마 공부 하나밖에 없다. 도서관 덕분에 돈이 안드는 독서가 가장 큰 취미요 특기이다.
서민 계층 자제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스템은 공교육, 교과서와 큰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참고서 범위 내에서 이를 응용해 변별력이 있을 만큼의 난이도로 출제가 되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 아주 단순한 제도다.
이건 평범한 두뇌의 자녀를 둔 상류층 내지 중산층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이다.
시골 깡촌이나 달동네에서 우연히 돌연변이로 달랑 공부 하나 잘 하게 태어난 ‘불균형한 인성의 공부 기계’가 자기 아이의 자리를 빼앗아 갈지 모르니 말이다.
그리스적 전인교육은 노예제의 기반 위에 귀족들에게 적용되었던 혜택이다. 음악, 미술, 체육에 웅변, 논술, 뛰어난 외국어능력 등등 중산층 이상 가정의 뒷받침 없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경쟁하기 힘든 분야의 능력을 자꾸 대입제도에 도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벌써 신분이동이 어려운 쇠퇴기의 사회가 되어가는 징표 아닐까 싶다.
그런애들이 수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런아이들이 수학이 조금 쉬워졌다고 수학점수가 몇점 올라갔다고 미래에 도움이 될까요? 정말 중요한게 뭔지.... 모르겠어요 머리가 아프네요....ㅠㅠ
수포자에게 수학몇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을 할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맞지 않을까요? 수능을 쉽게 내는게 과연 수포자를 위한 길인가요? 그래서 모든 아이가 수학점수가 올라가면 입시경쟁이 사라지나요? ㅠㅠ
제 개인적은 생각은 이름도 없고 비전도 없는 대학을 가는것보다는 직업학교나 기술을 배울수 있는 곳에가서 자격증을 따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거북이맘 답답한 마음에 떠오르는데로 적다보니 좀 울컥하네요...^^;;
가진자들의 전유물같은 수시전형(70%나 되는)만 보면 엄마들 한숨이 땅이 꺼질지경인데...우리는 왜 수능의 변별력문제로 싸워야 하는건지.... 수능이 쉽든 어렵든 30%밖에 안되기는 마찬가지인데... 누가 운좋게 문제 하나 더 맞춰서 바늘구멍을 통과하든 말든 저들은 상관도 없을텐데 말입니다
그냥 나도 속편하게 특목고 보내서 학원뺑뺑이 돌리고, 대치동가서 논술준비하고, 비교과 스펙은 돈주고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수능도 안보고 들어간다는 특기자전형이나 준비하면 이렇게 구차하게 수능점수 1-2점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될것을.....이런 불순한 상상을 해보게 되네요 ㅠㅠ
@거북이맘 맞습니다. 정말요. 수포자가 된 아이들은 결국 수업을 포기하고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배움의 즐거움과 청소년기의 중요한 기회를 포기하게 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무너진 일반고와 물수능의 문제점도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입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와 사회적지위에 상관없이 아이들 실력과 노력만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쉬운 수능과 변별력없는 정시가 오히려 다른 방법을 쓰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이 크다보니 점점 고민이 됩니다. 차라리 동네에 있는 수많은 학원들을 활용하면서 몇 년 열심히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죠 ㅠㅠ
엄청 힘든 시기를 보낸 학생이 올해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이 학생에게 했던 말 중 대학은 "자신이 계획한 시간표와 정해진 시간표로 당당히 사회에 부딪히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왜 대학에 가는지 과연 대학에서 뭘 깨우쳐야하는지 입니다.
여러 입시제도로 부모와 아이들이 힘들지만 제일 답답하고 힘든 것은 아이들입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지나가야 더
강한 힘이 생깁니다. 다들 힘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