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바닷가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 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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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출신 송수권 시인은 생전에 나와 가깝게 지내던 시인이다. 나이는 비록 6년 연상이지만 등단이 나보다 5년 뒤이므로 그럭저럭 벗으로 사귀며 살았다. 강원도 속초의 이성선 시인이랑 셋이서 그랬다. 문단에서는 우리 셋을 삼가 시인이라 이름 붙여 불러주기도 했다. 외롭고 고적한 문단 생활에 등불이 되어준 시인들이다. 송수권 시인은 멋을 알고 풍류를 몸에 지니고 산 시인 시인처럼 평생을 살다간 시인이다
태생이 바닷가라 그런지 그의 시에는 바닷가 풍경이 자주 나오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그리운 눈빛이 자주 어른거린다. 번잡한 인상속에서도 여유를 찾고자 했던 마음. 그것을 시인은 남도 정신이라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