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영화를 대표하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를 집필하고 연출해 오스카를 차지한 로버트 벤튼이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매니저이자 비서로 일했던 마리아 포르자노가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지난 11일(현지시간) 고인이 뉴욕 자택에서 세상을 떠난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피플 닷컴이 13일 전했다. 다만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인은 수힙년 동안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뭐니뭐니 해도 대표작은 더스틴 호프먼과 메릴 스트립이 호흡을 맞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였다. 고인에게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아카데미상을 안긴 작품이었다. 감독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서 잡지 에스콰이어에 근무할 때 동료 데이비드 뉴먼과 함께 집필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와 'The Late Show'(1978)로 각본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하지 못했는데 '마음의 고향'(Places in the Heart 1984)으로 뒤늦게 한을 풀었다. 고인이 남긴 다른 작품으로는 'There Was a Crooked Man…'(1970), 'What’s Up, Doc?'(1972), 'Still of the Night' (1983), 'Nobody's Fool'(1994) 등이 있고, 유작은 'Feast of Love'(2007)가 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고인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열연한 '슈퍼맨'(1978) 극본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필립 로스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휴먼 스테인'(The Human Stain, 2000) 제작 과정을 돌아본 박스 오피스 모조와의 2003년 11월 인터뷰를 보자. "마지막으로 했던 일과 다른 어떤 것을 찾아 늘 헤맨다. 극본은 일종의 까불림 과정을 통해서 살아 남으며, 난 2년을 그것과 어울려 지내면 캐릭터들을 즐기는 지점에 이른다."
같은 인터뷰를 통해 고인은 에르마노 올미를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올미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로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배우로는 로버트 듀발, 애드리언 브로디 같은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진 해크먼과도 다시 한 번 일해보고 싶다. 나오미 왓츠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고인은 60년을 해로한 화가 살리 벤튼과 2023년 사별했다. 해서 유족으로는 외아들 존 벤튼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