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내버스는 1시가 조금 지나 벌교터미널에 내려준다. 옆으로 빠져나와 태백산맥문학관은 밖에서 보고 현부자네로 들어간다.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대문의 윗층은 못 올라가게 했다. 방과 마루 사이의 단을 보고 나온다. 6시까지 5시간 가까이의 시간 동안 제석산에서 서서히 놀기로 한다. 그래도 걸음은 빨라져 낙안 구기 가는 사거리에 2시 반이 못 되어 닿는다. 가파르게 첫봉우리를 만나 능선의 찬바람을 맞는다. 여자만은 흐릿하지만 그래도 햇볕이 따스하다. 바위 사이로 들어가 배낭을 풀고 캔맥주를 꺼낸다. 농사의 도를 꺼내 읽다가 빈칸에 헛소리를 쓴다. 30분을 읽지 못한다. 돌위에 붙인 엉덩이도 딱딱하고 땀이 식자 등짝도 춥다. 일어나 다시 정상으로 오른다. 순천쪽에서 세워놓은 정상석을 지나 잠깐 하산길을 고민한다. 양동마을이나 능선을 따라 금치쪽으로 가볼까, 구기쪽에서 벌교읍을 지나 걸어가 볼까 그러다가 동화사쪽으로 길을 잡는다. 한번 올라와 본 길이다. 순천만목장인가 차가 다니는 임도를 따라간다. 폰을 보니 동화사로부터는 멀어지고 있다. 임도는 산끝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크고 너른 지붕을 가진 축사 옆에는 포크레인이 소릴 내고 있다. 딱딱한 등산화가 발가락을 아프게 한다. 임도는 한없이 길다. 실은 5km도 안된다. 임도 아래에 가파른 길이 나고 집들이 서고 있다. 금동마을로 내려온다. 마을 앞에 느티나무 몇 그루가 마주보고 서 있다. 저수지 나무 아래 놀던 덩치 큰 수달인가가 나의 기척에 물로 뛰어든다. 작은 스마트폰으로는 찍지 못하고 물살만 찍는다. 해가 져 가고 6시도 점차 가까워져 폐교된 명신대학교 쪽을 쳐다보니 작은 길이 보인다. 되돌아 저수지 곁을 따라 명신대의 묵은 철계단을 올라 지나온다. 진치마을인가를 지나 철길을 건넌다. 건너편에 주유소와 함꼐 약속장소인 지리산순한한우가 보인다. 다리를 끌며 다리 옆에서 홍삼 하나를 마신다. 5시 반이 다 되자 김회장님이 남양이라며 싣고 가겠다고 전화하셨다. 무궁화 열차가 두냥의 객차를 싣고 지나간다. 2층으로 올라가 막 자릴 잡고 있는데 이번 여행부터 처음 참가하기로 한 윤식 형님 부부가 들어온다. 윤식 형님은 예산의 골목막걸리를 가져 오셨다. 바보는 휴가로 이어지는지라 업무 정리로 조금 늦다. 성도에서 구채구 가는 쪽으로 고속열차가 개통하였다하여 오만원을 추가하여 일정을 조정하고 또 여행비를 적립하기로 한다. 민수가 구워주는 고기가 맛있어 소맥과 소주를 연거푸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