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서울보다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젊은 형사 두 명은 공항 건물을빠져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남구N동에 있는 S아파트로 향했다.
S아파트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남달호는 중키에 깨끗하게 생긴 인상의젊은이였다.
섬세하게 생긴 탓으로 형사같은 거친 직업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데
의외로 그는 잘해내고 있었다.
나이는 갓 서른이었고 지난해에 결혼한부인과의 사이에 딸을 하나 두고 있었다.
그와 동행인 형사 역시 그와 같은동갑내기인데 그는 거한이었다.
아직미혼인 그는 학창시절을 유도선수로보냈다고 했다.
유도선수 출신답게 그의목은 통나무처럼 굵어보였다.
그의 이름은조갑수(趙甲洙)라 했다.
S아파트 단지는 바닷가에 자리잡고있었다.
방파제 위로 파도가 허옇게 덮치는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바닷바람이 세차게택시를 내렸을 때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901호에 가기 전에 먼저 505동을지키는 경비실에 들렀다.
아니 경비원이그들을 불렀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남형사가 신분증을 보이자 경비원은 금방공손해지면서
그들을 비좁은 경비실 안으로들어오게 했다.
"901호에 혹시 서창배라는 사람 살고있습니까?"
조형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서창배 씨요?"
경비원은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 그런 사람 살고 있습니까?"
"서창배 씨를 찾는 겁니까, 아니면 그가족들을 찾는 겁니까?"
그들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서창배 씨를 찾는다니까요."
남형사가 보다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중년의 경비원은 눈을 크게 떴다.
"그 사람 죽었는데요. 모르고찾아오셨습니까?"
젊은 형사들은 흡사 모욕이라도 당한 듯안색이 변하면서 한동안 가만히 침묵을지키고 있었다.
"모르고 찾아오셨나 보군요."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새삼스럽게형사들의 모습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 사람...언제 죽었습니까?"
남형사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죽은 지 한...2년 가까이 될겁니다."
"교통사고로 죽었지요.
뺑소니차에 치여죽었는데 아직까지 그 뺑소니차 운전사를잡지 못했나봐요.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됐지요. 유가족은 위자료 한푼 받지도못하고.."
경비원은 말끝을 흐리면서 재떨이에서담배꽁초를 집어들었다.
남형사가 재빨리그에게 새 담배를 권했다.
"서창배 씨 직업은 뭐였습니까?"
"대학교수였습니다."
"어느 대학교수였나요?"
"아마 K대학 교수였을 겁니다."
경비원은 서창배에 대해서 그 이상은모르고 있었다.
이를테면 서교수가 생전에어떤 분야를 전공했는지 그런 구체적인점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저기상가건물 안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보시면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집에 가봐야 아이들밖에 없을 겁니다."
경비실을 나선 수사관들은 경비원이가리켜준 상가건물쪽으로 걸어갔다.
비가많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제각기우산을 하나씩 펴들고 있었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2년 전에죽은 사람이 살아서 S호텔에 투숙했을 리는없고..
어떻게 된 거지?"
남형사의 물음에 조형사는 굵은 목소리로대답했다.
"범인이 죽은 사람 주민등록증을사용했겠지.
사진을 바꿔치기하면 얼마든사용할수 있으니까..
거센 바람이 갑자기 몰아치는 바람에우산이 뒤집어지려고 했다.
그들은 몸을웅크리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우산을기울였다.
"범인은 서교수의 죽음과도 관계가 있는놈이 아닐까?
그러니까 2년 전에 자동차로서교수를 치어 죽이고 뺑소니친 놈이
이번에 또 호텔에서 여자를 죽인 게아닐까?
서교수 이름으로 호텔에 투숙해가지고 말이야."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조형사는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끄덕였다.
이윽고 그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상가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죽은 서교수의부인이 경영하는 약국은 건물 입구 한쪽에있었다
살인범은 죽은 여인의 신원을 감추려고자기 딴에는 애를 써본 것 같았다
. 그러나그것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아주어려운 일이다.
마인의 눈에는 여기저기서허점이 발견되고 있었다.
그는 탁자 위에서 담뱃갑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외제 담배로 길이가 긴 던힐이었다.
그는 뚜껑을 열고 안에 들어 있는 담배를헤아려 보았다.
모두 15개비가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5개비를 피운 셈이었다.
재떨이는 비어 있었다.
감식반에서 재떨이안에 들어있던 꽁초를 하나 남김없이 모두가져갔기 때문이었다.
탁자 위에는 던힐 외에 구겨진 담뱃갑이또 하나 있었다.
그것을 펴보니 말보로담배였다
뚱보는 성냥을 집어들었다.
그것은디자인이 세련된 성냥으로 어떤 카페에서만든 것이었다.
카페 이름은 "비련"이었다.
카페 이름치고는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들었다.
피살된 여인이 그 카페에 자주출입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성냥의 한쪽 면에는 비련의 위치를보여주는 간단한 약도와 함께
전화번호가명기 되어 있었다.
비련은 강남에 자리잡고있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백을집어들었다.
그것은 회색의 엷은 가죽으로된 백으로 프랑스제였다.
그 속은 텅 비어있었다.
백 안쪽에는 조그만 주머니가 달려있었다.
그 주머니에 부착되어 있는 지퍼는반쯤 열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마저 열어 보았다
그것은 보기보다는 꽤 깊이까지 들어가는주머니였다.
그 주머니 역시 비어 있었다.
그 안을 쓸어보던 그의 손끝에 무엇인가스치는 감촉이 있었다.
그는 되짚어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손끝에 걸리는 것을집어냈다.
그것은 조그맣게 접은종이조각이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않는 종이조각 같았지만 그는 조심스럽게그것을 펴보았다.
그것은 우체국 소인이찍힌 특수우편물 수령증이었다.
그 위에는"속달"이라는 붉은 글자가 찍혀 있었다.
그러니까 우편물을 속달로 보내고 나서받은 영수증 같았다.
영수증에는접수번호와 함께 우편물의 중량도 적혀있었다.
뚱보는 그 수령증을 백 속에 넣지 않고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방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튼범인을 쉽게 잡을 수 있을까?
부산에내려간 후배 형사들이 범인을 잡아오면좋으련만 아무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않다.
서창배의 숙박카드에 적혀 있는전화번호가 틀린 것부터가
범인 체포가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한동안 우두커니 밖을내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자리에 누워 지내고 싶다
. 밥도 먹지 않고얼굴도 씻지 않고 이도 닦지 않고 아무생각없이 누워 있고 싶다.
산다는 것이벌써부터 힘들고 벅차게 느껴진다.
그런데다른 남자들은 어떻게 처자식까지 거느리고살아갈 수 있을까.
맞은편 H생명보험회사 건물 창가에 몇사람이 붙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이쪽과거의 같은 층의 직선거리에 있는 창인데
몇사람이 자꾸만 이쪽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수군거리고 있는 것 같다.
살인사건 소식이벌써 저기까지 알려줬단 말인가.
그럴 리가없다.
이쪽을 보고 그러는 게 아니겠지.
그는 몸을 돌려 방안을 어슬렁거리다가
욕실 앞에 처음 그대로 놓여 있는 하이힐을집어들었다.
그것은 흰색의 하이힐이었다.
바닥에 붙어 있는 상표를 보니 E회사의제품이었다.
그것을 도로 제자리에 놓고돌아서서 다시 어슬렁거리다가
탁자 밑에서무엇인가 조그만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집어들었다.
그것은 노란색의 플래스틱조각 같은 것이었는데 가만 보니
가루약이 들었던 빈껍데기였다
빈 껍데기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굴리다가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바닥을살피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다른 쪽 부분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의깊게구석구석을 더듬어 나갔다.
그의 생각은적중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는 쓰러져있는 1인용 소파를 한쪽으로 밀었다.
그소파에 가려져 있던 카피트 바닥 위에 몇개의 캡슐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보였다.
그것들은 모두 두쪽으로 분리되어있었는데
처음 발견한 것까지 합쳐 반쪽의빈 껍데기들은 모두해서 여섯 개였다.
그러니까 캡슐은 세개였던 셈이었다.
그것들이 발견되었던 곳에 혹시 가루약이흘러 있지 않을까 해서
세밀히살펴보았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캡슐째 입 속에 던져넣고 나서 물 한모금과 함께 꿀꺽 삼키면 된다.
그 자체는뱃속에서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지금 이경우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럴 필요가없는데 일부러 그런 짓을 했으니 뭔가사연이 있었을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그는두리번거리다가 탁자 위에서 녹색의 조그만플래스틱 갑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연고제같은 것을 넣어둔 용기 같았다.
그 뚜껑위에는 "김재문 피부비뇨기과"라는 글귀가
전화번호와 함께 금박으로 입혀져 있었다.
죽은 여자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을까?
무좀이나 습진이었겠지.
아니면성병이었을까?
아까 욕실에서 보았던그녀의 나신은 눈부실 정도로 희었었다.
피부병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거기다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맡아보려고 킁킁거렸다.
습기 하나 없이바짝 말라붙은 용기에서는 아무런 냄새도나지 않았다.
그 안에다 캡슐 조각을보관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감식반에다 넘겨 검사를 부탁할생각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호텔 내에서탐문수사를 벌이던 형사가 걸어온전화였다.
"스카이라운지에서 근무하는 웨이터가피살자를 기억하고 있어."
뚱보는 방을 나와 25층에 자리잡고 있는스카이라운지로 갔다.
구석 자리에 안경을낀 형사와 웨이터가 마주보고 앉아 있는것이 보였다.
뚱보는 안경을 낀 형사 옆에두 살 정도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웨이터는 여자처럼예쁘게 생긴 청년이었다.
그 앞에는피살자를 찍은 컬러사진이 한 장 놓여있었다.
그것은 경찰이 급히 수사에사용하기 위해 찍은 즉석 컬러사진이었다.
"사진을 보였더니 금방 알아보더군."
염태준이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말했다.
웨이터는 왼쪽 가슴 위에 안기홍이라고쓰인 명찰을 달고 있었다.
"이 여자가 죽었다는 거 알고 있어?"
뚱보가 컬러사진을 가리키며 묻자안기홍은 창백한 얼굴로 끄덕였다.
"호텔에서 여자가 죽었다는 말은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죽은 줄은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이 여자를 분명히 기억하나?"
"네, 분명히 그 여자입니다. 옷을 보면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의표정이 아주 다르다.
어쩌다 간혹스카이라운지에 나타난 건장한 남자와 함꼐사라지곤 했던
미모의 여인을 목격했던웨이터로서는 죽은 여인의 얼굴이 낯설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옷을 보고 그녀를알아보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에 나온 피살자의 두눈은 감겨 있었다.
누군가가 감겨준 것 같았다.
"그 여자가 틀림없는지 자세히 봐요."
"그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어제 오후3시쯤에 여기서 어떤 남자와 만났습니다.
안기홍은 그들이 주문한 것까지 알고있었다.
여자가 커피를, 남자는 맥주를마셨다고 그는 증언했다.
그리고 계산은여자가 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여자가 계산을 했습니다."라고그는 덧붙였다.
"언제나 계산을 했다고?"
언제나라는 말에 뚱보는 바짝 긴장했다.
"네, 언제나 여자쪽에서 계산을 했고,
남자가 계산하는 것은 한번도 보지못했습니다."
"매우 주의깊게 관찰했군. 왜 그렇게 그사람들을 관찰했지?"
그 질문에 안기홍은 꽤나 당황하는표정을 지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말했다.
워낙 예쁘다보니까 눈에 띄어 관심 있게봤을 뿐입니다."
그는 그 여자를 한 달에 두어 번꼴로스카이라운지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목격해 왔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녀는언제나 어제 만났던 남자를 만났었다고말했다.
그것은 아주 귀중한 증언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잠깐 만난 다음 함께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정식 부부는 아닌것 같았고...어쩐지 떳떳치 못한사이인 것 같았습니다."
"남자는 어떻게 생겼지?"
"키가 크고 건장하게 생긴사람이었습니다.
나이는 서른 살 정도 되어보였는데..미남이었습니다.
그리고항상 색깔이 들어 있는 안경을 끼고있었습니다
"옷은 뭘 입고 있었지?"
"체크무늬 저고리에 안에는 푸른 색와이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아래에는 밤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넥타이는 매고 있지 않았습니다."
"특징 같은 거 있으면 말해 봐요. 눈에띄는 특징 말이야."
형사들의 요구에 웨이터는 한참 생각해보고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
"특징 같은 것은 별로 생각나지않습니다.
그 사람이 범인입니까?"
형사들은 거기에 대해 아무런 대꾸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뚱보가 다시입을 열었다.
"그 남자 보면 알 수 있겠어?"
웨이터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 사람에 대해 몽타주를만들어야겠는데 자네가 좀 협조해주어야겠어.
현재로서는 자네가 그 사람을제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그 두 사람이 앉았던 자리가 어디지?"
"저쪽 창가입니다."
마침 그 테이블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그들은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자는 이쪽에 앉아 있었고 여자는저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안기홍은 테이블의 양쪽 자리를 가리키며말했다.
뚱보는 남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탁자위를 훑어본 다음 그 밑을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들어봤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어땠어?
부드러웠나?"
"그렇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분위기가아주 딱딱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여자가무슨 봉투를 꺼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편지봉투 같았는데..."
"그게 무슨 봉투였지?"
"자세히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돈봉투 같았습니다.
남자가 봉투 속에서무언가 꺼내보는 것 같았는데..수표처럼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남자는만족하는 표정이었고 여자는 화가 잔뜩 나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무튼 정상적인관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건 현장으로 돌아왔다.
방안에서 울리는전화벨소리가 복도에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수화기를 집어들자 부산에 내려간 남형사의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창배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그 사람은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확인됐습니다.
뺑소니차에 치여 죽었는데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뭐야? 아니, 그게 정말이야?" 뚱보는 놀라서 물었다.
"조금 전에 서창배 씨의 부인을 만나확인했습니다.
부인은 여기서 약국을경영하고 있습니다."
"서창배 씨의 직업은 뭐였지?"
"대학교수였답니다. 부산에 있는 K대학
"확인해 봤나?"
"네, 학교에도 알아보고 시경 교통과에도알아봤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도사실이었고
사망 전까지 K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우연한 사고였나 아니면 살인이었나?"
"그건 아직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서교수의 부인은 남편이 뺑소니차에 치여죽은 것을
우연한 사고사 정도로 알고있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 자세히 좀 알아봐.
그리고서교수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아가지고 와.사진도 물론 가져오고."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여기서자야겠습니다.
거기서는 진전이 좀있습니까?"
남형사 일행이 숙소로 정한 모텔의전화번호를 적고 나서 뚱보는 전화를끊었다.
사건이 갑자기 미궁 속으로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정에얽힌 단순 살인사건 정도로 보고
곧 사건이해결되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같았다.
범인은 2년 전에 죽은 사람의이름을 도용해 지금까지 행세해 왔다
. 왜그랬을까? 그가 어제 이 호텔 프론트에서제시했다는 주민등록증은
죽은 서창배교수의 것이 아니었을까?
거기에다 사진만바꿔치기하면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범인은 그것을 어떻게 입수했을까?
서교수가 죽기 전에 입수했을까 아니면죽은 후에 입수한 것일까?
그것도 저것도아니라면 범인은 서교수의 죽음과 관계가아닐까?
뚱보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나서생각난 듯 주머니 속에서 종이조각을꺼냈다.
그것은 피살자의 유품 가운데 섞여있던 특수 우편물 수령증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것을 뚫어지게들여다보고 나서 먼저 114에 전화를 걸어
N우체국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 수령증에는우편물 접수날짜와 함께 N우체국 소인이찍혀 있었다.
잠시 후 그는 N우체국으로 전화를걸었다.
속달 담당직원에게 전화가연결되자 그는 신분을 밝힌 다음 사정이야기했다.
상대가 수사관임을 알자우체국 직원은 아주 친절하게 응해 주었다.
"수령증에 보면 접수번호와 접수날짜가
"접수번호는 428번이고 접수날짜는 88년6월 25일입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알아볼 수있습니다."
뚱보가 알고 싶은 것은 속달 우편물을보낸 사람과 그것을 받은 사람 양쪽의이름이었다.
그는 볼펜을 집어들고 가만히숨을 죽였다.
이윽고 우체국 직원의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발신자의 이름은유춘지,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Y동135번지입니다."
뚱보는 우체국 직원이 불러주는 것을재빨리 적었다.
"수신자의 이름은 김영대, 주소는 부산시515호입니다."
"우편물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없을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수령증에 보면중량이 나와 있는데 얼마로 나와있습니까?"
"55g으로 나와 있습니다."
뚱보가 수령증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55g의 우편물에 대한 속달 요금은1,030원이었다.
"그렇다면 편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편지의 무게는 50g 내외이니까요."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