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언어·두 문화가 공존하는 상징, 여전히 분열과 통합의 경계선
가사 변경 이어지며 정체성과 정치적 갈등 부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뜨거웠던 지난가을, 경기장 안팎에서는 야구만큼이나 ‘오 캐나다(O Canada)’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었다. 로저스 센터 6차전에서 데이비드 그레논의 선창과 함께 팬들이 하나로 합창하던 장면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선 결속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시리즈 전반에 걸쳐 국가 제창 무대는 순탄치 않았다. 일부 가수들이 가사를 바꾸거나 음을 변형하면서 캐나다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와 정치의 균열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큰 논쟁은 가사 변경에서 비롯됐다. JP 삭스는 3차전에서 “우리의 고향과 본토(our home and native land)” 대신 “원주민의 땅 위에 있는 우리 집(our home on native land)”으로 바꿔 불렀다. 식민지 역사와 원주민 권리 문제를 환기하려는 의도였다. 5차전에서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우리 모두의 명령(in all of us command)”을 “오직 우리만의 명령(that only us command)”으로 수정해 불렀다. 최근 미국 정치권의 캐나다 관련 발언에 대한 반발이자 주권 수호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가수들의 이런 가사 변경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메시지를 담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2023년에도 샹탈 크레비아죽과 줄리 블랙이 원주민 문제와 국가 정체성을 언급하며 가사를 수정해 부른 바 있다. 비판이 이어졌지만, 예술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기도 했다.
가사 변경 논란과 함께 젠더 중립 표현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2018년 연방 의회는 “그대의 아들들(in all thy sons)”이라는 표현을 “우리 모두(in all of us)”로 공식 변경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과거 가사를 사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4차전에서 가수 데보라 콕스가 해당 구절을 부르다 목소리가 잠시 끊기자 방송사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오 캐나다’가 이런 논쟁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 있다. 1880년 퀘벡 작곡가 칼릭사 라발리의 곡에 프랑스어 가사가 붙으며 탄생한 이 노래는 프랑스계 가톨릭 전통을 담고 있었다. 이후 1908년 로버트 스탠리 위어가 새로 쓴 영어 가사는 프랑스어 가사의 번역이 아닌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졌고, 1980년 공식 국가로 지정되기 전까지 여러 버전이 혼재했다.
국가가 두 언어로 존재한다는 점은 캐나다의 다문화 정체성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단일한 제창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애국심이 고조됐지만, 세대별·언어별로 다른 가사와 해석이 오히려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미국에서 국가 가사를 바꾸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달리, 캐나다는 국가를 ‘공공의 자산’으로 인식해 시대적 가치에 따라 변형하는 사례가 많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들은 원문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최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연 전 ‘오 캐나다’ 연주를 부활시킨 것은 외부 압박 속에서 국민적 결속을 다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잦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 캐나다’는 여전히 캐나다의 다양성과 갈등, 그리고 그 안의 연대를 함께 비추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